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1위 KCGI 추가 지분 확보 나서…총수일가 전 방위적 압박
한진칼 지분3위 반도건설…“앞으로 지분 더 살 수도 있어”
총수일가 내분 역시 변수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오는 3월 23일 한진칼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유지 기로에 섰다.
KCGI, 반도건설, 국민연금 등 대량의 한진그룹 지분을 가지고 있는 큰손들이 경영권 분쟁 최대 분수령이 될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 늘리기에 나서며 조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남매의 난으로 불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경영권 유지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분율 1위 KCGI 추가 지분 확보 나서…총수일가 전 방위적 압박
한진칼의 단일 최대주주인 KCGI는(17.29%) 지난해 12월 말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한진 총수일가 경영권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KCGI는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나섰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7일 유튜브 채널 ‘KCGI TV’를 통해 “2019년 3분기말 대한항공 부채비율을 861%로 코스피200 상장사 중 1위”라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2월 한진그룹이 발표한 ‘한진그룹 비전 2030’을 두고 “당시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국내 호텔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 부채비율을 395%까지 낮추고, 신용등급을 A+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도 KCGI는 적극적으로 한진그룹에 닥친 위험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임원진의 노력을 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 부대표는 최근 불거진 총수 일가 간 마찰이나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KCGI가 도덕성 논란을 빚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손잡을 확률은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 지분3위 반도건설…“앞으로 지분 더 살 수도 있어”
오너 일가를 제외한 한진칼의 단일 주주로는 3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건설 역시 최근 지분을 더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앞으로 더 살 수도 있다”고 말해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권 회장은 7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故)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해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 왔다”며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필요하다면 더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1월 말 공시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 6.28%를 보유해 KCGI(그레이스 홀딩스ㆍ17.29%), 델타항공(10%)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는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율이 8~9%대까지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주주들 사이에서 한진칼 지분 늘리기 경쟁이 가속화한 모양새로, 3월 한진칼 주주총회까지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물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권 회장은 한진칼 주식 매입 의도를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3월 주총과 관련 “아직 경영권 참여 여부에 대해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주총 전까지 주요 주주로부터 의견을 들어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3월 주총에서는 확실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또 “한진칼의 주총이 끝나면 경영은 안정되고 기업가치는 더 오를 것”이라며 3월 주총 이후에도 지분을 더 사들일 뜻을 내비쳤다.
이밖에도 한진칼 5대주주인 국민연금도 한진칼을 제외한 한진그룹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대한항공 주식 지분을 기존 9.90%에서 11.36%로 늘렸다고 7일 공시했다. 또 지난해 12월 24일 기준으로 한진 지분이 기준 7.54%에서 9.62%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총수일가 내분 역시 변수
대주주들이 지분 늘리기에 나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총수일가의 내분 역시 경영권 유지의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법무법인을 통해 조원태 회장과 각을 세운데 이어 조 회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간 갈등이 일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키웠다.
현재 조 회장과 이 고문은 화해한 상태지만, 아직 남매간의 갈등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남매간 갈등이 3월 주총까지 이어지고, 만약 조 전 부사장(6.49%)이 조 회장의 재신임에 반대 깃발을 들면 조 회장은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
조 전 회장으로 상속받은 지분이 (조현아·조원태·조현민)3남매와 부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으로 각 1:1:1:1.5로 쪼개지면서 누구 하나라도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故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11.56%)와 소액주주등의 반대로 연임에 실패하며 경영권을 잃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