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상미 기자] 국내 게임업계 ‘맏형’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이사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게임업계와 유저들의 애도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김 이사가 세상을 떠남에 따라 넥슨 경영권과 블록체인, 가상화폐거래소 등 게임 다음 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인수·합병(M&A) 등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사진=넥슨)
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사진=넥슨)

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작년 7월 도입한 전문 경영인 체제가 자리 잡혀가고 있어 경영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고인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던 대외 투자에서는 방향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 지분 98%를 보유한 김 이사 일가가 지분 매각을 재추진할지도 관심을 끈다.

김 이사는 지난달 말 미국에서 사망했으며, 작년 7월 넥슨 지주사인 NXC의 대표이사에서 16년 만에 물러나 이사직만 맡고 있었다.

특히, 김 이사의 개인적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가상화폐 등에 대한 투자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김 이사가 집중한 블록체인, 가상화폐거래소 등에 대한 인수·합병(M&A) 등은 일단은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김 이사는 NXC의 투자를 사실상 총괄했으며 2014년부터 미국 콜라보레이티브 펀드(Collaborative Fund)의 파트너를 맡아 전 세계를 무대로 투자 활동을 했다.

NXC는 김 이사가 대표로 있던 2017년 국내 최초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했으며, 2018년에는 유럽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도 사들였다. 2020년에는 금융거래 플랫폼 업체 ‘아퀴스’(ARQUES)를 설립해 가상화폐 등 다양한 금융 자산을 투자·관리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넥슨은 김 이사가 이끄는 동안 2013년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박물관인 ‘넥슨컴퓨터박물관’을 개관하고 국내 최초 아동 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지원했다.

김 이사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IT 및 게임업계와 유저들의 애도의 물결이 잇따르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김정주 이사 별세 소식이 전해진 전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사랑하던 친구가 떠났다.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고 올렸다.

김 대표는 일부 공개로 올린 이 글에서 “같이 인생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젠 편하거라 부디”라고 명복을 빌었다.

넥슨, 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 게임업계 ‘3N’으로 불리는 넷마블의 창업자 방준혁 의장도 김정주 창업자의 부고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방 의장은 “한국 IT, 게임 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고(故) 김정주님의 명복을 빈다”며 “작년 제주도에서 만났을 때 산악자전거를 막 마치고 들어오는 건강한 모습과 환한 얼굴이 아직 떠오르는데 갑작스런 비보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고 회사를 통해 전했다.

방 의장은 “고인의 개척자적인 발자취는 우리에게 큰 족적을 남겼다. 항상 게임업계의 미래를 고민하며 걸어온 고인의 삶에 깊은 애정과 경의를 표하며, 오랜 게임업계 동료로서 무한한 슬픔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정헌 현 넥슨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넥슨의 창업주이자 저의 인생에 멘토였던 그리고 제가 존경했던 김정주 사장님이 고인이 되셨다”며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김정주 사장님은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넘쳤고, 본인이 좋아하는 걸 찾아내면, 어린 아이와도 같은 순수한 열정으로 빠져들던 분”이라며 “그래서인지 유독 아이들을 좋아하셨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랐으며, 행복한 시간과 추억을 경험하며 건강하게 성장해 나아가는 것에 진심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이 회사가 글로벌에서 누구나 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로 만들어 달라며 환하게 웃던 그 미소가 아직도 제게는 선명하다”며 “저와 넥슨의 경영진은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욱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 대표 출신인 남궁훈 카카오 차기 대표는 페이스북에 “업계의 슬픔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 학장은 “한국 게임산업에 큰 업적을 남긴 고인의 명복과 안식을 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또한 김 이사의 부고에 넥슨이 소속된 관련 협회들도 연이어 애도를 표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게임협회)는 2일 애도문을 내고 “갑작스러운 비보에 깊은 슬픔을 감출 수 없다. 유가족께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게임협회는 “김정주 이사는 과거 황무지와도 같았던 환경에서 게임강국 대한민국의 싹을 틔운 선구자와도 같은 분”이라며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그대로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협회는 “게임과 경제의 지형이 융·복합되는 중차대한 시기에 강력한 혜안과 리더십을 갖춘 김 이사님 같은 분을 잃은 것은 매우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했다.

협회는 이어 “그동안의 노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우리는) 생전의 모습을 따라 도전과 혁신, 변화에 주저하지 않겠다”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게임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도 이날 추모 성명에서 “김정주 창업자의 갑작스러운 부고는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전 인터넷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고, 황망한 소식에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인기협은 김 창업자를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 1세대 창업가”라고 부르면서 “넥슨이 1996년 4월 처음 선보인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는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의 새 역사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인기협은 “그는 같은 색깔의 티셔츠를 여러 벌 가지고 돌려 입을 만큼 일상생활에서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소탈한 성격으로도 유명하다”며 “비서진이나 수행비서, 운전기사도 없으며 백팩을 메고 회사에 불쑥 나타날 때면 알아보지 못하는 직원들도 많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협회는 “어린이와 부모님들에게 함께 사랑받는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던 김 창업자의 희망은 다음 세대에서도 계속될 것”이라며 “고인의 열정과 도전, 노력이 있었기에 게임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한국은 글로벌에서도 손꼽히는 게임 강국이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넥슨 역사의 시작점인 ‘바람의 나라’ 팬들은 게임 공간에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바람의 나라’ 이용자들은 전날 밤 10시 게임 내 부여성 남쪽 흉가 앞에 모였다. 부여성은 이 게임 서비스 초기부터 존재한 지역으로 오랜 팬들의 추억이 담겨 있는 장소다.

이용자들은 “바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덕분에 게임합니다”, “즐겁게 하고 있어요 회장님” 등 김 창업자를 기리는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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