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조원태, 공동 사과문 "가족 화합해 유훈 지키겠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사진=한진그룹)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사진=한진그룹)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가족과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라”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유언이 무색하게 한진그룹 총수 일가 내부에서 남매‧모자간 갈등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이 가운데 모자간 갈등 당사자인 이명희 정성기업 고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말다툼 사건 사과에 나섰다.

이 고문과 조 회장은 30일 공동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인사차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이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 이들은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신 뒤 대화를 나누다 조원태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일로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목소리를 높이며 이 고문과 말다툼을 벌이던 조 회장이 화를 내며 자리를 뜨는 과정에서 거실에 있던 화병 등이 깨지고 이 고문 등이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희 고문, 조원태 회장이 낸 사과문 (자료=한진그룹)
이명희 고문, 조원태 회장이 낸 사과문 (자료=한진그룹)

이날 조 회장은 '캐스팅보트'를 쥔 이 고문이 이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반기'를 묵인해 준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불만을 제기했고, 이 고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최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제기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기 보다 경영 복귀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조원태 회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만큼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진 총수 일가는 지난 4월 고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각각 6.52%와 6.49%로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막내 조 전무의 지분은 6.47%, 이 고문은 5.31%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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