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이사장
박근종 이사장

[중앙뉴스 칼럼기고=박근종 이사장]인도발 변이(B.1.617.2) ‘델타(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무려 5배까지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변이(B.1.1.529) ‘오미크론(ο)’이 발원지로 지목된 보츠와나를 비롯해 남아공·홍콩·벨기에·체코·오스트리아·이스라엘·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독일·호주·덴마크·캐나다·포르투갈·스웨덴·스페인 등 17개 나라에서 확인되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중이던 세계 각국이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오미크론(Omicron)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 11월 11일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첫 감염 사례가 확인된 지 16일 만에 유럽 전역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까지 전파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미 급속도로 확산한 데 이어, 지난 11월 26일 이스라엘과 벨기에, 11월 27일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도 감염자가 나타났고, 미국도 변이의 상륙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지역에서는 지난 11월 13일 홍콩에서도 발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1월 26일 긴급회의를 열고 ‘오미크론(Omicron)’을 재감염 위험이 크다며 영국발 변이(B.1.1.7) 알파(α), 남아공발 변이(B.1.351) 베타(β), 브라질발 변이(P.1) 감마(γ), 인도발 변이(B.1.617.2) 델타(δ)에 이은 다섯 번째 ‘우려 변이(VOC | variant of concern)’로 분류하고, 중증 위험과 항체가 형성된 사람의 면역 공격을 피해 감염시키는 이른바 ‘백신 면역 회피 가능성’ 등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도 지난 11월 26일(현지 시각) ‘위험 분석보고서’를 내고 “‘오미크론(ο) 변이’는 ‘델타(δ) 변이’에 비하여 전파력이 더 강하고, 면역 회피 우려로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낮추게 되고 재감염의 우려도 있어 ‘우려 변이(VOC)’로 분류됐다.”라고 설명했다.

‘오미크론(ο)’ 차단이 단계적 일상 회복의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하는 등 사정이 이렇게 심각하다 보니 세계 각국은 재빨리 ‘오미크론(ο)’ 봉쇄에 나섰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나라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11월 27일 밤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11월 28일 0시부터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내국인은 백신 접종 완료 여부와 상관없이 입국 후 10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내국인 시설격리 등 조처를 발표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ο)’까지 출현해 방역의 부담이 대폭 커졌고, 국민의 우려와 불안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따라서 ‘오미크론(ο)’ 차단이 단계적 일상 회복의 급선무로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오미크론(ο)’은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인 스파이크 단백질에 ‘델타(δ) 변이’의 2배 수준인 32개에 달하는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하여 숙주(인간)의 세포로 침투하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바이러스 세포의 침입을 막기 어려워져 감염이 쉬워진다. 앞서 ‘우려 변이’로 지정됐던 ‘델타(δ) 변이’보다 전파력이 훨씬 높은데다 기존 백신을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오미크론(ο)’이 기존의 진단키트나 ‘델타(δ) 변이’나 ‘알파(α) 변이’ 등에 사용하는 변이용 키트로도 PCR검사에서 판정하기가 쉽지 않은 데 있다. ‘오미크론(ο)’은 S유전자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국내 확진자 검사에서 사용하는 RdRp, E, N부위 진단키트는 판별이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따라서 ‘오미크론(ο)’은 감염여부를 PCR검사법이 아닌 유전체 검사법을 이용하면 5일 정도가 더 소요되며 그만큼 변이판독이 늦을수록 전체 확산 예방이 늦어지기 때문에 빠른 판독을 위한 ‘오미크론(ο)’ 전용 키트나 변이에 높은 판독률을 보이는 전문 키트가 필요하다. 치명률 등 종합적인 위험도는 더 시간을 갖고 엄밀히 평가해야 하겠지만 이미 전 세계가 비상 상황에 돌입한 형국인 것만은 분명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11월 29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ο)’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큰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AFP통신 등에 따르면 WHO는 “‘오미크론(ο)’으로 인해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경우, 결과가 심각할 수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고, “‘오미크론(ο)’은 많은 수의 돌연변이를 지닌 매우 다른 변이”라며 “그것(돌연변이)의 일부는 우려스럽고 면역 회피 가능성 그리고 더 높은 전염성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ο)’이 전 세계적으로 더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고, “현시점까지 ‘오미크론(ο)’ 변종과 연관된 사망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라면서도 ‘오미크론(ο)’이 이전 변이보다 전염성이 더 강하다면 환자 수 급증과 보건 시스템 압박을 야기하고 가중하여 사망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행히도 국내에서는 아직 ‘오미크론(ο)’ 변이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출입국이 많은 유럽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늦출 수 없는 현실임을 명찰해야 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1월 28일 아프리카 8개국 외에 홍콩, 영국 등 ‘오미크론(ο)’ 변이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입국 제한 조처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제적 검역 강화 조처가 때를 놓쳐 실기해선 절대로 안 된다. 그야말로 빈틈없는 선제적 초기 대응으로 철벽 차단에 국가역량을 총 집중(集中)하고 방역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 한다.

가뜩이나 국내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위기를 맞고 있는 터에 ‘오미크론(ο) 변수’마저 더해져 국민의 우려와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크다. 지난 11월 29일에도 11월 30일 00:00 기준으로 3,032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사망자도 44명을 기록했다.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전담 병상은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중환자실은 1,154개 중 906개가 사용 중이다. 가동률은 78.5%이고 수도권은 88.5%로 거의 90%에 육박했다. 정부가 병상 효율화를 위해 확보 중인 준-중환자 병상은 전국 485개 중 340개가 사용 중으로 가동률은 70.1%로 집계됐다. 비상한 인식으로 국내 방역 상황은 물론 변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까지 고려한 명실상부한 종합대책이 서둘러 나와야 할 것이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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