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선언, 첫 직선제 대통령…북방외교· 경제 자유화 문 열어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대한민국 13대(1988년~1993년) 대통령으로 영욕의 삶을 살다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인은 장기간 투병 중 여러 질병이 복합된 숙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사진=연합)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사진=연합)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사인은 장기간 투병 중 여러 질병이 복합된 숙환이라고 26일 공식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암 수술에 건강이 악화됐고, 희소병인 소뇌위축증과 천식 등을 앓으면서 장기간 투병 생활로 여러 질병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1932년 12월 4일 경북 달성군 공산면에서 면서기를 지낸 노병수씨와 어머니 김태향씨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대구 공산소학교와 대구 경북구를 거쳐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될 육사에 입학했으며 1955년 육사 11기로 임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육사동기로 1955년 같은 해 먼저 진급한 전두환 씨와 친분을 쌓은 노 전 대통령은 군 최대 파벌 ‘하나회’의 출발점이 된 육사 11기생 친목 모임 북극성회를 조직했다.

이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서거로 국가 위기 상황이던 12월12일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신군부의 군권 찬탈을 주도하며 정치 무대에 전면 등장했다. 자신의 휘하의 9사단 병력을 출동시켜 신군부의 쿠데타 군권 장악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한 노 전 대통령은 이로써 전두환 5공 정권의 2인자로 급부상했다.

1987년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으며 1988년 제13대 대통령으로 제6공화국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 같은 배경으로 등장한 고인은 이미지를 벗기 위해 ‘보통사람’을 내세우며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나 이사람, 보통사람 믿어주세요’는 1987년 대선 당시 아이들도 따라할 정도의 전국적 유행어가 됐다.

1988년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를 제치고 36.6% 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국민들이 직선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득표율을 거두고 당선된 사례로도 꼽히고 있다. 하지만 88서울올림픽 개최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북방외교의 혁혁한 성과로 남다른 외교정책의 치정도 인정되고 있다. 경제 정책의 자유화와 개방화 확대로 1988년 600억 달러 수출을 돌파했고 1989년 대한민국은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역전, 경제 고속 성장의 업적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퇴임 이후 전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 반란을 주도했던 내란죄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사면으로 풀려나기도 하는 등 파란만장한 영욕의 삶을 살다간 대통령으로 남게됐다.

한편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 주요 외신이 노 전 대통령의 부고를 전하며 그의 정치사와 업적을 조명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며, 27일 오전 10시부터 조문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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