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관재 성경린 선생 추모공연, ‘다시 태어나도 아악의 길로’

성경린 선생은 모든 면에서 아악의 화신처럼 느껴졌다. 그분은 인간 자체가 아악인 것처럼 느껴진 유일한 분이다. 그 분의 말씀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이 아악이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해방 후 우리 전통 예술을 돌아볼 여유가 없던 혼란했던 시절에 강인한 의지로 소남 이주환 선생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 국립국악원과 국악사 양성소를 열며, 예술가로 교육자로 때로는 후배를을 위한 저술가로 한평생 아악을 위해 헌신한 故 관재寬齋 성경린成慶麟 선생.

국립국악고등학교 총동문회는 올해 故 관재 성경린 선생의 탄신 100주기를 맞아 오는 10월 6일(목) 오후 7시에 국립국악고등학교 우륵당에서 추모음악제 '다시 태어나도 아악의 길로' 를 펼친다.

1911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2008년 향년 98세의 일기로 작고할 때까지 오직 국악을 위해 평생을 바친 국악계의 산 증인이었다. 1931년 이왕직아악양성소를 수료하고, 아악수, 아악수장, 아악사, 아악사장 등을 지냈으며, 1961년~1972년 국립국악원장, 1972년~1977년 국립국악고등학교 교장과 대한민국 예술원 종신회원, 중요무형문화제제1호 종묘제례악 예능보유자였으며, 문화포장과 국민훈장 모란장, 방일영국악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0년 선생의 구순 기념 행사에서 그는 국악진흥발전에 공이 큰 후학들을 위해 사비 1억 700만원을 털어 관재국악상을 제정 했고, 『조선의아악』과 같은 저서를 통해 국악의 정리에도 힘을기울였다. 또한, 선생이 쓴 「여민락」이라는 글은 너무나 아름다워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한양대 김영운 교수의 사회로 그가 평생을 함께 했던 아악곡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종묘제례악 보존회 30여명의 회원이 ‘종묘제례악 중 희문, 기명, 귀인, 영관’을, 선생이 전공했던 거문고 소리를 기억하는 제자, 또 그의 제자 40여명이 함께하는 ‘수연장지곡(밑도드리)’을 연주한다.

아울러 국립국악고등학교 30여명의 재학생들이 ‘왕실의 번영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기 위하여 왕비 또는 왕이 직접 춤을 춘다’는 내용을 담은 창작 무용 '태평무'를 공연하고, 국립국악원 정악연주단(집박: 이세환)은 아악의 백미라 일컫는 관악합주 '수제천'을 무대에 올린다.

국악고등학교 총동문회장 이화여대 홍종진 교수는 "6.25 동란으로 국악원이 부산으로 피난했다 다시 상경하는 그 힘든 순간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국악원을 퇴임하시고도 항상 출근하시며 후학을 돌보셨던 선생께서 떠나신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며 그 후를 이어가야할 우리는 더욱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감회를 전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예술회원 황병기는 "일제강점기의 참담한 세월과 8.15광복 후의 혼란된 역사 속에서도 묵묵히 아악을 지켜온 성경린 선생 같은 악사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전통음악은 그 법통을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져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라며, "이번 추모음악제가 우리음악의 정통을 일깨우고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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