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한강·영산강은 10월중 순차 개방…낙동강은 연내 개방예정

4대강 자전거길이 10월부터 순차적으로 개방돼 올 연말이면 4대강변을 따라 가는 자전거여행길이 완성된다. 보다 편리하고 보다 안전하게 4대강 자전거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9월부터 자전거 전문가와 동호인 등이 참여하는 4대강 자전거길 사전점검을 위한 종주 행사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1박2일의 금강 종주에 나선 자전거길 사전점검단 일행이 종주 첫날인 9월 28일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 공주시 월송동을 지나고 있다.
1박2일의 금강 종주에 나선 자전거길 사전점검단 일행이 종주 첫날인 9월 28일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 공주시 월송동을 지나고 있다.

곡식이 영글어 가는 논산평야의 황금빛은 흐린 날씨에도 선명했다. 농로에 늘어선 코스모스꽃들이 가을임을 알리고, 탐스런 호박이 논둑 가득이다. 평야를 가로 흐르는 금강변 자전거길엔 느릿하게 지나는 자전거 행렬이 어우러져 가을 강변은 한 폭의 그림같았다.

가을비가 곱게 들판을 적신 9월 29일 오후 충남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앞마당에는 이틀간의 금강 종주를 마친 일단의 자전거족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10월에 있을 금강 자전거길 개방을 앞두고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실시한 이틀간의 사전 종합점검단이다. 이용자 입장에서 문제점을 찾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이번 점검 종주에는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그리고 자전거동호회원 등 90여 명이 참여했다.

금강은 지난 9월 28~29일 이틀간 사전점검 종주

안전주행을 위해 설치된 4대강 자전거길 표지판.
안전주행을 위해 설치된 4대강 자전거길 표지판.
이번 점검 종주는 대전 서구 만년동 한밭수목원을 출발하여 금강 자전거길 시점인 금강하굿둑까지 총 1백71킬로미터 구간에서 이뤄졌다. 주요 점검사항은 ▲자전거길의 시공 상태 ▲기존도로를 이용한 우회·임시노선 정비 ▲안내표지판, 편의시설 설치 등이었다.

종주 참가자들은 첫날인 9월 28일 오전 10시 대전 한밭수목원을 출발해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를 거쳐 부여 왕흥사지까지 1백킬로미터 구간의 자전거길을 달렸다. 이어 둘째날에는 부여 왕흥사지를 출발해 근대의 풍경을 간직한 강경포구, 영화 촬영지이기도 한 신성리 갈대밭 등을 거쳐 웅장한 풍모의 금강하굿둑까지 71킬로미터를 달렸다.

“정말 이런 자전거길은 처음 달려 봅니다. 일반도로나 국도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항상 위험을 염두에 두어야 했는데, 이렇게 금강을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려 보니 너무 좋습니다.”

이틀간의 금강 종주에 참가한 대전자전거동호회의 남인규(64·대전 서구 정동)씨의 감탄어린 평가였다. 그는 “물론 구간에 따라 노면의 요철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고 쉼터가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특히 공주 공산성 아래 금강대교에서 금강하굿둑까지 내려오는 자전거길은 일품”이라고 극찬했다.

1. 금강 종주 이틀째인 9월 29일 부여군 양화면 내성리를 지나는 금강 종주점검단. 2. 드디어 목적지다! 금강하굿둑 인근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으로 종주점검단의 자전거들이 도착하고 있다.
1. 금강 종주 이틀째인 9월 29일 부여군 양화면 내성리를 지나는 금강 종주점검단. 2. 드디어 목적지다! 금강하굿둑 인근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으로 종주점검단의 자전거들이 도착하고 있다.
 
이번 금강 종주에 참여한 또다른 대전자전거동호회원인 정윤석(45·대전시 유성구 봉명동)씨는 “종주 기간 이틀째 비가 좀 와서 아쉬웠지만 전체 구간은 자전거도로로서 괜찮았다”며 “다만 공주에서 부여로 넘어올 때 심한 커브길이 있었는데, 그 구간에는 보호벽이 필요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심한 커브길엔 보호벽을” 즉석에서 시정 건의도

그 역시 금강 자전거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구간으로 부여군 양화면의 웅포대교부터 금강하굿둑에 이르는 코스를 꼽았다.

“신성리 갈대밭을 지나 금강하굿둑 즈음 해서는 강폭이 넓어지니 강인지 바다인지, 마치 해안길을 달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씨는 금강하굿둑 구간 이외에도 세종보서부터 공주까지 구간도 ‘달릴 맛 나는 자전거길’로 들었다. “세종보 인근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공주로 들어와 시내로 우회하는 구간에서는 무령왕릉 등 백제문화유적도 돌아보고 다시 강변의 자전거길로 돌아오면서 여러가지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3 9월 20일 광주 서구 유덕동 구간을 지나는 영산강 자전거길 사전 점검종주 모습. 4 낙동강 자전거길 개방을 위한 사전점검은 10월 11일부터 사흘간 실시된다. 사진은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지구.
3. 9월 20일 광주 서구 유덕동 구간을 지나는 영산강 자전거길 사전 점검종주 모습. 4. 낙동강 자전거길 개방을 위한 사전점검은 10월 11일부터 사흘간 실시된다. 사진은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지구.

