크라우드 펀딩 ‘진물 안경’ 논란…소비자 신뢰 잃게 한 결정타
투자자 보호 장치 없는 크라우드 펀딩…잡음 끊이지 않아
애쉬크로프트가 내놓는 ‘자체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소비자 신뢰 회복할까

자체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을 통해 애쉬크로프트가 개발 중인 '휴즈3' 제품 (사진=애쉬크로프트)
자체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을 통해 애쉬크로프트가 개발 중인 '휴즈3' 제품 (사진=애쉬크로프트)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군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재원 마련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합친 단어인 ‘크라우드 펀딩’. 자금이 없는 벤처사업가 등이 자신의 아이디어 등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다수로부터 소액 투자를 받는 모집방식이다.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업체 ‘와디즈’는 지난 2012년부터 8년여 간 펀딩 중개 건수 1만2800여 건, 모금액이 2300억원에 달할 만큼 각광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와디즈의 ‘진물 안경’논란과 일부 업체들이 중국산 제품을 가져다가 직접 개발한 것으로 속여 자금을 모으는 등 ‘보따리 장사’식 투자 유치가 벌어지면서 ‘크라우드펀딩’이용자들의 불신이 커졌다.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가 이를 걸러낼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탓에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인터넷 쇼핑보다도 못하다’는 실망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한 안경제조업체는 크라우드 펀딩 소비자 신뢰도를 회복해 보고자 새 플랫폼의 ‘자체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을 내놨다.

'진물 안경'논란을 빚은 해당 안경 (사진=와디즈 사이트 캡쳐)
'진물 안경'논란을 빚은 해당 안경 (사진=와디즈 사이트 캡쳐)

크라우드 펀딩 ‘진물 안경’ 논란…소비자 신뢰 잃게 한 결정타

‘사업가에겐 안정적 수익을, 소비자에겐 합리적인 가격을 약속할 플랫폼’ 이미지의 ‘크라우드 펀딩’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 업체 와디즈가 자초한 ‘진물 안경 논란’이다.

티타늄 안경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이 펀딩에는 2000여명이 참여했지만, ‘리워드’로 온 안경을 착용한 사람들의 귀 근처에 진물이 나는 통에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초 직장인 조 모 씨는 SNS 광고를 보고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안경을 구입했으나 착용한지 몇 주 되지 않아 안경테 코팅이 벗겨지고 귀에서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생겼다.

또한 일부 구매자들은 해당 안경에 니켈성분이 들어갔다며 AS 및 환불을 요청했으나 와디즈 측에선 한 달 넘게 응답조차 없었다.

아울러 ‘진물안경’ 펀딩 게시글엔 해당 안경을 만드는 ‘안경장인’에 대한 영상이 소개됐지만 정작 당사자는 자신과 와디즈 안경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생산업체 측이 안경에 대한 허위 광고를 했음에도 ‘펀딩 선정 단계부터 철저한 심사를 한다’던 와디즈는 이를 즉각 파악하지도 못했다.

해당 프로젝트 게시글에 따르면 ‘진물안경’ 제작 펀딩엔 목표치의 10,762%인 2억1524만여 원이 모였으며 해당안경은 2000명이 넘는 고객들에게 발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진물 안경 피해자로 밝힌 한 네티즌은 “안경을 끼고 얼마 되지 않아 진물이 발생해 진단서를 떼어 환불을 받았다”며 “이 사건 이후 크라우드 펀딩은 ‘복불복’이자 도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와디즈 칫솔 논란 (사진=와디즈 캡쳐)
와디즈 칫솔 논란 (사진=와디즈 캡쳐)

투자자 보호 장치 없는 크라우드 펀딩…잡음 끊이지 않아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대표 주자 와디즈는 지난 2012년부터 8년여 간 펀딩 중개 건수 1만2800여 건, 모금액이 2300억원에 달할 만큼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관련 피해가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사이 ‘잡음’은 연달아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와디즈는 지난달 19일, A업체가 진행한 와인냉장고 펀딩 프로젝트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A업체가 내놓겠다고 한 10만원대 중저가 와인냉장고는 이미 중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이었다. 가격도 국내가보다 더 낮은 58달러(약 6만7000원) 수준이었다.

