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주력자의 경영관여 기준, 특히 임원 선임 기준, 보다 엄격히 해야

【경제개혁연대 논평】1. 언론보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위원장: 진동수)는 비금융주력자(이하 산업자본)의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소유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법률의 시행(10/10)에 앞서 8월28일부터 해당 법률의 위임 사항을 정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한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위가 밝힌 개정 내용이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의 사금고화’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턱없이 미흡함을 지적하면서, 관련 내용을 보다 엄격하게 보완할 것을 촉구한다.

2.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은 산업자본이 시중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이하 ‘은행’)의 주식을 4% 초과하여 보유하면서, ‘은행의 경영에 관여할 경우’ 사전에 금융위 승인을 받을 것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의 사후 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사전·사후 감독의 기준이 되는 ‘경영관여’의 기준을 “감독규정에서 정하는 수 이상의 은행 임원을 선임”한 경우 및 “합의·계약 등에 따라 은행 경영진의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하는 경우 등으로 구체화하였다.

또한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의 4%초과 보유 및 은행 경영관여로 인해 금융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 그 승인 요건으로 현행 법령에서 동일인이 은행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려는 경우 적용받는 승인 요건을 적용받도록 하였다.

더하여, 승인을 받으려는 대주주가 산업자본인 LP가 일정 지분 이상 출자한 PEF인 경우에는 해당 PEF의 GP가 일정 요건을 갖추어야 금융위의 승인을 얻을 수 있으며, 금융위는 해당 PEF에 PEF의 정관 등 일체의 자료를 징구할 수 있다.

한편, 은행법상 특수관계인의 범위에서 은행의 자회사인 PEF가 Buy-Out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비금융회사는 산업자본 여부 판단 시 그 범위에서 제외된다.

금융위는 이와 같은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개정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 개정안에는 여러 가지 미비점과 불명확한 점이 도처에 깔려 있어,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의 사금고화 우려를 현실화할 것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3. 먼저, 금융위가 밝힌 산업자본의 은행에 대한 ‘경영관여’ 기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08년 9월에 발표한 가이드라인(Policy Statement)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FRB의 가이드라인은 은행 지분을 10~24.9%까지 보유하는 소수주주(minority equity investor)가 은행 경영에 중대한 영향력(significant influence)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판정 받기 위해서는 ① 이사 선임 여부, ② (무의결권 주식을 포함한) 전체 보유 지분율, ③ 경영진과의 협의를 통한 영향력 행사 여부, ④ 기타(중요한 거래관계, 구속력 있는 계약 등) 등의 측면에서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어서는 안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특히 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지분율 15% 이하의 주주는 원칙적으로 이사 1명만을 선임할 수 있고, 다른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2명까지 선임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금융위가 발표한 시행령 개정안은 이 부분을 감독규정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만약, 금융위가 보도자료에서 예시한 것 중의 하나로, 산업자본이 은행 임원(이사)을 2명 이상 선임한 경우에만 금융위의 사전·사후 감독을 받는 ‘경영관여’에 해당한다고 감독규정에서 정할 경우, 사금고화 위험이 현실화될 것이다.

물론 외형적으로만 볼 때, 경영관여의 기준을 2명 이상의 임원 선임으로 정하는 것은 미국 FRB의 가이드라인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라고 금융위는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감독당국의 독립성과 전문성, 그리고 여타 사법적 통제장치의 수준이 미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외형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규제는 훨씬 심각한 위험성을 의미하는 것임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재벌이 은행의 9% 지분을 보유하면서 이사 1명만 선임할 경우, 즉 경영관여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사전·사후감독도 받지 않게 될 경우, 재벌이 은행의 경영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통제수단은 사실상 전혀 작동하지 않게 된다.

결론적으로, 경영관여의 기준이 되는 선임 이사 수가 1명 이상이냐 또는 2명 이상이냐는 감독규정에 위임할 수는 없는 너무나 중요한 사안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은행의 사금고화’ 위험성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이 단 1명의 이사라도 선임한다면 경영관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엄격한 사전⋅사후 감독을 받도록 시행령에 명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영관여의 또 다른 기준에 “합의·계약 등에 따라 은행 경영진의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미국 FRB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협의’와 ‘중요한 거래관계’에 의해서 은행의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경우도 시행령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는 이러한 기타 사항을 감독규정에 위임할 것이라고 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감독규정에 위임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따라서 위험한 부분이다.

4. 한편, 금융위는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합리화 한다면서, 은행의 자회사인 PEF가 Buy-Out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비금융회사는 산업자본(동일인) 판단 시 제외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금융서비스현대화법(Gramm-Leach-Bliley Act; GLB Act)을 제정할 당시 매우 고심했던 부분으로, 자칫 금산분리 원칙을 결정적으로 허물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GLB Act에서는 기본적인 전략을 설정하는 것 이외에 PEF가 피투자 비금융회사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는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PEF가 피투자 비금융회사에 지시하는 모든 사항을 문서로 기록하게 하는 조건 하에서만 은행(지주회사)의 PEF 업무를 허용하고 있다(이상 12 U.S.C. §1842(k)(4)(H) 및 12 C.F.R. §225.171).

이에 비춰볼 때 금융위의 이번 방안은 실상 은행이 자유로이 PEF 업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산업자본이 은행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은행이 PEF를 통해 다시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금산분리 규제는 완전히 허물어지는 것이다. 은행이 PEF를 통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제한을 부과하여야 한다.

5. 또한, 금융위는 산업자본에서 제외되는 공적 연기금의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은행으로부터 취득한 정보를 주주권행사 이외에는 활용을 금지”하는 등의 정보교류차단장치(Chinese Wall)를 둘 것을 개정안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벽한 Chinese Wall은 존재할 수 없다. 연기금의 이사장 등 주주권 행사부서와 기타 운용부서를 동시에 관장하는 고위 임원은 언제나 Chinese Wall 위에 있으며(standing on the wall), 준법감시인 등은 업무 특성상 다수의 부서를 넘나들어(crossing the wall) 합법적으로 Chininse Wall이 무력화되는 상황이 언제나 존재하고, 나아가 의도적 또는 불의의 사고에 의해 Chinese Wall이 무너지는 상황 역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불완전한 Chinese Wall을 조건으로 연기금을 산업자본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은행 주식을 9%를 넘어 제한 없이 보유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것이다.

6. 이렇듯 금융위가 발표한 시행령 개정안 내용은 상위 법률인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의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위험성을 보완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시행령 개정 조문에 대한 검토가 끝나는 대로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금융위에 제출할 것이며, 정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시된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해당 개정안에 적극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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