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차량 ‘안심 승하차 존’에선 5분 이내 정차 가능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를 전면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오늘로써 5일째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어린이 보호구역 단속 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하교시간에 맞춰 어린이들을 픽업하려는 학원차량의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는 스쿨존 주정차 전면 금지가 어린이들에게는 오히려 사고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다른 대안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스쿨존 주정차 전면 금지 시행에 학원 관계자들이 차량 없이 어린이들을 인솔하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
스쿨존 주정차 전면 금지시행에 학원 관계자들이 차량 없이 어린이들을 인솔하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

25일 만난 학원 운영의 K씨는 “초등학교 어린이들 보호 차원이라면 어린이나 운전자나 서로가 안전한 방향이어야 하는데 이번의 주·정차 전면 금지 시행은 운전자들 불편은 그만두고라도 어린이 위험발생이 더 높아지는 법이다”라고 지적했다.

승‧하차 지점을 따로 설치하는 것도 오히려 위험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아이들이 성인처럼 말을 잘 듣는 것도 아니고 움직임도 제각각이라 승하차 지점에서의 5분 허용에 서두르느라 오히려 사고발생을 높일 것이라는 것.

게다가 스쿨존은 대부분 편도1차로 도로이거나 이면도로라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거나 또 출퇴근과 맞물리게 되면 극심한 차량 정체도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 주차된 차를 찾아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 경우도 또 다른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효율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5일 합정동의 한 초등학교 하굣길 어린이들이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횡당보도를 건너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 학원의 관계자들이 나와 어린이들을 인솔하는 가운데 지시에 따르지 않고 삼삼오오 흩어져 장난하는 어린이 등 평소와 달리 하굣길이 소란했다. 게다가 도로교통법이 바뀐 사실을 몰라 차를 끌고 나온 학부형과 학교 지킴이 사이에 실랑이 하는 모습도 보였다.  

스쿨존과 인접한 상가 앞 주차 차량, (사진=신현지 기자)
스쿨존과 인접한 상가 앞 주차 차량, (사진=신현지 기자)

이날 ‘어린이 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단속’ 현수막이 걸려있는 아래로 2대의 차량이 목격됐다. 어린이를 픽업하려고 기다리던 A씨. 그는 언제부터 학교 앞 정차가 금지된 거냐며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법 개정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그는 “언제부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를 세우지 못하게 한 것이냐, 그럼 어디에 차를 세우고 아이들을 태워가라고 하는 거냐, 속도 제한은 이해되지만 주·정차까지 못하게 하는 건 솔직히 과하지 않겠느냐”고 항변했다. 또 법을 개정할 거면 지속적인 홍보가 먼저 앞서야 하지 않겠냐고 항의했다.

어린이 픽업 차량의 C씨도 “잠깐 아이만 태우고 출발하려던 중이었는데 이 정도도 안 되냐, 대체 뭐가 문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횡단보도를 건너 인근 골목에 차를 세워두고 아이를 마중 왔다는 H씨도 “이건 진짜 해도 너무한다. 차를 골목 멀리 두고 아이가 거기까지 오게 할 것 같으면 뭐 하러 이 짓을 하겠느냐. 요즘 가뜩이나 아이 키우기 겁나는 세상인데, 아이가 길 건너 차량이 있는 곳까지 이동하다 어떠한 사고를 당할지 생각들을 하고 이런 법을 시행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스쿨존 내 주,정차 단속의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스쿨존 내 주,정차 단속의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변 주택 거주자들과 상가 상인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마포구의 초등학교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J씨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를 전면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매장 앞에 주차 공간을 놔두고 길 건너 두 블록이나 떨어진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건 솔직히 화가 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에 손님이 없어 죽을 맛인데 매달 주차비까지 내야한다니 이래저래 살기 힘든 세상이다”라고 하소연했다.

문방구 운영의 D씨 역시 “지난 21일부터 가게 앞 입구에 주차해 놓은 차 때문에 신경이 쓰여 장사를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차선 하나를 두고 어디까지가 어린이 보호구역이고 일반구역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 그 때문에 주차해둔 차가 단속반에 적발될까 손님을 맞으면서도 수시로 밖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전면금지 조치가 어린이를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취지니 조금 불편해도 잘한 일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G씨는 “학교 등하교 시간 때마다 밀린 차들과 길 양쪽에 주차된 차들로 어린이들이 아찔한 순간을 많이 목격했는데 이제 앞으로는 주·정차 전면 금지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또 G씨는 “어린이들 안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습관이 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이날 SNS상에는 “그동안 어린이 보호구역인데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30km 서행을 해도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생긴 사각지대가 늘 불안했었는데. 주정차로 인한 사각지대는 이제 없어지겠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21일부터 주정차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의무적으로 특별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어린이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시행하면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  2개의 도로가 만나는 교차지점,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이 있고 도로 바닥에도 일정한 간격마다 안내표지가 있는 구역 등에서 차를 잠깐이라도 세우거나 정차하는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다만, 각 시도 경찰이 표지판을 세워 정한 '어린이 승하차 안심구역' 에서는 5분 이내, 주정차를 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일반 도로보다 3배 많은 과태료 최소 12만 원이 부과된다.

서울시는 일부 보호구역에서는 통학차량이 5분간 차를 정차할 수 있는 '안심 승하차 존'을 운영하기로 했다. 시·도경찰청장이 안전 표지로 허용하는 구역에서도 정해진 시간에 한해 어린이 승하차를 위한 주정차할 수 있다.

앞서 경찰청은 주정차 중인 차로 인해 발생하는 어린이들의 사고율을 막자는 취지에서 지난 5월 11일부터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불법주정차 단속를 강화하고 있다. 위법 시 일반도로보다 3배 많은 12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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