해당 업체는 “개발이 아니라 제품의 국내 유통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품 설명란에는 “직접 공장에서 제품을 가공한 뒤 여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제공합니다”라며 소개해 이 업체가 직접 개발한 것처럼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업체가 내놓은 기능성 칫솔 프로젝트도 18일 펀딩이 취소됐다. 이 칫솔은 칫솔모가 0.001㎜(1㎛) 정도로 얇다는 점을 제품 특징으로 내세워 1억2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모았다.

한 이용자가 제품 사양에 의혹을 제기하자 업체는 칫솔모가 3㎛라며 뒤늦게 정정했고, 결국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제품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이 업체가 제시한 국내 판매가격은 중국 가격의 10배 수준이었다.

이후 유튜브 채널 ‘사망여우TV’에서 개당 2500원에 판매되는 이 제품이 중국 알리바바에서 300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영상이 나오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커지자 와디즈는 해당 상품의 펀딩을 중단하고 누적된 결제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투자자들은 와디즈 측 책임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일 수십여 건의 펀딩이 열리는데도 충분한 검증이 따르지 않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와디즈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전 심사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매년 누적 펀딩 수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피해 사례가 줄어들지 않아 의혹을 키우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크라우드 펀딩에 경고 메시지를 낸 상태다. 지난 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크라우드 펀딩 채권의 부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9.3%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만기가 도래한 크라우드 펀딩 채권 119건 중 23건, 비율로는 20%에 달하는 숫자가 만기일에 약속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도가 크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시각이다. 하지만 2015년 크라우드펀딩법이 통과되면서 규제 완화에만 초점을 맞춰 투자자 보호 대책은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도율 같은 부정적 정보가 공개된 것도 이번이 처음으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애쉬크로프트의 자체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 (사진=애쉬크로프트)
애쉬크로프트의 자체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 (사진=애쉬크로프트)

애쉬크로프트가 내놓는 ‘자체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소비자 신뢰 회복할까

와디즈의 ‘진물 안경’ 논란으로 크라우드 펀딩, 그중에서도 안경 브랜드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지자 국내 안경 제조업체 애쉬크로프트(ashcroft)는 “떨어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킬 만한 새 플랫폼을 보이겠다”며 ‘자체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을 내놓았다.

애쉬크로프트 심익태 대표는 “최근 몇 년 간,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을 거듭했음에도 펀딩 중개사의 미흡한 제품검증과 무책임한 태도로 본질이 훼손됐다”며 “무리한 일정과 원가 절감으로 인한 저급한 품질, 포장만 바꾼 중국 양산 제품, 먹튀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애쉬크로프트는 24일 애쉬크로프트 자체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의 첫 번째 모델로 알려진 신제품 ‘휴즈3: MAG’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을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 개발 내용 및 과정을 소비자들에 투명하게 공개하며 소비자와 판매자가 함께 만들어 간다는 펀딩 본연의 취지를 살릴 것’을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애쉬크로프트는 ▲도면 설계 단계부터 금형 제작, 양산까지 모든 단계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개발 단계에서 펀딩 참여자들과 즉각적인 소통을 위한 시스템 도입하고 ▲펀딩 참여자들의 새로운 니즈를 개발 단계에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크고 가벼운 안경’이 모토인 애쉬크로프트의 신제품 ‘휴즈3: MAG’의 크라우드 펀딩은 24일 부터 다음달 3일까지 진행되며 애쉬크로프트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심 대표는 “이번 ‘휴즈3’는 기존 판매된 ‘휴즈 시리즈’ 구매자들의 호응에 답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라며 “애쉬크로프트가 안경회사에 그치지 않고, 고객들의 우아한 안경생활을 위한 ‘안경발전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객들과 소통을 통한 제품 업그레이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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