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3일 공개한 대학 재정 운용 실태 감사 결과 이사장부터 말단 교직원에 이르기까지 교비 횡령 등 각종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의 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교육과학기술부 국장이 금품을 받아 챙기는 등 관리ㆍ감독도 허술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방의 A대 이사장 일가는 총 3개 법인을 설립해 대학 2곳과 고교 2곳을 운영하면서 모두 160억여원의 교비를 횡령했다.

지난 1996∼1997년 4년제 대학 설립자금으로 사용한 2년제 대학의 교비 횡령액을 반환한다는 명목으로 작년 7월 4년제 대학의 교비 65억7천만원을 다시 빼돌린 뒤 22억5천만원만 변제금으로 쓰고 나머지는 이사장 일가의 아파트 구입 등에 사용했다.

이 이사장은 2년제 대학과 고등학교의 교비 15억5천만원을 빼돌려 부인의 건물 매입 대출금 상환에 쓴 뒤 4년제 대학의 자금으로 이 돈을 갚기도 했다.

이를 위해 통장 분실신고를 한 뒤 무통장으로 예금을 인출하고는 분실신고하기 전 통장으로 예금 잔고가 있는 것처럼 위장하다 만기가 되면 다른 예금을 해지해 돌려막는 수법을 썼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이 밖에 학교 수익용 시설의 수익금을 횡령해 이사장 일가가 운영하는 업체에 교비를 불법 지원하거나 시설 공사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고 금품을 받아 챙긴 대학들도 있었다.

횡령 전력이 있는 이사장의 배우자와 설립자를 부속 기관장으로 임명하고 고액의 보수를 지급한 대학도 있었다.

`윗물'만큼 `아랫물'도 흐렸다.

B대 교수는 연구원 15명의 인건비와 장학금 수령 통장을 관리하면서 지난 2008년부터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인건비와 장학금 등 10억원 중 일부만 연구원에게 돌려주고 3억4천만원을 개인 연금으로 납부하거나 자신 명의의 증권계좌 등에 이체했다.

지방 소재 C대학 산학협력단 산학연구행정팀장은 기업체에서 받는 연구비 30억여원을 공식 연구비 계좌가 아닌 100여개에 달하는 대학 명의의 `중간 계좌'를 통해 받고 최근 7년간 이 `중간계좌'에서 30억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대금 등에 사용했다.

이외에도 대학 13곳의 직원 20여명이 학교 자금 18억여원을 횡령했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국립대 한 총장은 총장 선거시 공약을 이행한다며 2009년 정부의 인건비 동결 방침에도 불구하고 교직원 수당을 인상해 11억원을 지급했고, 작년엔 아예 학생복지예산을 줄이는 대신 교원수당을 인상하는 등 편법 행위가 빈발했다.

감독 기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한 교과부 국장은 지방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직원들에게 승진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고 직원들과 해외 골프여행을 가면서 비용을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직원들과 상습 도박판을 벌여 1년간 1천500만원을 따기도 했다.

이밖에 부실 우려가 있는 사립대 22곳의 학사 운영ㆍ회계관리 실태를 살핀 결과 학생충원율을 부풀리기 위해 기준에 미달하는 신입생을 선발하는 등 각종 탈법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강원도의 한 대학은 "소속 학과의 신입생 충원율이 90% 미만이면 보수를 매월 150만원만 받겠다"는 서약서를 교수들에게 받았다. 이 때문에 한 교수가 1938년생인 자신의 아버지를 신입생으로 입학시킨 뒤 제적시키고, 이듬해 다시 아버지와 언니, 동생을 신입생으로 입학시키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대학 9곳은 학업 의지가 없는 교직원 가족을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시킨 뒤 수업에 출석하지 않아도 학점을 주는 등 200여명에게 출석 없이 학점을 주고 이중 100여명에게는 학위까지 수여했다.

이밖에 대학 5곳은 전임교원확보율 기준(4년제 61%, 전문대 50%) 미달에 따른 교과부의 제재를 피하려고 교육ㆍ연구 경력이 없는 외국인, 무자격자 등 50여명을 전임 교원으로 부당 임용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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