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앞으로 상당기간 100달러대를 유지할 것으로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7일 한은의 `국제 유가의 고수준 지속 가능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유럽 국가 채무문제의 확산, 미국의 경기회복세 약화, 리비아 사태 종료 가능성 등의 하락요인에도 세자릿수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4일 런던국제석유거래소 기준 브렌트유 현물가격은 112.06달러, 싱가포르거래소의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1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중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초과한 기간은 지난 2월1일 이후 최근까지 198일에 달해 2008년 147일을 웃돌았다.

다른 국제 원자재 가격과 비교하면 유가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대비 지난달 말 주요 곡물가격을 보면 소맥(밀)은 20.9%, 원면은 29.4% 떨어졌고, 옥수수는 2.9% 오르는 데 그쳤다. 비철금속 역시 동(銅)이 17.3%, 알루미늄이 10.7% 감소했다.

그러나 브렌트유는 지난해 말보다 16.1%, 두바이유는 19.3% 올라 대비를 이뤘다.

유럽 국가채무 문제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위험회피성향이 강해지고 있는데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수급불균형 때문이다.

원유 수요는 경제 둔화 우려 속에서도 주요국 생산 관련 지표가 비교적 양호한 가운데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주요 제조업지수가 지난 8월 이후 상승 반전했고, 9월 들어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세도 확대됐다.

유럽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개월째 기준치(50)를 밑돌고 있지만, 산업생산은 정보통신(IT), 자동차, 기계부품을 중심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14% 내외의 높은 증가율을 지속했다.

반면 전 세계 원유생산증가율은 중동ㆍ북아프리카(MENA) 사태로 마이너스를 보이다 최근 플러스로 전환되기는 했으나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감소로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올해 비OPEC국가의 원유생산증가량은 브렌트유 생산지인 북해지역의 생산장비 노후화로 올해 중 예상치 못한 생산중단이 대거 발생함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하루 20만배럴에도 못 미치면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OPEC 국가들도 재정상황 악화로 증산 가능성이 거의 없고, 오히려 향후 리비아의 원유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일시적으로 늘렸던 생산량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석유재고는 지난 8월 현재 42억2천만배럴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과거 5년 평균을 3천만배럴 밑돌았다.

이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보유를 위해 원유 수요가 증가하면 유가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수급불균형이 단기 내 해소되기 어렵고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진정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완화되면 투자자금이 원유시장에 추가로 유입돼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국제유가는 현재도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나 앞으로도 상당기간 세자릿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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