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비상계획 가동…글로벌 공장 셧다운 우려
현대차 해외생산 마비 상태…비상사태에 ‘재택근무’-‘유연근무’ 전환도
SK “핵심 계열사 위기 경영 체제 강화”
롯데 “투자 집행 가늠 어려워”…신세계 그룹 '이마트 신용등급 하락'

(로고=각 사)
(로고=각 사)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재계 전체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음 중인 가운데 대기업들이 장기적인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임직원의 안전과 국내 사업장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방지 등으로 대응하던 주요 대기업들이 유럽과 미주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대응 시스템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1~2년 새 ‘4차 혁명’에 대비해 발표한 신사업 부문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채용 계획도 재검토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비상계획 가동…글로벌 공장 셧다운 우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장 안전을 중심에 뒀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역할을 해외 사업장까지 확대하고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까지 염두해 수요 감소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했다.

확산세가 멈춘 중국의 반도체 공장은 이상없이 가동 중이지만, 베트남과 인도의 스마트폰 생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 정부의 강력한 대응 기조에 따라 현지 글로벌 공장들의 셧다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TV를 생산하는 슬로바키아 공장은 23일부터 29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해당 공장의 생산 부족분은 정상 가동중인 헝가리 TV 공장에서 대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디스플레이 사업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잠시도 멈춰선 안 된다.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위기 대응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을 강조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3일 경북 구미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등 2주 동안 두 차례 현장경영에 나섰다.

지난 3월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 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 3월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 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현대차 해외생산 마비 상태…비상사태에 ‘재택근무’-‘유연근무’ 전환도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이 줄줄이 멈춰선데 이어 현대차 인도공장도 '셧다운'됐다.

앞서 지난 18일(미국 현지시간)에는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직원들의 안전과 국경 폐쇄로 인한 물류 영향을 고려해 유럽 공장 역시 가동을 2주간 중단키로 했다.

미국 공장은 오는 31일까지 가동이 중단되며, 유럽 생산재개 일정은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차 인도법인 역시 23일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이는 인도 자동차제조업협회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직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 중단을 권고하고, 인도 타밀나두 주정부가 가동 중단을 명령한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현대차의 해외생산은 사실상 마비상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것도 있지만 글로벌 부품 공급망을 활용하는 특성상 부품부족으로 생산이 이뤄지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미국의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은 연산 40만대 규모로, 아반떼·쏘나타·싼타페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2900여명의 풀타임 직원과 500여명의 파트타임 직원이 일하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연산 27만4000대로, 인기차종인 텔루라이드를 비롯해 K5, 쏘렌토 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유럽의 현대차 체코공장,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의 생산규모는 각각 연산 33만대 수준이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 1, 2 공장은 연산 70만대, 기아차 아난타푸르 공장은 연산 30만대 규모다.

현대차가 재택근무에서 정상 출근을 포함한 유연근무체제로 비상대응하자 다른 기업들도 재택근무 종료시점을 두고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내놓은 향후 6년간 61조1천억원 투자를 뼈대로 한 ‘2025 중장기 경영전략’이 변화할 여지가 커졌다. 당시 계획을 내놓을 때 예상한 차량 판매에 따른 현금 유입 등 자금 흐름 자체가 코로나19 사태로 바뀌고 있는 탓이다.

SK “핵심 계열사 위기 경영 체제 강화”

SK그룹은 핵심 계열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위기 경영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번 주 초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그룹경영 회의를 열고 전반적인 경영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분야별로 나눠 진행되는 이 회의에선 유가 폭락과 석유제품 수요 감소 탓에 1분기(1~3월)에만 수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에스케이이노베이션 관련 안건이 올라가 있다.

최근 엘지(LG)화학과의 영업비밀침해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조기 패소한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막대한 합의금까지 내야 할 처지다.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디(D)램 등 메모리반도체 시황 분석도 이 자리에서 진행된다.

에스케이그룹은 2018년께 3년간 6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공언하며 공격 경영의 깃발을 들었지만 2년여 만에 코로나19 여파로 ‘수비 경영’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SK 최태원 회장 (사진=연합뉴스)
SK 최태원 회장 (사진=연합뉴스)

롯데 “투자 집행 가늠 어려워”…신세계 그룹 '이마트 신용등급 하락'

한편 롯데와 신세계 역시 바짝 긴장하며 사태 전개를 살피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의 재정비·구조조정에 힘을 쏟는 와중에 터진 악재로 심각한 불확실성 늪에 빠진 탓이다.

올해 모두 8천억원가량 들여 백화점과 할인점 부문 사업 조정에 나서려 했던 롯데쇼핑 쪽은 “코로나19 상황이 너무 불확실한 부분이라 예정된 투자가 제대로 집행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 이 회사는 야심차게 준비해온 온라인통합 쇼핑몰 ‘롯데온’ 출범을 한달 뒤로 미뤘다.

신세계는 지난해 11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세상에 없는 테마파크를 만들겠다. 사업 역량을 쏟아붓겠다”며 의욕을 보인 대규모 테마파크 사업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가 4조6천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시에 조성하기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 사업에 회사 측은 “(계획대로) 내년 착공은 변함없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달 20일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그룹의 핵심축인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려 잡았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그만큼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 신규 투자 부담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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