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권주자 있는 미래 세력
통상 원외정당과 전혀 달라
비대위원장 안 한다고 했다가
조기 전당대회 없고 내년 예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비대위 체제(비상대책위원회)로 돌입하는 민생당이 과연 원외정당의 현실을 버텨낼 수 있을까. 이수봉 비대위원장은 2011년 ‘안철수 현상’부터 2014년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에 민생당의 뿌리가 있다면서 원래 원외정당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충분히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  

이 위원장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수봉 비대위원장(가운데)은 민생당이 원외정당의 현실을 견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장 나오는 질문이 20석의 기성 정당 민생당이 과연 녹색당, 노동당, 미래당 등 원래부터 가치 정당으로서 원외에서 활동해온 정당들처럼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 민생당의 뿌리는 안철수 현상에서부터 시작됐다. 원외에서 시작했던 것이다. 초심이 거기에 있다”며 “그 정신이 기존 양당 정치체제에서 포괄되지 못 하는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를 정치적인 대안으로서 그 당시 안철수 현상과 국민의당과 정치세력이 있었는데 애초부터 그 성격상 원내에서 다 해소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부분이 원내 정치공학에 갇히다 보니까 말하자면 통합을 하게 되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포괄적인 국민적 요구인 민생 부분이나 이런 것들이 초점을 잃으면서 의회 시스템 안에서 갇히게 되는 게 있었다”며 “그 필연적 결과로 나온 것인데 지금 차제에 0석이 된 상황이 어떻게 보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여의도 국회를 벗어난 그런 국민의 뜻을 잘 담아서 정치적인 성과를 만들라는 그런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명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2011년 하반기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현 국민의당 대표)은 그저 서울시장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고 발언했을 뿐인데 그 보도를 접한 수많은 국민들이 안 대표를 강력한 대권 주자로 만들어줬다. 이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하고,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양보하고, 2013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된 뒤 2014년 1월 새정추를 만들 때까지 분명 정치 세력으로서 안철수계는 아직 제도권에 진출하기 전이지만 유력한 차기 집권 세력으로서 위력적이었다. 

즉 아래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①유력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 세력이 아직 원외 상태일 때
②이념과 가치를 무기로 춥고 배고픈 활동을 이어가는 원외정당
③기성 정당이 총선에서 폭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원외정당 신세가 된 상황 

현재 민생당은 분명 ①도 아니고 ②도 아니고 ③이다. ①은 실제 2014년 3월 당시 126석을 보유한 제1야당 민주당과 통합(새정치민주연합)을 이뤄냈다. 대권 주자 안 대표가 아니었다면 민주당이 새정추와 통합을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거듭해서 “원내로 들어오면서 초심이 흩어지고 갇히게 된 이런 측면이 있었다. 원외정당으로서의 한계는 애초에 출발이 새정치를 하려고 해서 모인 분들이 민생당의 뿌리다. 그분들이 다 남아 있다”고 강변했다.

이어 “지금도 40만명 이상(46만여명)의 당원이 존재하고 있고 기본적인 자산(30억원에서 100억원 사이로 추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자산과 당원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75만(정당득표율 2.71% 75만8778표) 국민의 지지라고 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초심을 살려서 제대로 한 번 해봐라는 채찍질로 이해한다”며 “처음부터 운동해왔던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당원들의 의지만 모아진다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당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피력했다. 

①일 때 모였던 사람들이 ③이 된 상황에서도 계속 남아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이 위원장이 제1야당과 1대 1 협상을 성사시켰던 유력 대권 주자가 전제된 ①의 상황을 아예 다른 ②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민생당은 비록 참패했지만 결코 깃발을 꺾지는 않았다”며 “생각해보면 새정추,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시절을 거쳐 다시 민생당으로 오는 과정에서 새로운 대안정치에 대한 사명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민생당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당”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한 세력들이 구 국민의당을 만들고 20대 국회 4년 동안 여러 당을 거쳐 민생당으로 넘어오는 과정을 돌이켜봤을 때 거대 양당이 아닌 대안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은 하나의 명분에 불과했다. 오히려 계파 갈등에 따른 분열의 결과라는 것이 훨씬 더 객관적이다. 

관련해서 이번 총선 직전 직후 공동대표였던 박주현 의원과 유성엽 의원이 사퇴하고 그밖의 김정현·홍성문 전 대변인이 탈당하는 등 그야말로 민생당을 떠나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전날(19일) 홀로 남은 김정화 민생당 대표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은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곧 원외정당이 되는 현실 때문인지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취재기자 4명과 ENG 카메라 기자 1명만 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더구나 안 대표는 지금 3석의 국민의당을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출신 이 위원장이 2013년 안 대표의 보좌관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뒤 새정추 때부터 함께 해왔던 만큼 민생당의 자산을 그대로 국민의당에 갖다 바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김정화 대표와 함께 원조 안철수계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일단 기본적으로 저희 민생당의 내부 혁신을 먼저 강도 높게 진행하겠다. 그걸 기초로 해서 민생당이 추구하는 거대한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과 뜻을 같이 하는 정치 세력이 있다면 통합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면서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위원장은 사전에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아래와 같이 3가지를 약속했다.

Ⓐ원외정당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조직 정비 
Ⓑ구체적인 정책 아젠다를 만들기 위해 ‘국민참여 정책수립 운동’ 추진 
Ⓒ조속한 전당대회 개최

다만 실제 낭독할 때는 회견문에 있는 “(Ⓒ의)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라는 대목을 읽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가급적이면 빠르게 하는 게 좋은데 현재 당이 정상적으로 전당대회를 치를만한 내적인 준비가 안 된 상태다. 전당대회를 하려면 새로운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당의 강력한 쇄신 조치들이 취해지고 당을 새롭게 이끌어갈 수 있는 새싹들이 준비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걸 6개월 정도로 목표를 두고 내년 초에 전당대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의 독자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전당대회는 최대한 미뤄둔 채 Ⓒ의 의미를 2021년으로 못박아둔 것은 결국 그 안에 국민의당과 합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하다.

실제 이 위원장은 지난주(14일)까지 당원들 80여명이 있는 단톡방에서 “최근 당 수습을 위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하여 내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 입장을 말씀드린다”며 “나보다 더 뛰어나고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다. 부디 그런 분들을 추천해주길 부탁하고 내 이름이 더 이상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주일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입장 변화의 배경에 대해 이 위원장은 “우리 당에는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다. 가급적 그런 분들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 만들어진 비대위는 강한 혁신을 할 수 있는 그런 비대위가 돼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당내에서 분열과 갈등이 있으면 안 된다. 통합된 힘으로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게 보장된다면 나도 고민해보겠다고 이야기를 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위원장 후보군에 대한) 그 논의도 책임있게 돼야 하기 때문에 지금 뭐 그냥 일부에서 말하자면 그런 데(단톡방)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고 책임있는 논의의 장에서 돼야 하기 때문에 나는 그런 데서 내 얘기가 나오고 하는 것이 불편했다. 그렇게 봐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비대위는 이 위원장 포함 5명(김정기·민인선·오창훈·이연기)으로 구성될 예정이고 20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오는 29일부터 출범한다. 또한 △서울(5월22일) △부산(5월21일) △광주(5월20일) △경기(5월21일) △충북(5월23일) △전북(5월21일) △전남(5월25일) 등에서 시도당 개편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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