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버추얼 액티비티’ 문화 확산
자기 계발 관련 플랫폼 이용자 2년 간 3.5배↑
3/4분기 서울 시민 체감 경기 소폭 상승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코로나19 공포는 우리 일상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예로  AI를 이용한 가상세계 메타버스 플랫폼 시장이 경쟁력을 갖게 됐고,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4일 만난 가양동의 K씨는 코로나 시대  종이접기를 통해 자기계발에 나서고 있다고..(사진=신현지 기자) 
4일 만난 가양동의 K씨는 코로나 시대  종이접기를 통해 자기계발에 나서고 있다고..(사진=신현지 기자) 

뱅크샐러드가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의 이용자 소비지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한 ‘디지털 콘텐츠와 온라인 클래스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는 2년간 OTT 및 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 지출은 무려 3.4배나 급증했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비대면은 일상이 됐고 이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또 사람과 사람사이 멀어진 거리로 심리적 우울감은 증폭됐다. 이에 이를 벗어나기 위한 슬기로운 취미생활이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예로 트레이너에게 직접 관리 받는 피트니스, 웹툰 그리기에서부터 글쓰기, 캘리드로잉, 디지털디자인, 사진영상, 종이접기, 식물키우기, 요리배우기 등 비대면 시대의 앱과 사이트들이 사회 저변에 크게 확대됐다.

요가, 필라테스, 메디테이션, 명상 같은 홈클래스도 인기 대열에서 빼놓을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코로나시대 자기계발과 심리적 우울감 퇴치하기 위한 취미생활이 늘면서 관련 플랫폼 이용자 건수도 최근 2년간 3.5배로 증가했다. 실제로 뱅크샐러드의 온라인 클래스의 2019년 대비 2020년 온라인 클래스 소비 증가를 살펴보면 총 결제액이 각각 49%씩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0대가 246%로 그 증가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20대, 30대, 40대 순으로 온라인 클라스 이용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에 체육시설 등이 잠정 문을 닫으면서 홈트족이 늘었다(사진=신현지 기자)
코로나19 확산에 체육시설 등이 잠정 문을 닫으면서 홈트족이 늘었다(사진=신현지 기자)

특히  MZ세대 사이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얼굴도 이름도 본 적 없는 타인들과 하루를 공유하며 체력을 다지는 운동문화가 크게 활성화됐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소비트렌드분석에서 2021년 트렌드 키워드 10가지 중 하나로 오하운(Your Daily Sporty Life)를 제시했다. 운동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SNS 인증샷, 해시태그를 활용해 자기계발과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이 특징인 ‘오하운’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 별도로 비용이 들지 않는 다는 점에서도 코로나 시대에 크게 주목받는 트렌드가 됐다.

4일 만난 가양동의 K씨(28세)는 비대면 시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기계발은 물론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오하운’ 족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IT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K씨는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부터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얼굴도 이름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오전 6시 기상 시간을 인증하고 또 요가와 필라테스를 마친 후  SNS에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의 줄임말)’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 게재로 한다는 것.” 이렇게 앱을 통해 타인과 의 거리를 좁히는 그는 “장소와 시간이 각자 다른 곳에서 운동을 하지만 앱을 통해 서로 응원을하고 다른 사람의 인증사진을 보고 나도 자극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슬기로운 집콕 문화에 서점에는 글쓰기, 캘리드로잉, 디지털디자인 관련 책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_
슬기로운 집콕 문화에 서점에는 글쓰기, 캘리드로잉, 디지털디자인 관련 책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_

이에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위축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운동을 통해 자존감을 찾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며 “최근 운동 열풍은 성취와 경쟁을 지향하던 한국인의 삶의 기준이 건강하고 즐거운 가치를 찾는 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중년세대에서도 디지털을 이용해 자기계발을 하는 이른바 ‘버추얼 액티비티’ 문화가 코로나 이후 급속도로 확산됐다. 러닝이나 등산 대회 등을 변용한 개인 훈련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어떤 달리기 대회나 등산 대회 등에 참가 신청을 하고 직접 현장에서 뛰거나 오르는 대신 자신이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자기가 정한 목표대로 편하게 하는 운동법이 중년세대에 대세다. 또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을 집에서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 준비물을 배송해주는 DIY 패키지, 랜선 여행이 가능한 버추얼 인터랙티브 투어 등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수효가 급증했다. 그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어학 공부 주식공부도 코로나 시국에 자기관리 열풍에 한 몫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니어들 역시도 코로나 이후 디지털 문화가 급속하게 확대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외부 출입 제한이 따르자 자녀 혹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자연스럽게 디지털에 익숙하게 된 것. 지난 31일에 만난 박정미(68세)씨는 자녀가 열어준 동영상을 통해 150개 이상의 종이접기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생각 못한 코로나로 친구는 물론 다니던 헬스장도 문을 닫아 하루가 정말 답답하고 우울했는데 우리 아이가 종이접기 사이트에 가입해주고부터 적적한지 모르고 코로나를 잘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이 접는 순서와 방법을 화살표와 점선을로 단계별로 차근차근 알려줘 그저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사용 방법이 워낙 간단하다 보니 노인뿐 아니라 아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어 즐겁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디지털을 이용한 개인생활이 늘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간편 포장·배달음식을 선호하는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KDB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1년간 20~21% 수준이던 간편식 비중은 ‘20.3월 기준, 25% 수준으로 증가했다. 포장 및 배달음식 비중 또한 코로나 이전 1년간 9~10% 수준에서 2월 기준, 13% 수준까지 상승했다.

또 그동안 온라인 전환이 가장 더뎠던 식품군에서 조차도 코로나 이후 51.5% 증가율을 보이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매출액이 올해 7월 기준 16조 1,99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 증가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 거래액이 무려 11조 7,139억원으로 전년 대비 33.8% 증가했다. 이에 빠른 배송, 간편결제, 고품질 상품 등 차별화된 요소를 보유한 기업만이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코로나 특수를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이 같은 문화 확산에 코로나 2년째를 맞는 올해 3/4분기에 서울시민의 체감경기는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체감경기를 대표하는 ‘소비자태도지수’는 2021년 3/4분기 93.2로 전 분기 대비 0.3p 소폭 상승하면서 2분기 연속 90선을 유지했다.

‘소비자태도지수’의 구성요소인 ‘현재생활형편지수’도 79.2로 전 분기 대비 2.6p 상승했고, ‘미래생활형편지수’도 전 분기 대비 2.0p 상승한 97.1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 추석 경기에 서울시민의 64.4%가 올해 추석 경기가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해 비해 14.0%로 증가해 5년 만에 7.4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던 주택 구입태도지수도 이번 분기 2.6p 소폭 상승한 56.4로 조사됐다. 고용상황전망지수도 전 분기 대비 4.0p 상승한 78.5를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연구원은 “백신 접종 확대와 더불어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과감한 소비 진작책과 내수 부양책을 강조한 만큼 소비자태도지수는 2/4분기 이후 완만하게 회복할 것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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