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빵인(人)을 위하여』 펴낸 남상광 시인

사진 제공 / 남상광 시인
사진 제공 / 남상광 시인

 

덤에 관하여

남상광

 

참외를 사는데

하나 더 달라 하고 싶은데

남자가 말하기 참 쉽지 않다

주저주저 하다 돌아서는데

참외장사가 나를 부른다

참외를 사는데 하나를 더 준다

한편 기분이 좋으면서도

먼저 말하지 못한 게 좀 꿉꿉하다

배낭에 가득 채우고 걷는데 룰루

발걸음이 가벼우면서 랄라

그런데 등이 무거워진다

폼 나게 걸으려니 허리까지 뻐근하다

엉덩이에 힘을 불끈 넣고 걸어본다

저절로 허벅지와 가슴까지 힘이 들어간다

이거 제대로 된 전신운동이다

덤으로 얻은 참외 하나가

내 몸과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고까짓 게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도 있는

덤이란 그런 것이다

                  

                                                                 - 남상광 시집 『빵인(人)을 위하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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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감상하다 보면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듯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마음이 가는 그림 속 길을 따라 가게 된다. 그 길 끝에는 따스하게 내미는 손 하나 있다. 이것은 어쩌면 시를 잠잠히 사유하다보면 얹혀오는 덤의 맛이다. 덤! 이 한 글자가 주는 의미를 생각하노라니 형언키 어려운 정겨움이 가슴에 뭉클하다. 가뜩이나 마음 버거운 요즘, 덤! 덤이 그리운 시절! 뜻하지 않게 찾아와준 시집 한 권은 유난히 지난했던 여름 끝의 덤이었다. 덤이라는 단어에 빙그레 웃음이 나오는 푸근함! 위 시에선 덤을 받은 마음만 진술되어 있는 듯하지만 이면의 덤을 준 참외 장수의 마음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참외하나를 더 받고 싶어 하는 손님의 마음을(굳이 불러 세워서) 헤아려준 마음, (혹자는 상사속이라고 할지도 모르나)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본다. 주는 마음이 참외향보다 그윽하지 않은가? 고작 참외 한 개를 더 주고받았을 뿐인데 이렇게 근사한 시도 낳았지 않은가? 덤이란 그런 것이다. 덤은 덤을 파생시키고 또 환생하는 것, 이 난국에도 우리 모두가 덤을 주고받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멀지 않은 날 우린 맑은 하늘 아래 설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배려하고 고통마저 함께 나누는 마음이야말로 이 시절 우리에게 필요한 최상의 덤이 아닌지 싶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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