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는 14일 10ㆍ26 재보선에서 범야권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부산 동구를 찾아 텃밭 민심을 다독였다.

가을비 속에서 우산을 쓰고 6시간여 노인복지관, 장애인작업장, 재래시장을 돌며 시민 속을 파고들었다.



부산은 올들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반(反) 한나라당 정서가 확산되면서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인 민주당 이해성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키워드는 복지와 지역경제였다.

그는 정 후보와 함께 찾은 동구 자성대 노인복지관에서 "복지정책은 자치단체의 역할과 노력이 크게 좌우한다"면서 "정 후보가 그런 문제를 잘 챙기도록 내가 함께 좋은 정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어르신들이 나라가 어려운 시절 못 먹고 못 입으면서 자녀 뒷바라지를 헌신적으로 해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됐다. 국가가 더 많은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 늘 송구스럽다"고 몸을 낮췄다.

동구 장애인작업장에서는 "여러분이 일을 통해 자립하고 꿈을 이루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그런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 보람있게 하고 싶은 일을 마련해 주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동구 노인복지관에선 노인들에게 "봉사나 일에 몰두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최고의 복지"라며 일자리 만들기를 강조했다.

치매노인이 모인 방에 들어갔을 때는 선뜻 이들의 손을 붙잡았다.

한 노인이 "어머니(고 육영수 여사) 생각이 난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숙연한 표정으로 "부모님 뜻을 받들어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수지침을 맞는 노인들에게 "빨리 나으세요", "차도가 있으신가요"라고 묻는 한편 자신이 지나가도록 의자를 치우려는 복지관 관계자에게는 "아니, 그러지 마시고요"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감색 레인코트 차림으로 수정시장과 초량시장으로 나선 그는 중소상인과 주부들과 악수를 하거나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가게를 돌며 "아이고, 가을 전어 횟감이 너무 맛있어서..한참 일하다 오셔 손이 거치시네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렇게라도 찾아봬야죠. 이렇게 와서 민심을 읽어야죠"라고 말했다.

몇몇 시민이 그의 복지구상에 관심을 나타내며 "민주당처럼 퍼주면 안된다"고 말하자 "이해해 줘 감사하다.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한 횟집에 들러서는 사인을 해줬고, 만두가게에서는 손으로 만두를 들어 베어 물면서 "정말 맛있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점심식사로 시장내 김밥집에서 2천500원짜리 칼국수를 먹으면서 손님들에게 "재래시장이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했다.



일부 시민은 "다음에는 꼭 대통령이 되시라", "반가워 눈물이 난다",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로 환영을 표했다. 손등에 입을 맞추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한 상인은 "부산저축은행 비대위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호소했고 다른 50대 행인은 "박 전 대표가 부산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며 "저축은행 사태 해결을 도와달라"고 말하는 등 부산의 흉흉한 민심을 전하기도 했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대위원장도 "빨리 안도와준 것이 너무 섭섭해 (박 전 대표에 대한) 규탄대회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빗줄기가 굵어지면 비옷을 걸쳤으나 옆에서 우산을 받쳐주려 하자 "알아서 하겠다"며 스스로 우산을 들었다.

또 악수를 많이 해 오른손이 불편해지자 "손을 다쳐서요. 살살 잡으세요"라고 양해를 구하거나 왼손을 내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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