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 김모 상병 현장에서 곧바로 붙잡아

 강화도 인근 해병대 부대서 총기 난사(亂射)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4일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44분 해병대 2사단 8연대 모 중대 생활관(내무반)에서 김모 상병이 총기를 난사, 하사 1명과 상병, 일병 등 3명이 죽고 상병 2명과 이병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총을 쏜 김 상병도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3명은 현재 강화병원과 김포시내 우리병원, 뉴고려병원에 각각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군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될 예정이다. 정확한 부상 정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병대 사령부는 이날 총기를 난사한 김모 상병을 현장에서 곧바로 붙잡아 총을 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방서도 119 상황전파를 받고 긴급 구급·구조팀을 경찰과 함께 사고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경찰 측 관계자는 “모두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접수했으며, 사건 파악 등을 위해 부대 측과 협의하는 상태”라며 “부상자를 제외한 사망자 시신은 아직 부대 안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군 장병에 의한 총기 난사사고는 2000년 이후 비교적 뜸했지만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종종 발생했다. 1996년에는 4건의 총기 난사사고로 병사 4명이 숨지고 민간인 1명을 포함, 20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사망자 3명의 시신은 현장에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유가족이 도착해 확인한 뒤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를 난사한 김 상병이 부상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총기를 난사한 뒤 밖으로 나가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을 시도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병대는 사건 조사반을 구성해 현장에 투입,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 사상자 ▼

◇사망자
이승훈 하사(25), 이승렬 상병(20), 박치현 상병(21), 권승혁 이병(20)

◇부상
권 혁 이병(19)

사건 재구성

점심시간을 앞둔 4일 오전 11시 44분, 강화군 길상면 선두 4리에 있는 모 해병부대. 해병대 김모(19) 상병이 생활관(내무반)에서 돌연 K-2 소총을 꺼내 들어 난사(亂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승훈(25) 하사와 이승렬(20) 상병, 박치헌(21) 상병, 권승혁(20) 이병이 쓰러졌다.

이때 총소리를 듣고 생활관 입구 쪽으로 달려간 권혁(19) 이병은 김 상병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발포로 달아오른 총신(銃身)을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이 상태로 권 이병은 김 상병을 내무반 밖으로 밀쳐냈고, 안에서 문을 잠갔다. 오른쪽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에 2발의 총알을 맞았지만, 굴하지 않았다. 목숨을 건 권 이병의 이 행동으로 당시 내무반에 있던 10여명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권 이병에게 저지당한 김 상병은 생활관 근처 격실로 갔다. 그는 이곳에서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을 기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이상은 권 이병을 치료한 경기도 김포 뉴고려병원과 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재구성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오후 1시11분쯤 권 이병이 병원에 실려왔지만 의식은 그대로였다”면서 “그는 왼쪽 손바닥에 화상을 입었고,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에 총알 2발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X레이 촬영결과, 권 이병은 오른쪽 사타구니 쪽에 10cm가량의 상처가 났고, 왼쪽 팔목에 금속파편이 박혀 있었지만 뼈는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뉴고려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권 이병은 이후 헬기편으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권 이병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날 생활관에서 총격을 받고 쓰러진 이승훈 하사, 이승렬 상병, 박치헌 상병, 권승혁 이병 등 4명은 안타깝게 모두 목숨을 잃었다. 박 상병은 강화병원에서 응급처치 후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군 관계자는 “총기를 발사한 김 상병은 근무자 교대 시 총기보관소에서 소총과 실탄, 수류탄을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작년 7월 입대한 김 상병은 지난 5월 해병대 2사단 강화도 해안 소초로 전입해왔다. 일각에서는 총기 난사 범행을 저지르기까지의 두 달 사이에 김 상병이 가혹행위 등 모종의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 상병은 얼굴과 관절 등에 상처를 입고 응급처치를 받은 뒤 국군 대전병원으로 이송돼 격리치료와 함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송과정에서 심한 난동을 부려 진정제를 맞기도 한 그는 현재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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