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바이오헬스 기업 임원으로 구성 ‘전경련 바이오 혁신포럼’ 발족
신약 개발 지원 ‘민관 합동 펀드’ 조성…신흥시장 선점 위한 ‘글로벌 통합지원센터’ 필요
원료의약품, 자급도 낮고 중국 의존도 높아 공급망 다변화·국산화 시급
과기부‧복지부‧산업부로 분산된 바이오 거버넌스 통합과 전문가 양성 수요 높아

[중앙뉴스= 김상미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전경련 바이오 혁신포럼’을 발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전경련 바이오 혁신포럼은 제약업 등 바이오헬스 산업에 진출했거나 관심 있는 국내 주요 기업·유관기관 임원으로 구성된 운영위원 20여명을 주축으로 하며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또 8일 제1차 회의를 개최하고 바이오헬스 산업 연구개발(R&D) 및 수출 활성화를 위한 지원정책 발굴과 미래 전략 공동 수립에 주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이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으며 바이오헬스 기업의 신약 창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 토의가 이어졌다.

김영주 종근당 사장(위원장)이 8일 열린 ‘전경련 바이오 혁신포럼’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구 일동제약 부사장, 김영주 종근당 사장(위원장), 이형훈 보건복지부 국장, 배상근 전경련 전무 (제공=전경련)
김영주 종근당 사장(위원장)이 8일 열린 ‘전경련 바이오 혁신포럼’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구 일동제약 부사장, 김영주 종근당 사장(위원장), 이형훈 보건복지부 국장, 배상근 전경련 전무 (제공=전경련)

김영주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글로벌 혁신신약 창출 지원을 위한 5조원 이상의 민관 합동 메가펀드 조성을 제언했다. 혁신신약 창출을 위한 투자 규모의 대형화가 필요하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신약후보물질 개발과 후기임상 및 상용화에 이르는 전 주기적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블록버스터(연간 1조원 이상 매출 신약)’와 ‘퍼스트 인 클래스(세계 최초 승인 신약)’ 등 막대한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혁신신약 개발 성과가 거의 없다. 반면 2020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53개 신약 중 퍼스트 인 클래스는 21개(39.6%)에 달하며 지난 4년간 승인 건수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막대한 후기임상 비용은 국내 단일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2020년 개별 재무제표 기준 국내 1위 제약기업의 연간 매출이 1.6조원 규모인데 글로벌 임상 3상(수백~수천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신약의 안전성 및 효능 최종 평가 단계) 비용이 많게는 1조원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의약품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1상(시험약을 최초로 사람에게 투여해 안전성 평가)부터 품목허가 승인까지의 성공률은 7.9%에 불과하며 평균 10.5년이 소요됐다. 이에 고위험 산업으로써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 지원과 기업 R&D 촉진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한편 김 위원장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시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모니터링하는 ‘글로벌 바이오헬스 통합지원센터’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가별로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인허가 규정, 규제, 유통, 수요 등 현지 시장의 특성이 상이하고 신흥국에 대한 정보와 네트워크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외교부 등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협회)의 국내외 네트워크 및 축적된 시장 정보를 통합해 신속하고 접근성 높은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약품 신흥시장(파머징 마켓)은 전통 선진 의약품 시장보다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 업계에 도전 기회로 인식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조2652억달러(약 1374조원, 지난해 평균환율 적용)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증가율(CAGR)은 4.6%였다.

같은 기간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 시장은 7.4% 성장해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 시장 성장률(3.8%)을 상회했으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신흥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7~10%에 이르러 선진시장(1.5~4.5%) 대비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포럼에서는 국내 자급도가 낮은 원료의약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국산화 확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019년 기준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도는 16.2%에 그쳤으며 중국은 수입 1위 국가로 국내 319개 업체가 7억9696달러(약 9217억원)를 수입해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의 36.7%를 차지했다.

주요국은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경험하면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략 품목의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전경련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품의 자급도를 올리기 위한 정책 지원이 중요하며 ‘보건안보’ 측면에서도 국산화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연구, 개발, 공정, 생산, 허가 등 R&D 및 제품화까지 단계별 연계성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하지만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부처로 분산된 거버넌스로 인해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장기 산업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통합 거버넌스와 범정부 연계 지원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바이오헬스 혁신을 뒷받침할 전문가 양성의 중요성도 환기됐다. 인공지능, 로봇, 첨단장비 등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 분야 융합인재의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기초의학 연구의사 확충과 정부 부처 심사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국가 차원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2017년부터 2027년까지 10년간 의약품 제조업 분야 고용이 1만8000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도 바이오헬스의 육성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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