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아열대로 변한 한반도 기후… 물폭탄에도 버티는 체제 갖춰야

한반도가 아열대기후로 변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7월의 장마와 8월의 무더위로 이어지던 기상패턴은 이제 과거형이다. 여름철 태풍도 동해상이 아닌 서해상을 따라 북상하고 있다. 기상이변에 대비한 치산치수는 국가 업무의 근본이다. 그나마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덜한 것은 4대강살리기로 인한 준설효과가 크다.

지난 7월 쏟아진 집중호우로 서울 서초구 우면산이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쏟아진 집중호우로 서울 서초구 우면산이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올 여름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한반도에서 벌어진 기상이변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지난 여름 석 달 동안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평균 1천30밀리미터의 비가 쏟아졌다. 중부지방에서는 1천3백15밀리미터의 비가 퍼부었다. 평균적으로 1년 동안에 내릴 비가 지난 석 달 동안 한꺼번에 쏟아진 격이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장마기간인 6월 22일부터 7월 17일 사이에 서울에서는 8백밀리미터의 폭우가 내렸다. 특히 한강 유역인 경기도 양평에는 1천밀리미터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1년 강수량의 70퍼센트에 해당되는 비가 한꺼번에 하늘에서 쏟아진 셈이다. 가공할 만한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많아진 강수량… 깊어진 4대강으로 홍수 예방

그러더니 장마가 끝난 7월 하순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다시 집중호우가 내렸다. 지난 7월 27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서는 산사태가 나 모두 18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강남역 등 서울 한복판의 저지대는 빗물로 침수됐다. 도로가 물에 잠겨 교통대란은 물론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기후로 변해 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지난 10여 년 사이 지구온난화로 생긴 변화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날씨 특징 역시 눈에 띄게 변해 가고 있다. 장기간 축적한 데이터를 기본으로 기상을 예측하는 사람으로서 곤혹스럽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한때는 장마철을 ‘제5계절’이라고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7월까지는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다가 8월이면 무더위로 이어지는 패턴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턴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제는 여름철 장마기간이 따로 없다. 6월부터 8월이 아예 ‘우기(雨期)’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수시로 비가 오고 있다.

또한 올 여름 특징을 보면, 장마가 일찍 시작되고 일찍 끝났다. 남부와 제주지방은 평년과 비슷하게 한 달 정도 장마가 이어졌다. 하지만 중부지방은 장마기간이 평년보다 1주일가량 짧았다.

또한 장마기간에는 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 며칠씩 비가 왔다. 그러다 잠시 소강상태가 되며 쉬어 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올해는 소강상태 없이 끊임없이 비가 이어졌다. 서울의 경우 지난 6월에 9일간 연속으로 비가 내리는 신기록을 세웠다.

6월과 7월에는 주로 장마전선의 영향권에서 비가 오지만 8월로 접어들면 한반도 전역에 대기불안정 상태가 지속되면서 국지적 집중호우가 쏟아진다. 이 때문에 최근 10년 사이에는 7월보다 8월의 강수량이 많아지는 이변도 나타나고 있다.

예년과 다른 태풍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통상 한반도 부근까지 북상하는 태풍 가운데 대부분은 동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일본을 향해 이동한다. 하지만 올 여름 한반도 부근까지 북상한 제5호 태풍 ‘메아리’와 제9호 태풍 ‘무이파’ 등 2개의 태풍은 이례적으로 서해상을 따라 진출했다.

이들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많은 비가 내린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더욱이 태평양상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숫자는 줄어든 반면 한반도까지 북상해 직간접 영향을 주는 태풍의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예년에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흉포해진 것이다.

태풍의 움직임도 예년과 달리 흉폭해져

이처럼 우리가 경험한 지난 여름 한반도 강수 형태는 이제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 될 수도 있다. 인류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에도 기상이변과 기후변화의 위협은 전혀 줄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미국의 토네이도와 허리케인을 비롯해 장마와 태풍, 국지성 집중호우로 이어지는 우리나라까지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국가 업무 가운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다. 중국의 고대 황제 요(堯)임금은 아들이 아니라 황하(黃河)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순(舜)임금에게 결국 제위를 물려줬다. 순임금 역시 치수에 능한 우(禹)임금에서 제위를 승계했다. 치수에 능한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 온 것이다.

반대로 치산치수에 실패할 경우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불안을 조성했다. 나아가 국가 안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결국에는 나라가 멸망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세계사의 교훈이었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구상의 모든 나라는 물관리에 많은 힘을 쏟아 왔다. 4대강살리기 사업을 하는 까닭도 그 일환이다.

“치산치수는 동서고금 막론하고 중요”

그나마 우리나라의 경우 1백년 만에 나타난 올 여름 집중폭우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집중호우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비교해 크게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4대강살리기 사업에 따른 준설 효과와 선진 기상방재 시스템이 작동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기상청은 국토해양부와 국방부 등이 갖고 있는 기상레이더 25대의 자료를 융합하여 공동 활용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 활용하기 시작한 천리안 기상위성과 슈퍼컴퓨터를 기상예측에 이용하는 것도 모두 강수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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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는 10월 말 마무리될 4대강살리기 사업은 매년 늘고 있는 가공할 만한 여름철 강수에도 홍수피해를 줄일 것이다. 4대강 주변의 상습침수 지역에서 올 여름 같은 강수량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없었던 것은 엄청난 비의 양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강의 수용 범위가 늘어난 원인도 있다.

해마다 새로운 기상기록이 만들어지는 기후변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과학적인 정보생산은 물론이고 정보를 활용한 최선의 방재대책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줄 것이다.

글·조석준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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