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제도 현행유지…“신약·복제약 값 대폭 낮춘다”

한·미FTA와 관련한 불길한 소문들이 사실처럼 번지고 있다. 보건의료 부문의 경우 진료비와 약값이 치솟고 건강보험이 무력화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들이다. 협정에 대한 오해이거나 해외의 사례를 여과 없이 적용한 결과다. 무엇보다 건강보험은 한·미FTA의 협정 대상이 아니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미FTA가 발효돼도 병원 진료비가 폭등할 염려는 없다. 국민건강보험은 한·미FTA의 협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국민 가입, 의료기관 당연지정제를 근간으로 하는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할 것이며 민영화 계획도 없다.
한·미FTA가 발효돼도 병원 진료비가 폭등할 염려는 없다. 국민건강보험은 한·미FTA의 협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국민 가입, 의료기관 당연지정제를 근간으로 하는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할 것이며 민영화 계획도 없다.

‘이 장은 공적퇴직연금제도 또는 법정사회보장제도의 일부를 구성하는 활동이나 서비스에 관하여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한·미FTA 13.1조 3항의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법정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제도는 한·미FTA 협정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민건강보험제도는 한·미FTA와 상관없이 현행 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한·미FTA 부속서에는 ‘대한민국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서비스와 관련하여 어떠한 조치도 채택하거나 유지할 권리를 유보한다’라고 명시해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주권이 침해되지 않음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민영화 계획도 없다.

외교통상부 최석영 FTA교섭대표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한·미 FTA의 적용도 받지 않는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는 현행과 마찬가지로 계속 유지가 될 것”이며 “보건의료 분야는 적용배제와 우리의 미래정책 권한을 그대로 확보하고 있어 ‘투자자 국가분쟁해결절차(ISD)’ 제기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한·미FTA로 인해 보건복지행정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며 국민들이 적잖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맹장수술비가 9백만원까지 치솟는 등 진료비가 크게 오를 것이란 걱정이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맹장수술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는 한·미FTA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 간의 수가계약이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된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약값이 폭등할 것이란 주장은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됐다. 특허권자가 특허권을 주장하며 복제약의 시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복제약 생산이 늦어져 비싼 신약을 더 오래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복제약 생산이 크게 늦춰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처럼 특허가 만료되기 전이라도 복제약의 시판허가를 신청할 수 있으며, 특허 만료 후에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모든 의약품에 적용되는 제도도 아니다. 특허권자가 시판허가를 신청한 복제약이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약사법 개정… 소송중 특허만료 되면 판매 허용

다만 특허소송을 받은 경우에는 복제약 시판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송이 끝날 때까지 판매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약사법을 개정해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허가절차를 재개해 특허존속기한이 만료된 후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미FTA 후에도 복제약을 생산·판매하는 데엔 큰 차질이 없다. 특허 존속 기간 중에도 복제약 시판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며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한 판매에도 제한은 없다.
한·미FTA 후에도 복제약을 생산·판매하는 데엔 큰 차질이 없다. 특허 존속 기간 중에도 복제약 시판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며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한 판매에도 제한은 없다.

신약의 가격결정에 미국 제약업체가 개입해 가격이 오를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미FTA를 계기로 도입되는 ‘독립적 검토절차’에 대한 오해 때문에 생긴 기우다. 현재 우리나라 신약의 가격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 간의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경제성 평가를 참고해 적정약가를 제약업체에 제시한다.

독립적 검토절차는 심평원의 평가에 이의가 있을 경우 제약업체가 건강보험공단에서 독립된 외부의 평가자에게 재평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심평원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가격 협상을 위한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신약의 가격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업체의 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며, 미국 제약사의 개입으로 인한 약값 상승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영리병원 전국으로 확대 ‘계획 없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이 전국에 속속 생길 것이라는 탄식도 나온다. 하지만 역시 사실이 아니다. 일단 영리병원 제도는 한·미FTA에 따라 도입되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한·미FTA 협상이 있기 전인 2003년부터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추진된 것이다.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이 50퍼센트 이상을 투자하는 경우에만 설립이 허가되는 매우 제한적인 제도다. 영리병원을 전국적으로 도입할 계획은 전혀 없다.

영리병원이 의료비 수준을 전반적으로 올릴 것이란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영리병원의 진료비가 비싼 것은 사실이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리병원의 진료비가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은 없다. 영리병원 외의 국내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영리병원 탓에 진료비가 몇 배씩 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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