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개정..청와대 청원 34만 넘어
스쿨존 30㎞ 이내...2배의 과태료 부과

스쿨존 내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 이하 운행 위반시 일반도로 대비 2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진=신현지 기자)
스쿨존 내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 이하 위반시 일반도로 대비 2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9)군의 이름을 따 법제화한 일명 민식이법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정부는 유치원 및 초등학교 정문에서 300m(필요한 경우 500m) 이내 지정되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 운전자 책임이 있을 경우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일명 민식이법 시행을 발표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민식이법에 따르면 스쿨존 내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 이하로 운행해야 하며, 위반 시 ‘도로교통법’ 에 따라 일반도로 대비 2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안전운전의무 소홀로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참고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교통사고로 인한 과실치사상의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법 시행 이틀 전인 지난달 23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법 형량이 과도하다는 국민청원의 글이빗발쳐 13일 현재 34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실제로 한 청원인은 어린이 보호 구역 내에서의 어린이 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로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횡단보도 신호기 설치, 불법주차 금지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을 한다면서“특정범죄 가중처벌 개정안은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개정을 요구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 운전자 책임이 있을 경우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되고 있다 (사진=신현지기자)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되고 있다 (사진=신현지기자)

특히 청원인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 사고의 경우 받을 형량의 경우 ‘윤창호법’ 내의 음주운전 사망 가해자와 형량이 같다.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로 간주되는데 이러한 중대 고의성 범죄와 순수과실범죄가 같은 선상에서 처벌 형량을 받는다는 것은 이치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헌법에서 보장하는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주장했다.

또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고 모든 운전자들을 해당 범죄의 잠재적 가해자로 만드는 꼴로써 어린이 보호 구역을 지나가야 하는 운전자에게 극심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본지의 취재에 응한 합정의 직장인 이 모씨도 “매일 출퇴근길에 스쿨존을 운행하는데 순식간에 골목에서 아이들이 튀어나와 놀라는 경우가 허다하다”며“가능하면 스쿨존을 피해 다니고 싶지만 우회의 길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운행한다.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13일 현재 34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사진=청와대 민원게시판)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13일 현재 34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사진=청와대 국민홈페이지)

그런데 아이들은 돌발행동이라는 것이 있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고로 이어질 경우가 있을 것인데, 이처럼 운전자가 피할 수 없는 상황까지도 민식이법은 고려하지 않고 중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것은 아주 불합리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법으로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게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때면 등골이 오싹하다.” 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하여 SNS에서의 한 네티즌은 민식이법을 피하는 방법이라며 “어린이 구역을 피해 다니든지 아니면 차를 팔아버리든지, 그것도 아니면 스쿨존에서는 차를 업고 가야한다.”라고 역설 했다.

본지의 고정 칼럼니스트인 한 교통 전문가는 ‘민식이법’은 담지 말아야 할 항목까지 포함하면서 독소 조항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실제 시행된 만큼 누가 첫 희생자가 되는 가에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시작된 만큼 운전자는 항상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 첫 번째 희생자가 어린이를 둔 학부모거나 학교 교직원이 될 수도 있으며, 퀵서비스 등 물류 담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보호구역 출입 빈도가 그 만큼 많기 때문이다. 전국 약 1만 6,000군데의 어린이보호구역이 있다.

물론 이러한 가중 처벌 조항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안전운전 의무를 어겼을 경우라 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상황에 따라 애매모호하게 진행되어 역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라고 개선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처럼 민식이법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 사고에서도 처벌 수위가 높다는 것에 있다. 앞서 설명했듯 스쿨존에서의 30㎞ 이내의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는 경우 일반도로 대비 2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전방 주시 의무 위반과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1∼15년의 징역형 또는 500만∼3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형의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민식이법은 다소 현실과 맞지 않는 성급한 측면이 포함 돼 문제가 되는 항목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엄격한 기준강화는 당연한 과제이나 독소조항을 포함한 항목별 균형은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또  민식이법이 이제 시행 초기인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살펴 이 법령이 과연 ‘과잉입법’이 된 것인지, 형량이 너무 높은 건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서울시는 ‘95년 이후 매년 20~30개소씩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해왔으며 '19년 12월 기준, 초등학교 606개소, 어린이집 464개소, 유치원 616개소, 초등학원 3개소 등 총1,721개소의 어린이 보호구역이 있다. 서울시는 22년까지 서울시내 전체 어린이보호구역 3곳 중 1곳에 24시간 무인 단속이 가능한 과속CCTV 인프라를 갖춘다는 예정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