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쯔가무시·말라리아 등 발병률 높아져…폭염 피해도 점차 늘어

기후변화는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질병의 지도도 바뀌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ㆍ사고는 물론 국내에서도 열대성 질병인 쯔쯔가무시증, 비브리오패혈증 등이 증가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서서히 아열대기후를 예견하는 질병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 여름 장마 후 방역차가 아파트단지를 돌며 소독을 하고 있는 모습.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말라리아 등 소강상태를 보였던 열대성 질병들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올 여름 장마 후 방역차가 아파트단지를 돌며 소독을 하고 있는 모습.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말라리아 등 소강상태를 보였던 열대성 질병들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평균기온이 3.7도 상승, 강수량은 16퍼센트 증가하고, 여름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반면 겨울은 한달가량 짧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폭염일수 또한 현재보다 약 3배 늘어 25일 정도, 열대야는 연간 5일에서 6배 증가한 30일 정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가 발표한 ‘신(新)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기후 전망 및 기후변화 영향’ 속 시나리오는 불편한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올해만 봐도 가상 시나리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한여름 햇볕 쨍쨍한 날엔 열대성 스콜과 같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더니 한겨울에도 모기가 심심찮게 출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평균기온 상승과 함께 고온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991~2003년 동안 2천1백31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폭염은 열경련이나 열부종, 열실신, 열탈진, 열사병, 일사병 등의 고온 관련 질병을 유발시킬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도 악화시킬 수 있다. 노인이나 영유아, 만성질환자, 특정의약품 복용환자들에게도 폭염은 분명 위협적인 것이다.

‘뎅기열’ 전파하는 유충까지 제주서 발견

얼마 전 제주도에서는 열대 및 아열대지방 풍토병인 ‘뎅기열’을 전파시키는 흰줄숲모기 유충이 발견됐다. 해수온의 증가로 해류의 흐름이 바뀌면서 동남아 지역에서 흘러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최혜련 기후변화대응TF팀장은 “일부 동남아 여행객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뎅기열은 아직까지 국내 기후 특성상 토착화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추후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상승하면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이처럼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 분포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매개체 전염병인 쯔쯔가무시나 말라리아 등도 온도 상승에 따라 질병부담을 가중시킨다.

질병관리본부 조수남 기후변화대응TF팀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감염병 발생은 위생 개선과 백신 접종, 의료시스템 강화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으나 1990년대 이후 기후변화와 관련성 높은 질병으로 분류되는 쯔쯔가무시, 말라리아, 세균성이질, 신증후군출혈열, 렙토스피라 등은 증가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기후변화적응센터 연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7년 온도변화에 따른 전염병 발생 영향을 예측한 결과 섭씨 1도 상승 시 쯔쯔가무시는 6퍼센트, 렙토스피라는 4.1퍼센트, 말라리아는 3.4퍼센트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에 맞춰 대응책 추진

특히 털진드기가 옮기는 아열대 지방의 대표적 질병인 쯔쯔가무시는 국내에선 주로 남부지방에서, 가을걷이하는 시기에 농부들에게서 종종 발병해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경기도 남부지역에서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만 5백36명의 쯔쯔가무시증 환자가 나왔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7월 울산시내 한 초등학교 식당에 설치된 ‘식중독 지수 알리미 전광판’.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 식중독 등에 대한 예방 관리가 더욱 요구된다.
지난 7월 울산시내 한 초등학교 식당에 설치된 ‘식중독 지수 알리미 전광판’.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 식중독 등에 대한 예방 관리가 더욱 요구된다.

이뿐 아니다. 수인성·식품매개 질환의 병원체인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원충 등에 대한 질병도 관리가 요구된다. 지난 11월 10일 열린 ‘제3차 기후변화 건강영향 종합학술포럼’에서 임지선 을지의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질병으로 장출혈성대장균과 비브리오패혈증 등을 꼽았다. 임 교수는 특히 “서울, 광주, 경기 지역의 0~5세 소아가 기후변화로 인한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돼 해당 지역 소아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환경부에서는 지난해 ‘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5년 단위의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11~2015)’을 발표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했다. 건강 분야에선 한반도 건강 취약부문 분석을 통한 건강분야 적응 기반을 마련하고 폭염 등 사전 예·경보 및 행동요령 보급을 통해 취약계층을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폭염 취약계층 도우미를 활용한 방문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유치원이나 보육시설 폭염대기 대책도 추진한다. 폭염이나 열대야 발생 시 노인들이 휴식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 복지시설과 민간시설에 대한 시설 지원도 강화한다. 국·공유지 자투리땅을 활용해 열섬현상 해소를 위한 동네 도시숲을 조성하고 자외선 건강영향 예·경보제도 시행한다.

기후변화로 발생이 증가되고 있는 쯔쯔가무시, 말라리아 등 전염병 매개체 종합감시체계 벡터넷(VectorNet, 매개체 전파질환 통합정보시스템)을 강화해 전염률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쯔쯔가무시는 2006년부터 질병관리본부 집중예방관리사업으로 분류돼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시·군마다 토시나 기피제 등 예방물품과 홍보물품 등을 집중 지원하고 교육 및 점검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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