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칼럼기고=전대열 대기자]공자인지 맹자인지 분명치 않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도덕성으로 수신제가연후치국평천하(修身齊家然後治國平天下)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흔하게 인용되어 별 생각 없이 쓰는 일이 많지만 곰곰이 뜯어 놓고 보면 이 한 마디에 인간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뭔가 큰일을 꾸며보려는 사람들은 이 말의 앞뒤를 정확하게 실천하겠다는 각오를 가지지 않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보다 뒤를 먼저 성취하겠다고 달려든다.

자기 스스로를 갈고 닦아 이만하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할만하다’고 자부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은 착실하게 계단을 밟아 올라간 사람이라고 평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지 않고 훌쩍 뛰어올라 맨 꼭대기에 도착하는 것만을 취하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긴다. 수학의 기본인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도 제대로 익히지 않고 미분 적분을 풀겠다고 하면 그게 가능하겠는가. 그런데 세상에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가득 차있다. 요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부분의 정당마다 후보를 확정했다.

대통령 후보쯤 되면 한 나라의 대표적 인물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대통령임기를 5년으로 정해놨는데 전에는 4년이었다가 전두환 때는 7년이었고 ‘87체제’가 완성되며 5년으로 합의했다. 7년이나 5년이나 단임제여서 한 번밖에 못하는데 자칫 국정운영의 지속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현행헌법은 민주적으로 고친다고 하면서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최종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있어 ‘제왕적’이라는 비난과 비판이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새로 국회의장이 된 사람들은 취임사를 통하여 “내 임기 내에 반드시 개헌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리고 그 뿐이다. 누가 책임을 물을 수도 없으니 그냥 해보는 소리로 끝난다.

대통령 중에서도 간혹 개헌을 내세운 이들이 있다. 박근혜도 그랬고, 문재인도 그랬다. 진정성이 없는 개헌론은 국민도 국회도 거들떠보지 않고 흘러갔다. 이제 내년 3월9일이면 대선이 실시되어 짱짱한 후보 중에서 한 사람이 뽑힐 것이다. 대선후보의 가장 큰 덕목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국정을 좌우하는 대통령이 허언을 일삼으면 나라꼴이 엉망진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직한 후보가 선택되어야 한다.

지금 후보로 나선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한가락 하는 분들이어서 경력으로만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후보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여당과 제일야당을 대표하는 이재명과 윤석열이다.

국민의당 안철수와 정의당 심상정 역시 나름대로 역전의 용사로 일가견을 가지고 있지만 거대 양당대결이라는 전통을 깨기는 어렵다. 둘이서 만나 제삼지대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어 하회를 기다릴 뿐이다. 그렇다면 이재명과 윤석열은 최후의 승부에서 누가 깃발을 올릴 것인가. 첩첩산중에서 밀림을 헤치며 밝고 번듯한 새 길로 나오려면 산전수전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는 변수가 너무나 많다. 멀쩡하게 보이던 길이 갑자기 돌투성이로 쌓이기도 하고 칡넝쿨이 얽혀 꼼짝달싹하지도 못하게 만든다. 이재명과 윤석열은 선거 초장부터 몇 가지 스캔들에 걸려 넘어지기 직전이다. 특히 이재명은 본인의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장동 게이트는 여럿이 구속되고 결정적인 증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파만파다. 어마어마한 돈벼락이 천동을 치며 내리 쏟는데 ‘그분’으로 지목되는 사람은 한가하게 곽상도를 의식한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뻗대는 형국이다. 이 문제는 검찰수사가 여당후보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에는 아들의 상습도박이 터져 나왔다. 거론하기조차 거북한 성매매까지 나온다. 과거에 이회창의 아들이 병역을 기피했다는 김대업의 폭로는 대선이 끝난 후 가짜로 밝혀졌지만 이미 종친 다음이다. 이재명 아들 도박은 후보가 사과했으니 가짜는 아닌 모양이고 성매매는 밝혀지기 힘들 것이다. 상대방인 윤석열 역시 아내의 경력이 문제되어 사과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손준성을 통하여 고발사주를 했네 안 했네 하는 문제는 다툼이 많아서 별 탈이 없겠지만 와이프 경력은 비록 결혼 전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발목을 잡는다. 노무현이 장인의 빨치산 경력이 불거졌을 때 “그렇다고 사랑하는 처를 버리란 말이냐”고 호소한 것은 그의 당돌한 명언으로 회자된다.

이재명과 윤석열은 대선과정에서 또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지 알 수 없지만 가족들의 문제가 방해요소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다만 본인이 책임져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한 가닥 안개도 없게끔 정확하고 확실하게 실체를 밝히는 정직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난처한 입장을 벗어나기 위해서 한 입 가지고 두 말하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은 스스로의 묘혈을 파는 행위가 될 것임을 명심하라.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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