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중 고등학교의 학교폭력 사건은 잠시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한다. 계절에 따라 더 심할 때도 있고 졸업시즌에는 확실히 늘어난다. 여름철 날씨는 덥고 불쾌지수는 높아만 간다. 옆에서 조그마한 자극만 줘도 폭발하기 쉬운 철이다.
 
더구나 휴가지에 가면 너도나도 흐트러진 모습이다. 남녀를 막론하고 벗고 마신다. 고성방가 속에 취기가 오른 젊은이들은 서로 지지 않겠다고 몸으로 부딪친다. 이래서 폭력이 된다. 큰 시빗거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대단히 커진다.

학생들 아니고 일반인들도 똑같다. 이런 계절적 특색은 차치하고라도 졸업시즌 등 학교가 어수선해지면 기강이 무너진다. 입학시험도 끝나고 학원에 다니는 일도 일시적으로 멎는다. 해이해진 정신상태가 된다. 그동안 시험 부담 때문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길이 없다.
 
혈기 방장한 나이에 뭔가 기분을 풀고 싶은 욕심에 가득 차있다. 이 때 어떤 자극이 오면 금세 터진다. 그것이 폭력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우연스러운 폭력행위는 일시적으로 끝나는 수가 많다. 정작 무서운 폭력은 집단적이고 계획적일 때 나온다.

어느 집단을 막론하고 이단적인 사람은 존재한다. 성격이 비틀어진 사람도 있고 선천적으로 남과 잘 사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만나기만 하면 미소를 지으며 상냥한 웃음으로 인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 일도 없는데 눈살을 찌푸리며 볼이 부어 보이는 사람도 있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이렇게 저렇게 엉켜 사는 사람들끼리 패거리를 지어 자기 패가 아닌 사람은 멀리하게 되면 결국 갈등만 조장된다. 이것이 점차 커지면서 싸움질이 되고 크게 번지게 된다.

개인보다는 집단의 힘이 크다. 패거리를 엮은이들을 우리는 사회적으로는 조직 폭력배라고 부른다. 조폭은 사회 곳곳에 뿌리를 박고 있으며 어떤 때에는 정치에도 개입하여 정치깡패 소리를 들을 때도 있었다. 자유당 시절 이정재를 정점으로 한 정치깡패 집단은 4.18고대 데모학생을 천일극장 앞에서 기습하여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4.19혁명 후 그들은 체포되었고 뒤이은 5.16쿠데타 정권 하에서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 뒤에도 신민당 전당대회를 피로 물들인 세칭 용팔이 사건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사건이 종료된 후에는 대부분 사법처리로 징벌을 받지만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속언대로 폭력은 그치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폭력의 범죄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근절시키려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쉬운 문제가 아님을 잘 안다. 그 중에서도 나이 어린 학생들의 폭력성이 곧 성인 폭력으로 줄달음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크다. 전국 249개 경찰서에는 폭력 전담경찰관이 배치되어 있다. 각 초 중 고등학교별 경비인력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증원 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가정책조정회의는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범정부 차원의 ‘폭력. 따돌림 없는 학교 만들기’ 방안을 마련하여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마련했다. 첫째 학생안전 보호 인프라 선진화, 둘째 학교폭력 예방교육 내실화, 셋째 학생 학부모 지원확대, 넷째 민관협력체제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 것은 지난 3년 동안의 학교폭력이 잠시 줄어드는가 싶더니 다시 큰 폭으로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초 중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건수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2006년 3980건, 2007년 8444건, 2008년 8813건이다. 2009년에는 5605건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2010년에는 다시 7823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 것일까. 한번 줄어들면 날이 갈수록 감소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줄었던 폭력행위가 어째서 증가되어야 한단 말인가.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를 계도할 책임이 있는 학교나 교육당국이 이 문제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폭력이 나쁜 것이라면 이에 대한 일벌백계의 응징이 필요하다. 선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경찰과 검찰에도 책임이 있으며 학부모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 학생들은 아직 어리다. 감정처리가 우선한다. 그들에게 폭력의 우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응분의 교육을 시켜야 한다. 한두 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끈질긴 참을성이 요구된다. 과감하게 사법처리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서는 후일의 경계가 되지 않는 법이다. 북한의 김정일정권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을 연이어 저질렀다. 그러나 남쪽의 응징이 미약하다보니 심심하면 또 집적거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야무지게 혼을 내면 정나미가 떨어진다. 자칫 큰 코 다칠까 싶으면 스스로 자제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폭력에 이러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얕잡아 보인다. 폭력의 위협은 자기가 강하다고 생각할 때 더 커진다. 상대가 더 강하고 무서우면 달려들지 못한다. 북한정권이나, 학교폭력이나 전체적인 기조(基調)는 똑같다. 증가하고 있는 학교폭력을 철저히 응징하고 교육시키는 냉엄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교육의 지도이념이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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