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젊은 창작자들 역사적 아픔을 바라보는 공연...서치라이트도 이어져
일본과 중국 희곡 낭독공연.. 동아시아 희곡 한자리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1일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2020 올해 진행될 시즌프로그램 다섯 편을 공개했다(사진=신현지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1일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2020 올해 진행될 시즌프로그램 다섯 편을 공개했다(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1일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2020 올해 진행될 시즌프로그램 다섯 편을 공개하고 극장의 미래가 불분명한 위기 상황과 공공성을 설명했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시즌프로그램의 작가, 연출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는 작품들부터 30대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까지 총 5편을 공개했다.

주요 작품은 지난해 시즌 프로그램이자 2019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된 ‘휴먼 푸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바탕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럽에서 최초 무대화한 ‘더 보이 이즈 커밍(The boy is coming)’, 역사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진실을 묻는 ‘왕서개 이야기’, 광장을 통해 개인이 겪은 역사적 아픔을 동시대가 공유하는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기독교 예배의 연극성을 부활시켜 극장으로 가져온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가 있다.

지난해 작품들이 우리 사회에 있었던 대규모 사회적 참사에 주목해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짚었다면, 이번 올해 프로그램은 가해와 피해의 역사 속에 놓인 인간을 고찰하며, 시대가 그 아픔을 어떻게 치유해야할지,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공유할지를 고민한 것이 특징이다. 

남산예술센터 2020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 우연 극장장 (사진=남산예술센터)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두 작품은 모두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토대로 제작됐으며 아직까지 온전히 치유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동시에 어떻게 미래로 나아갈지 고민하는 작품들이다.

지난해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던 ‘휴먼푸가’는 연말에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주관한 ‘2019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된 바 있고 ‘더 보이 이즈 커밍’ 역시도 폴란드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의 작품으로 2019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무대에 올랐다.

즉, 폴란드의 시선으로 5월의 광주를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5월 ‘휴먼 푸가’와 함께 극장의 무대에 오르는 것이 의미 있다고 남산예술센터는 판단했고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광주의 아픔을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는 미래를 고민하는 만남이 될 것 이라는 것에 취지를 두었다.

남산센터의 우연 극장장은 “한국에서 시작해 폴란드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광주의 아픔이 1980년대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존재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는 5월, 휴먼 푸가와 더 보이 이즈 커밍이 연이어 공개됨으로써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광주의 아픔을 기억하고, 아픔이 반복되지 않은 채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시즌 프로그램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의 작품이 30대 젊은 창작자들 작품으로 역사적 아픔을 바라보는 것에 포인트를 두었다. 이에 1930년대부터 1950년까지의 만주를 그린 '왕서개 이야기'(작 김도영,연출 이준우), 198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의 아픔을 이야기한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작,연출 김지나), 기독교의 역사를 바라본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공동창작,연출 임성현)가 무대에 오르게 된다.

남산예술센터  2020 올해 진행될 시즌프로그램을 발표하는 서울문화재단의 김종휘 대표이사 (사진=남산예술센터)
남산예술센터 2020 올해 진행될 시즌프로그램을 발표하는 서울문화재단의 김종휘 대표이사 (사진=남산예술센터)

이들 작품은 실제 사건을 겪지는 않았지만 역사를 지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세대가 그들만의 언어와 방식으로 역사적 아픔을 풀어가고, 고찰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내용을 소개하면  ‘왕서개 이야기’는 왕서개’라는 인물의 복수를 통해 1930년대부터 1950년대에 이르는 세계사 아픔을 이야기함으로써 가해의 역사가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마주했을 때 무엇을 말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질문한다.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로 시작해 제작 전 콘텐츠를 사전에 공유하는 작가 발굴 프로젝트인 ‘서치라이트(Searchwright)’를 거쳐 시즌 프로그램으로 안착된 작품이다.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6월 24일~7월 5일)은 1980년대부터 우리 사회가 낳은 여러 사건의 피해자와 그 자녀들의 기억을 무대화했으며 파편화된 기억이 해체와 조립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아픔은 특별한 사람들만 겪는 경험이 아니라 동시대 우리가 함께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또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9월 2~13일)는 형식에 잠재되어 오랫동안 잠들어 있는 예배의 제의성과 연극성을 부활시키기 위해 제사장의 위치에 기독교가 배제해온 ‘퀴어’를 전면에 내세웠다.주류 기독교가 독점해온 사랑, 공동체, 믿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퀴어를 둘러싼 불안과 혐오, 기독교의 위기와 분열을 한곳에 담아내 극장과 연극의 공공성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2017년부터 잠재력 있는 작품을 발견하고, 완성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을 공유하는 ‘서치라이트’를 올해도 이어간다. ‘서치라이트’는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 개인과 단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낭독공연과 워크숍, 주제 리서치를 위한 공개토론, 컨퍼런스, 프레젠테이션 등 발표 형식도 자유롭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은 제작비 지원을 비롯해 오는 3월 극장, 관객, 기획자, 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한 동아시아 현대 희곡을 엿볼 수 있는 일본희곡 낭독공연(2월 21∼23일), 중국희곡 낭독공연(3월 24∼29일)도 선보인다.

이날 '휴먼 푸가'의 배요섭 연출은 "5.18 광주항쟁은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며 "지난해와 바뀐 점은 오브제와 영상작업 등을 공연과 연결하고 광주사건의 객관적 사실을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전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 안에 있는 잔혹함이 극단적으로 나왔을 때 대규모 학살이나 죽음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것을 어떻게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 작품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한편 남산예술센터는 2009년부터 서울시가 서울예술대학교로부터 연간 10억원에 임대, 서울문화재단이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으로 위탁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서울예술대학이 2018년 초 2019년 6월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극장의 미래가 불확실한 존폐의 위기에 몰려있다.

이와 관련하여 남산예술센터 우현 극장장은 “2020년 올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며 “극장을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주체가 아니라서 우리가 어떤 답안을 받은 건 없다. 하지만 6월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서 5편의 작품만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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