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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훈아(나훈아), 주용필(조용필), 현찰(현철), 방쉬리(방실이), 패튀김(패티김). 원조 가수 못지않게 밤무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들은 모두 합법적으로 ‘모창’을 하는 가수다. 하지만 몇 년전 가수 박상민을 ‘사칭’한 박성민은 법원에 의해 벌금형에 처해졌다. 왜 너훈아는 합법이고, 박성민은 불법일까?

검찰은 당시 가수 박상민 행세를 해온 임모 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는데, 그는 가수 박상민과 비슷한 외모(둘이 너무 닮아 담당 검사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진짜 박상민인 것처럼 신분을 속인 채 ‘립싱크’를 했고, 심지어는 가짜 사인까지 해줬다. ‘모창’이 아니라 ‘사칭’을 했던 것이다. 이에 법원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명 가수인 ‘박상민’의 이름은 가수로서 그의 특징을 알려주는 ‘표지’에 해당한다며, 임 씨가 자신이 모방 가수라는 점을 밝히지 않고, 박상민인 듯 행동한 것은 부정경쟁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독특한 모양의 수염을 기른 박 씨의 외양은 고정적 징표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했다.

당시 모창가수협회장인 주용필은 ‘박성민 사건’으로 모창 가수들의 모창 행위가 불법으로 판결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등 협회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다행히 그들의 ‘모방’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박성민의 ‘사칭’ 행위에 대해서만 불법으로 판결된 것이다. 이로써 너훈아, 주용필, 현찰, 방쉬리, 패튀김의 노래는 밤무대에서 계속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모창이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가수들은 원조이건, 짝퉁이건 실연권자로서 자신들의 음악에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초상권도 보호받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실연권자들의 권익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연권자들의 수익 배분율이 공개됐는데, 음원 수익 중 실연권자는 18%, 저작권자는 9%를 가져가는 반면, 음원 유통을 하는 멜론은 저작권자의 5배 가까이 되는 43%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말처럼, 저작권자와 실연권자는 정작 수익의 극히 일부분만 가져가는 것이 업계의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그나마 실연권자에게 좀 유리한 수익분배 구조이고, 통상적인 실연권자의 수익배분율은 5% 안팎이라고 하니, 가수들이나 연주자들이 화가 날만하다.

마지막으로 짝퉁 박상민으로 하여금 벌금형을 받게 했던 립싱크 관련 법안 얘기를 해보자. 최근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은 '립싱크 금지법'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에 따르면, 돈을 내고 입장하는 상업공연에서 가수가 사전고지없이 립싱크 혹은 핸드싱크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핸드싱크는 반주를 틀어놓고 연주하는 ‘척’ 하는 것인데, 립싱크와 함께 금지하자는 법안이다.

가요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법안은 여러 가지로 현실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장르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에서부터, 아이돌 댄스그룹이 가요계를 점령한 상황에서 이 법안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주장까지, 다양한 반대 여론으로 국회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목소리를 전자기기로 변조시키는 오토튠이나, 신디사이저 합성으로 만들어진 반주의 경우, 라이브 공연과 연주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립싱크 금지법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주장도 있다. 때문에 립싱크를 금지하는 것은 사실 법이 아닌, 도덕적인 차원에서 해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에다, 실력파 가수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가창력에 대한 대중의 수준이 높아지고 요구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금지 법안까지 발의됐겠지만, 요는 대중음악의 소비자들이 ‘진짜 가수’의 ‘진짜 열창’을 듣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요즘 가수도 가수지만, 일반 대중도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전 국민의 가수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아마도 노래방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이번 주말 저작권자와 실연권자에게 수익이 조금이나마 분배되고 있는 노래방에 가서 노래 한 곡조 뽑아보시는 것이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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