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금·채무상환 위해 유상증자로 1천700억원 마련한 제주항공
코로나19 직격탄에 위기 빠진 제주항공…이스타 항공 인수 가능할까?

김포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사진=우정호 기자)
김포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자금난에 시달리던 제주항공이 위기 극복을 위해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이 여전히 더디고 유상증자에 나설 만큼 자금 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가운데 제주항공은 내달 마닐라 노선을 재개하며 국제선 수요 회복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운영자금·채무상환 위해 유상증자로 1천700억원 마련한 제주항공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운영자금 1천22억원과 채무상환자금 678억원 등 총 1천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자방식은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다.

발행예정 주식 수는 1천214만2천857주로 1주당 예정발행가는 1만4천원이다. 예정대로 신주가 발행되면 제주항공 전체 발행 주식 수는 기존 2천635만6천758주에서 3천849만9천615주로 늘어난다.

유상증자 청약일은 7월 14~15일 이틀간이며 납입일은 같은 달 22일이다. 제주항공은 7월 이내에 증자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가 진행됨에 따라 최대주주인 애경그룹도 자금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에이케이홀딩스(56.94%)와 에이케이아이에스(1.74%) 등 애경그룹 지분율이 58.68%다. 애경그룹이 유상증자 이후 기존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약 1천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제주항공 측은 이번 유상증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노력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2일 제주항공은 장 초반부터 주가가 전날보다 약 3.8%가량 떨어졌다가 마감 직전 급등하며 1% 내린 1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스타항공 여객기 (사진=이스타 항공)
이스타항공 여객기 (사진=이스타 항공)

코로나19 직격탄에 위기 빠진 제주항공…이스타 항공 인수 가능할까?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에 매출액 2천281억원, 영업손실 638억원, 당기순손실 9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1.7%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문제는 2분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의 올해 1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80억원에 불과하다. 직원 휴직 등으로 월 현금 소진액을 500억원에서 300억~400억원까지 축소했지만, 2분기 안에 모두 소진될 수밖에 없다. 

결국 증자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게 됐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타항공까지 떠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금으로 119억5천만원을 지급했고, 4월 29일 잔금을 지급하고 주식을 취득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식 취득 예정일 하루 전에 이를 연기했다. 기한을 정하지 않은 무기한 연기였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잔금도 차입을 통해 마련 중이다.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유증까지 실시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빚을 늘리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이스타항공의 사정이 좋은 상황도 아니다. 당초 이스타항공이 매물로 등장한 것도 수년간 적자가 이어진 결과였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서면서 극심한 노사갈등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을 경우 동반부실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제주항공 측은 이번 유상증자와 이스타항공 인수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 인수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김포공항 국내선 제주항공 예약부스 (사진=우정호 기자)
김포공항 국내선 제주항공 예약부스 (사진=우정호 기자)

제주항공, 내달 마닐라 노선 재개…코로나에도 유지한 도쿄·오사카·웨이하이 이어 4개로 늘어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내달 6일부터 인천∼마닐라 노선을 주 1회 운항하기로 결정하고 예약을 재개했다.

마닐라 노선 운항 재개로 제주항공의 국제선 운항 노선은 4개로 늘어나게 됐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일본 도쿄 나리타와 오사카, 중국 웨이하이 등 3개 노선을 운영해 왔다.

이번 노선 재개는 수요 회복보다는 해외 교민과 비즈니스 등 상용 수요를 고려해 이뤄진 조치로 풀이된다.

여행·관광용 수요 회복은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지만 교민과 업무 출장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을 제외한 다른 LCC들은 아직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지 않지만 예약을 받기 시작하는 등 조금씩 운항 재개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해외 각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입국제한 조치를 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서울 등 다른 LCC도 일부 노선의 예약을 열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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