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에 상품권…박영준에 향응 제공"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에게 10억대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이 신 전 차관을 통해 청와대 비서관 K씨와 행정관 L씨에게 5천만원 상당의 상품권 중 일부를 건넸다고 22일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현 정부 실세로 꼽혔던 박영준(51)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국무총리실 차장 시절 일본을 방문했을 때 SLS그룹 일본지점 간부를 통해 식비와 술값 등 여행경비 400만~500만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루뭉술하게 도합 5천만원으로 상품권을 준 두 명이 더 있다"면서 "2008년 추석과 2009년 설 연휴를 앞두고 신 차관이 `청와대 K 비서관과 L 행정관, 그리고 기자들에게 상품권을 줘야겠다'고 해서 각각 3천만원과 2천만원어치 상품권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상품권이 실제로 K 비서관 등에게 전달됐는지는 알지 못하며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무총리실에서 박영준 차장이 일본에 출장을 가니 밥과 술을 사라고 먼저 연락이 와서 '누군데 모르는 기업에 전화하냐'고 했었다"며 "어쨌든 회사 일본지점에서 비용을 댄 걸로 아는데 일본은 밥값이 비싸서 400만~500만원은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거론된 인사들은 "전혀 모르는 일이다. 사실무근이다"라고 일축했다.

박영준 전 차관은 "이국철이라는 사람은 생면부지다. 얼굴 한 번 본적 없고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며 "현 정부에 악이 바쳐서 그러는지..도대체 왜 그런 말을 꾸며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전달한 돈에 대해서는 "2003년 6월께부터 창원지검에서 수사를 받기 시작한 2009년 9월 직전까지 매월 주기적으로 돈을 전달했는데 달러도 좀 있었고 중간에 돈 전달자도 있었다"며 "차관 재직 시에도 거의 매달 1천만~2천만원 정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인카드는 별개로 매달 700만원 정도씩 1억원쯤 썼다. (신 전 차관이) 사인을 한 전표도 있는데 검찰에 가면 공개하겠다. 법인카드 전표에는 밝히지 못할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과 이틀 전 통화했는데 "'나는 다 내렸으니 형님도 내려놓으시죠'라고 했더니 재민이형이 '안타깝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자신이 경영하던 SLS조선 등 2조4천억원짜리 회사를 어떻게 하루 아침에 없앨 수 있느냐면서 "검찰에서 많은 수사를 했고 임직원 가족이 거리에 나앉았는데 지금 다른 수사기관에서 다시 수사를 하고 있다. 그 기관은 통영해양경찰"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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