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1위 KCGI 추가 지분 확보 나서…총수일가 전 방위적 압박
한진칼 지분3위 반도건설…“앞으로 지분 더 살 수도 있어”
총수일가 내분 역시 변수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오는 3월 23일 한진칼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유지 기로에 섰다.

KCGI, 반도건설, 국민연금 등 대량의 한진그룹 지분을 가지고 있는 큰손들이 경영권 분쟁 최대 분수령이 될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 늘리기에 나서며 조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남매의 난으로 불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경영권 유지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7일 유튜브 채널 ‘KCGI TV’를 통해 “2019년 3분기말 대한항공 부채비율을 861%로 코스피200 상장사 중 1위”라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CGI TV 유튜브 채널 캡쳐)
신민석 KCGI 부대표는 7일 유튜브 채널 ‘KCGI TV’를 통해 “2019년 3분기말 대한항공 부채비율을 861%로 코스피200 상장사 중 1위”라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CGI TV 유튜브 채널 캡쳐)

지분율 1위 KCGI 추가 지분 확보 나서…총수일가 전 방위적 압박

한진칼의 단일 최대주주인 KCGI는(17.29%) 지난해 12월 말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한진 총수일가 경영권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KCGI는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나섰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7일 유튜브 채널 ‘KCGI TV’를 통해 “2019년 3분기말 대한항공 부채비율을 861%로 코스피200 상장사 중 1위”라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2월 한진그룹이 발표한 ‘한진그룹 비전 2030’을 두고 “당시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국내 호텔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 부채비율을 395%까지 낮추고, 신용등급을 A+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도 KCGI는 적극적으로 한진그룹에 닥친 위험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임원진의 노력을 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 부대표는 최근 불거진 총수 일가 간 마찰이나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KCGI가 도덕성 논란을 빚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손잡을 확률은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 지분3위 반도건설…“앞으로 지분 더 살 수도 있어” 

오너 일가를 제외한 한진칼의 단일 주주로는 3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건설 역시 최근 지분을 더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앞으로 더 살 수도 있다”고 말해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권 회장은 7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故)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해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 왔다”며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필요하다면 더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1월 말 공시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 6.28%를 보유해 KCGI(그레이스 홀딩스ㆍ17.29%), 델타항공(10%)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는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율이 8~9%대까지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주주들 사이에서 한진칼 지분 늘리기 경쟁이 가속화한 모양새로, 3월 한진칼 주주총회까지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물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권 회장은 한진칼 주식 매입 의도를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3월 주총과 관련 “아직 경영권 참여 여부에 대해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주총 전까지 주요 주주로부터 의견을 들어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3월 주총에서는 확실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또 “한진칼의 주총이 끝나면 경영은 안정되고 기업가치는 더 오를 것”이라며 3월 주총 이후에도 지분을 더 사들일 뜻을 내비쳤다.

이밖에도 한진칼 5대주주인 국민연금도 한진칼을 제외한 한진그룹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대한항공 주식 지분을 기존 9.90%에서 11.36%로 늘렸다고 7일 공시했다. 또 지난해 12월 24일 기준으로 한진 지분이 기준 7.54%에서 9.62%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한진칼 조원태 회장 (사진=대한항공)
한진칼 조원태 회장 (사진=대한항공)

총수일가 내분 역시 변수

대주주들이 지분 늘리기에 나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총수일가의 내분 역시 경영권 유지의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법무법인을 통해 조원태 회장과 각을 세운데 이어 조 회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간 갈등이 일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키웠다.

현재 조 회장과 이 고문은 화해한 상태지만, 아직 남매간의 갈등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남매간 갈등이 3월 주총까지 이어지고, 만약 조 전 부사장(6.49%)이 조 회장의 재신임에 반대 깃발을 들면 조 회장은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

조 전 회장으로 상속받은 지분이 (조현아·조원태·조현민)3남매와 부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으로 각 1:1:1:1.5로 쪼개지면서 누구 하나라도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故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11.56%)와 소액주주등의 반대로 연임에 실패하며 경영권을 잃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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