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금리 통장·최저 2%대 신용대출...중·저신용자에 문턱 낮춰
마이너스통장·비상금대출도 출시...인터넷전문은행 3사 격돌 예상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대출가뭄 속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지난 5일 정식 출범했다. 연 2%대 금리통장과 최저 2%대 신용대출로 금융업계에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다.

토스뱅크는 파격금리로 모든 금융 고객을 품는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이를 두고 기존 금융업계도 디지털 전환에 발 빠른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은 이단아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토스뱅크가 이날 공개한 신용대출 상품의 최저 금리는 연 2.76%, 최대한도는 2억7천만원으로 다른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연소득 이내 제한’ 조치가 적용될 전망이다. 사용한 만큼 이자가 붙는 ‘마이너스통장’과 최대 300만원 한도의 ‘비상금 대출’도 함께 출시했다.

토스뱅크는 파격금리로 모든 금융 고객을 품는다는 야심찬 전략으로 5일 출범했다. (사진=김상미 기자)
토스뱅크는 파격금리로 모든 금융 고객을 품는다는 야심찬 전략으로 5일 출범했다. (사진=김상미 기자)

토스뱅크는 이날부터 조건 없이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 통장 가입과 전월 실적 조건 없이 매달 최대 4만6천500원을 돌려주는 체크카드 발급도 시작한다고 밝혔다.

토스뱅크는 2017년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2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차례로 문을 연 뒤 4년 만에 탄생한 세 번째 인터넷은행이다.

인터넷은행은 점포 유지비용이 들지 않고 인건비 절감이 가능해 시중은행보다 경쟁력 있는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제공이 가능하다. ‘후발 주자’인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수신상품 금리와 최저 수준의 신용대출 금리를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토스뱅크가 이날 공개한 신용대출 상품의 최저 금리는 연 2.76%로, 이는 3∼4%대 금리로 이미 올라선 5대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카카오뱅크(2.86%), 케이뱅크(2.87%)보다 낮다. 대출 한도는 2억7천만원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신생 은행이라 당국의 규제에서 한발 비켜나 있게 되면서 대출 수요가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토스뱅크의 수시입출금 통장 금리도 2.0%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연 1.5%를 크게 웃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사전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110만 명이 넘는 고객이 몰렸다.

토스뱅크는 별도 앱 없이 기존 토스 플랫폼을 활용해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 앱 전략’에 따라 토스 앱 하나에서 보험, 증권, 자산관리 등 기존 서비스와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토스뱅크는 사전신청 참여 고객을 시작으로 이날부터 수신·여신 상품 판매, 체크카드 발급 등 순차적인 뱅킹 서비스 오픈에 나선다. 지난달 10일 시작된 사전 신청에는 이날 오전 1시까지 총 116만명의 고객이 몰렸다.

고객들은 사전 신청에 참여한 순서대로 알림메시지를 받으며, 토스뱅크 가입 절차를 거친 뒤 통장 개설과 신용대출 조회·실행, 체크카드 발급 등 모든 서비스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토스뱅크는 100만명이 넘는 사전신청 고객 모두 가급적 10월 중으로 전체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날 공개된 ‘토스뱅크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최저 연 2.76%에서 최고 연 15.00%(5일 기준)로 폭넓게 설정됐다. 최대한도는 2억7천만원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권고한 대로 토스뱅크도 ‘연소득 100% 이내 범위’로 신용대출 한도를 제한할 예정이다.

토스뱅크 신용대출은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전용 상품 구분 없이 단 하나의 상품만 내놨다. 토스뱅크는 “고신용자는 물론이고 중·저신용자와 1천300만명의 신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에게도 공정한 신용평가를 거쳐 합리적인 금리와 대출 한도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토스뱅크는 직장인, 자영업자, 프라임·중금리 대출 등의 구분 없이 단 하나의 신용대출 상품을 통해 최적의 대출 금리와 한도를 제공한다”며 “중·저신용자를 포함해 폭넓은 고객을 포용하는 정책을 통해 은행 문턱을 낮췄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대 1억5천만원 한도의 ‘토스뱅크 마이너스통장’, 최대 300만원 한도의 ‘토스뱅크 비상금대출’ 상품도 함께 공개됐다.

토스뱅크는 고객이 단 한 번의 조회만으로 대출 한도와 금리를 확인하고, 한 번의 승인으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대출 고객의 신용 점수가 개선돼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면 토스뱅크가 먼저 ‘상시금리인하요구’를 실행하라는 알림을 보내준다.

토스뱅크는 올해는 일단 신용대출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내년에 전세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내년 이후 선보일 예정이다. 라이선스를 획득해 신용카드 사업도 할 예정이다.

당면한 최대 과제는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확대다. 토스뱅크는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해 말 34.9%, 내년 말 42%, 2023년 말 44%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토스뱅크는 향후 증자 등을 통한 자본 확충에도 나설 예정이다. 현재 토스뱅크 자본금 2천500억원과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 규제(8.5%)를 고려하면 최대 대출 규모는 3조원 수준으로, 대출 규모를 더 늘리려면 향후 유상증자가 필요하다.