부여지역 자전거동호회인 ‘부여자전거사랑’의 이종현(51·부여군 양화면 수원리)씨는 “그간 농로밖에 없던 금강하구 지역에 이렇게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져 기쁘다”며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구간을 잇는 우회도로의 경우 아무래도 자전거 전용도로보단 안전성이 떨어지므로 가능하면 앞으로 우회도로 대신 자전거 전용도로를 신설했으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크게 아스팔트, 콘크리트, 흙 포장 구간으로 이뤄진 금강 자전거길에 대해 전반적으로 콘크리트 구간보단 아스팔트 포장길이 달릴 때 느낌이 더 부드럽다는 데 평이 모아졌다. 그런데 금강 자전거길 종료 지점이 위치한 사천군내 흙 포장 구간에 대한 평은 ‘좋다’는 평과 ‘불편하다’는 평으로 엇갈렸다. 흙 포장은 밑바닥에 자갈 등 기층안정재를 쌓은 다음 흙을 덮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남인규씨는 “흙길이 달리기에 편하고 자연의 정감을 살린 점이 좋았다”면서도 “비가 와서 군데군데 물이 고여 조금 불편했다”고 평했다. 또 정윤석씨는 “신성리 갈대밭부터 이어진 흙길이 운치는 있지만 유지보수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틀간의 금강 자전거길 종주에 직접 참여한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이승호 청장은 “이번 금강 자전거길 종주를 통해 실제 이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자전거길 시공 상태와 안내표지판, 안전·편의시설 등을 점검하고 장점과 보완할 점을 다양하게 들었다”며 개방 전에 완벽하게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한강은 9월 6일·영산강은 9월 20일 각각 종주 점검

금강 자전거길 종주 점검에 앞서 한강과 영산강에서도 사전개방에 대비한 자전거길 종주 점검이 이뤄졌다.

한강 자전거길에 대한 점검은 9월 6일 이뤄졌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지자체 관계자 등, 그리고 자전거동호인 60여 명은 이날 탄금대의 충주 무술테마공원을 출발해 충주조정지댐~남한강교~섬강교~강천보~여주보~당남지구~이포보~양평 양근리섬으로 이어지는 1백킬로미터 코스를 종주했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신라의 악성 우륵의 설화가 어린 탄금대를 비롯해 여주 신륵사, 양평 두물머리 등 곳곳이 명승지와 절경이다. 게다가 4대강살리기로 만들어지는 보(洑)들도 한강의 대표적인 정경으로 가세해, 여주보의 경우 추석연휴 때 가 보고 싶은 ‘4대강 베스트 10’에 꼽히기도 했다.

9월 6일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을 지나는 남한강 자전거길 사전점검 종주단이 이포보를 배경으로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9월 6일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을 지나는 남한강 자전거길 사전점검 종주단이 이포보를 배경으로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남한강 종주 점검에 참여한 김기헌 서울시사이클연맹 부회장은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유럽도 다녀 봤지만 유럽의 경우 도심생활형 자전거도로가 많다”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자연과 어우러지는 전국연결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진 것은 반갑고도 경이롭다”고 말했다.

자신을 ‘자전거 애호가이자 토목기술자’라고 소개한 김 부회장은 “4대강 자전거길이 이왕이면 더 잘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자전거동호인으로서 바람이 더 있다면 타는 재미를 좀 더 느낄 수 있는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의 조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또 제방 위로 지나는 코스가 길다 보니 그늘이 적어 아쉬웠습니다. 눈으로 보는 정경뿐 아니라 피부와 코로 느낄 수 있는 녹음의 향기, 그리고 몇 세대 이상 갈 수 있는 내구성만 갖춰진다면 대대손손 전달되는 유산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9월 20일 있었던 영산강 자전거길 종주 점검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와 익산국토관리청, 지자체 관계자, 그리고 자전거동호회원 등 8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전남 담양군의 담양댐 하류 지점인 대나무숲 습지공원을 출발점으로 해 승촌보와 죽산보, 함평 사포나루, 몽탄대교, 무안 소댕이나루 등을 거쳐 목포 영산강하굿둑까지 1백3.9킬로미터 구간을 자전거로 달렸다.

낙동강은 10월 11~13일 일부구간에서 사전점검 종주 행사

영산강 종주 점검 참가자들이 꼽은 영산강 자전거길의 ‘관람 포인트’는 승촌보~죽산보~나주 영상테마파크 구간이다. 승촌보와 죽산보를 지나면 드라마 세트장으로 사용됐던 나주 영상테마파크의 강변 한옥촌을 배경으로 황포돗배가 오가는 모습이 마치 다른 시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는 것.

전남도청 영산강살리기사업단의 김정선 사무관은 “영산강 자전거길은 지자체의 의견과 지역 특성, 예상되는 이용 빈도 등에 따라 빗물에 강한 특수 콘크리트와 일반 콘트리트, 흙길 포장으로 이뤄져 있다”며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차량 출입을 금지하고 꾸준한 보완 유지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김철문 사업지원국장은 “4대강 자전거길을 국민에게 개방하기에 앞서 이용자 입장에서 불편사항이 없는지 체크하고 보완하기 위해 이번 사전점검을 계획했다”며 “특히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자전거동호회원 분들의 쓴소리도 가감 없이 수렴해 편의시설도 완벽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한강, 금강, 영산강 자전거길 종주 노선을 10월 개방하고, 낙동강도 연내 개방할 예정이다. 다른 강에 비해 사업 규모가 서너 배 큰 낙동강의 경우 10월 11~13일 안동댐에서 낙동강하굿둑에 이르는 자전거길 일부 구간에서 사전점검을 위한 종주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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