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봄 장사’ 우려하는 패션업계

서울의 한 백화점 이벤트홀 코너의 팝업스토어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의 한 백화점 이벤트홀 코너의 팝업스토어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 매장’을 말한다.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개월씩 문을 열기도 한다.

국내 중소규모 패션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은 채, 온라인 몰 중심 판매와 함께 백화점 이벤트 홀이나 행사장 등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하지만 유통업계 전반이 코로나19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 지금 백화점, 쇼핑몰 등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인지도와 판매량을 늘려나가는 소규모 패션브랜드들에게 코로나19는 치명적이다.
 
국내 백화점 행사장 등을 돌며 팝업스토어를 여는 한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대표 A씨는 “한 달 만에 매출이 50% 떨어졌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주기적으로 행사장에서 팝업스토어를 펼치던 백화점 몇 군데가 한꺼번에 문을 닫았다”며 “백화점 이벤트홀 등에서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가야만 하는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들은 하루하루가 소중한데 봄시즌을 앞두고 장사를 접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유아용품 브랜드로 팝업스토어를 여는 B씨도 걱정이 컸다. 그는 “언론이 공포심을 심어주는 바람에 사람들이 원인 모를 불안감에 모두 힘들어 한다. 1주일 사이에 매출이 30% 가까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업계는 유동인구가 중요한데 그 인구가 반 이상 줄어버리니까 정말 티가난다”며 “이번 주가 최대 고비일텐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진구의 한 백화점과 쇼핑몰은 오후 시간에도 한산했다. 백화점의 한 층은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팝업스토어들이 열리는 이벤트 홀에도 마찬가지였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메르스나 신종플루땐 경기가 더 죽었는데도 안 이랬는데 지금은 심각하다”며 “다음 주를 기점으로 반등하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쇼핑몰 여성 영캐주얼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의 한 쇼핑몰 여성 영캐주얼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코로나19에 ‘봄 장사’ 우려하는 패션업계

한편 패션업계 전반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다. 봄 장사를 앞두고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서 원자재를 조달하거나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중소 패션업체들의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졸업과 입학식 등이 열리는 2월과 3월은 패션업계의 성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학교 개강이 연기되고 재택근무가 활성화하면서 외모를 치장하는 소비마저 줄었다.

실제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96.9로 전월 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하락 폭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타격이 미친 2015년 6월과 같은 수준이다.

여기에 중소 패션업체들은 물품 수급 자체에 차질이 생겨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대기업들은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공장을 분산시켰지만 영세한 곳일수록 중국 공장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산 의류의 국내 수입량도 해마다 늘어 2017년엔 7909만6000달러(약 965억 원)어치가 들어왔다.

심지어 다음달 17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서울시의 '서울 패션위크'와 내달 25부터 27일까지 개최하기로 했던 '패션코드 2020 F/W'가 취소됐다.

올 한해 국내·외 패션 트렌드와 각 브랜드의 대표적 '신상'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장마저 코로나19 여파에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패션계 올 1분기 실적은 물론 올해 전체 실적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아예 없다"면서 "봄 시즌 상품 판매 대목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소비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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