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석방 교섭을 위해 4일 평양을 전격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났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워싱턴 귀환 길에 두 여기자와 동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됐는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윤국한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좌)과 김정일 위원장(우)의 면담
평양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좌)과 김정일 위원장(우)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지난 1994년 제1차 북 핵 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이어 미국의 전직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가 됩니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과 만나 북한의 핵 개발로 극도의 대립 상태에 있던 미-북 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4일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미-북 간 공동 관심사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사의를 표하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두 사람의 면담에는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대남 담당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저녁에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해 만찬을 주최했으며, 만찬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4일 저녁 `조선중앙방송’의 보도를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도착 사실을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 아나운서>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일행이 비행기로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평양의 순안공항에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 등 북한 측 인사들의 영접을 받은 뒤 화동으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전달받았습니다.
백악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 대해 “억류 중인 미국인들의 석방을 위한 전적으로 개인적인 활동’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습니다.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수행하고 있는 미 행정부 관리도 “미국의 관심사는 여기자 억류 문제를 성공적으로 매듭짓고 그들의 안전한 귀환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리는 또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체류가 짧을 것이라고만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여기자 문제는 핵 문제와 대북 제재 등 다른 현안들과 별도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혀온 지금까지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입니다.
북한은 최근 미-북 간 뉴욕채널과 여기자들의 전화통화를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을 특사로 평양에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 측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 되며,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귀국 길에 두 여기자와 동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케이블 방송인 `커런트 TV’ 소속인 유나 리와 로라 링 두 기자는 지난 3월17일 북-중 국경지역에서 취재 중 북한 군 병사들에 의해 체포돼 현재 1백40일째 억류돼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6월 초 재판을 통해 두 여기자에게 불법월경과 적대행위죄를 적용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미국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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