홍 대표는 증자 계획에 대해 “사업계획에서 향후 5년간 1조원 증자 계획을 공유했었는데 이 부분이 베이스라고 봐주시면 된다. 시장에서 높은 수요와 고객 모집이 흥행할 경우 등에도 대비가 돼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며 “서비스 중단 없이 빠르게 더 큰 금액을 증자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주주사들과 사전 협의가 돼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파격금리 앞세운 토스뱅크의 출격으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써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토스뱅크는 별도의 은행 전용 앱을 만들지 않고 기존 토스 앱을 사용하는 ‘원 앱 전략’을 통해 2천만명이 넘는 토스 사용자를 최대한 토스뱅크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홍 대표는 카뱅·캐뱅과 차별점에 대해 “고객이 노력해서 공부하고 시간 써서 발품 팔아야 했던,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던 상품 중심의 기존 은행 서비스를 가장 단순화된 고객 중심 형태로 재편한 점, 시장에서 가장 좋은 혜택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은행 사업모델을 갖춘 점”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각각 ‘1천700만 고객’, ‘가상화폐 제휴 효과’ 등을 적극 활용하며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총 1천717만명(8월말 기준)의 고객을 보유한 카카오뱅크는 연말·연초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코스피 상장을 기점으로 펀드, 보험, 마이데이터 등으로의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고객 수 660만명(9월말 기준)의 케이뱅크는 가상화폐 거래소 1위 ‘업비트’와 제휴 효과로 풍부한 수신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회사인 KT와의 시너지를 적용한 여·수신 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케이뱅크가 자본금 부족에 따른 대출영업 중단 등으로 작년 상반기까지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그간 카카오뱅크가 ‘나 홀로 질주’를 했다. 그러나 케이뱅크가 영업 재개 1년 만에 정상 궤도에 진입했고 이번에 토스뱅크까지 합류하면서 이제부터 경쟁다운 경쟁이 이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인터넷은행 3사의 첫 격전지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대출 시장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중금리 대출 실적을 늘리지 않을 경우 신사업 진출에 제한을 두겠다고 경고하며 중금리 대출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에서 향후 3년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 계획을 제출받아 공개하기도 했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년 내 40%를 넘긴다는 계획을 냈다. 올해 말 34.9%, 2022년 말 42%, 2023년 말 44%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3사 중 가장 높은 목표치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 20.8%, 2022년 말 25%, 2023년 말 30%로 확대하기로 했고, 케이뱅크는 올해 말 21.5%, 2022년 말 25%, 2023년 말 32%까지 늘리기로 했다.

최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신규 대출을 받은 중저신용 고객에게 이자를 환급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며 대출 공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별도 중금리대출 전용 상품을 내놓지 않고 하나의 신용대출 상품으로 중·저신용자에게도 대출을 내주겠다고 밝혔다. 변별력 있는 신용평가모델(CSS)을 내세우면서다.

직장인, 자영업자, 고신용자 대상 대출, 중금리 대출 등으로 신용대출 상품을 구분하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및 시중은행들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토스뱅크는 “업권 구분 없는 신용 데이터와 비금융 대안 데이터를 고루 분석한 새로운 CSS가 중·저신용자의 대출 상환 능력을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대출 승인율을 끌어올리고, 기존 1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웠던 이들 중 약 30%를 ‘건전한 중·저신용자’로 발굴해 토스뱅크 고객으로 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홍 대표는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인 경우에도 1∼3등급의 우량 비중으로 편입되도록 기회를 발견했다는 점이 기존 은행들과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신 파일러(Thin filer; 금융이력 부족자) 포용을 위해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사용했던 제2금융권(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 등)의 모든 데이터를 확보해 포용했으며, 통장이용 내역, 가맹점 결제 데이터 등 여러 데이터로 상환 능력과 부실률 예측을 도출하는 모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한편 토스뱅크는 만기나 최소 납입 금액 등 아무 조건 없이 연 2%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입출금 통장인 '토스뱅크 통장' 가입도 받는다. 이자는 금액을 예치한 날로부터 일수에 비례해 계산돼 매달 지급한다.

토스뱅크는 예·적금 구분을 없앤 대신 이 통장에 ‘나눠서 보관하기’, ‘잔돈 모으기’, ‘목돈 모으기’ 기능을 넣었다. ‘토스뱅크 통장’ 하나만 갖고 있으면 필요할 때 언제든 이 기능들을 켜고 끌 수 있다. 이날 가입을 받기 시작한 ‘토스뱅크 체크카드’는 전월 실적 등 조건 없이 시중은행 최고 수준의 혜택을 제공한다.

커피·패스트푸드·편의점·택시·대중교통 등 생활밀착형 5대 카테고리에서 결제하면 매달 최대 4만6천500원을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해외에서는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사용액의 3%를 즉시 캐시백한다.

또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한 OTP(일회용 비밀번호) 기능을 탑재해 휴대전화 뒷면에 체크카드를 접촉하면 안전하고 손쉽게 고액 송금이 가능하게 했다.

홍 대표는 “토스뱅크는 조금 더 나은 은행이 아닌 ‘새로운 은행’이 되고자 한다”며 “은행은 ‘원래 그럴 수밖에 없다’는 여러 고정관념에 대해 ‘사용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 답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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