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전대열 대기자]사람이 살아가면서 남에게 욕 한번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성인(聖人)이 틀림없다. 상호간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복잡다기한 사회생활 속에서 얼굴 찌푸리는 일이야 너무나 많겠지만 별것도 아닌 일로 드잡이를 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케케묵은 속담도 오랜 세월 전해내려 왔지만 요즘은 만리 십만리도 실시간으로 전해진다. 컴퓨터가 발명되면서 인터넷을 통하여 전해지는 뉴스는 전광석화가 따로 없을 만큼 빠르고 정확하다. 여기서 정확하다는 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기의 뜻을 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자기’가 문제다.

올바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거짓을 말하거나, 가짜 얘기를 전달할 이치가 없다. 시간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자기’들이 넘쳐나는 게 이 세상이다. 이치에 닿지도 않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어내는 사람, 웃고 지나가도 될 문제를 침소봉대로 큰 문제인 것처럼 만들려고 하는 사람, 아예 자기의 상상력만으로 그랬을 것이라고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포털뉴스에 오르는 수많은 군상 중에서 가장 세인의 관심을 끄는 대상을 골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연예인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이다. 인기를 먹고사는 직업을 가졌기에 아무래도 세간의 여론과 세평에 귀를 기우리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같으면 신문 연예면에서 평론가들의 정식 평을 듣는 게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한 모든 네티즌들이 자칭 평론의 대가로 행세한다. 수많은 네티즌 평론은 무자비하게 헐뜯어야 관심을 끈다고 생각하고 없는 말, 있는 말 모두 동원하여 사정없이 내리친다. 한 사람이 험담을 내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너도나도 더 심한 언사와 거짓으로 구독자를 농락한다.

많은 구독자들은 이들의 엉터리 댓글에 자신도 모르게 세뇌되어 영합하는 추세다. 이러한 풍조는 소위 연예기획사에서 이 댓글로 소속 배우들의 평판을 가름하는 바로미터로 써먹어왔다. 연예인의 목줄을 쥐고 있는 연예기획사의 횡포는 배우에 대한 성추문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그 일각은 알려졌지만 일반인들의 큰 관심 밖이다. 잘못된 댓글로 피해를 입는 사람은 당연히 배우겠지만 연예사도 오판을 불러오는 댓글에 매여 피해를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로 인하여 댓글에 시달리다 우울증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연출되고 있는 게 연예계의 실상이다. 최진실이나 가수 설리 그리고 구하라 등도 댓글의 희생자로 알려져 있다. 댓글이 정상적이라면 환영해야 할 공론이 될 것이지만 악플이 난무하면서 이미 공론의 단계는 저만큼 멀어진지 오래다. 댓글은 정치인 공직자 언론인까지도 공격의 대상으로 삼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법적인 대응을 하기 때문에 악플이 대대적으로 깔리진 않는 것 같다. 연예인은 인기에 연연하다보니 법적으로도 대응이 쉽지 않으며 대행해야 할 연예사도 이를 꺼린다.

연예인 혼자서 끙끙 앓다가 자칫 독한 마음을 먹는 게 아닐까. 지난 해 10월 카카오와 포털사이트 다음이 댓글을 잠정폐지하고 인물 키워드검색어도 제공하지 않기로 한 이후 이번에는 3월5일부터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연예 섹션의 뉴스댓글을 전격적으로 폐지했다. 얼마나 많은 폐해가 있었으면 이처럼 극단적인 조치가 이뤄졌을까 생각해보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 대신 프로그램의 실시간 채팅방으로 네이버 ‘실시간 톡’을 개설하여 연예사 소속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의 시청자 반응을 볼 수 있게 했다. 이는 방송이 나가는 동안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배우 연기에 대한 지적 또는 드라마 전반에 대한 시청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살필 수 있어 댓글보다 생산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 댓글의 폐해를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포털사이트들이 여론을 오도할 수 있는 댓글 방을 폐지하여 억울한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조치는 만시지탄이 있지만 환영이다. 그동안 댓글의 폐해를 지적할 때마다 ‘알 권리’를 내세우거나 ‘보지 않으면 될 게 아니냐’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난 것부터 잘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연예관련 기사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책임 있는 방송사가 포털사이트에 질질 끌려다니는 꼴불견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아직도 유튜브에 올라오는 개인방송을 보면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거리낌 없이 쏟아 내거나 퍼오는 것들로 넘쳐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지금 우리는 예전에 상상도 못했던 세계화의 첨단에 서있다.

코로나19에 모든 세상이 정지된 듯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터넷 실력은 코로나 극복에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를 계기로 거짓으로 가득찬 SNS는 스스로 내려놓고 긍정적이고 확실한 뉴스만을 전하여 우리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꾸려 나갈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염원하지 않을 수 없다.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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