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기고=전대열 대기자]팬데믹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한다고 해서 모든 언론이 걸핏하면 팬데믹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도하고 있지만 이제는 좀 시들해졌다. 그것은 한 1년 끌다보면 끝나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다. 2년이 넘은 지금이 더 극성을 부린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K방역으로 가장 우수한 방역역량을 자랑하다가 이제는 세계 최고의 감염률을 기록 중이다. 오미크론은 델타변이를 뛰어넘으며 하루에 수십만 명이라는 기록을 남긴다. 경제부총리도 확진자가 되어 자가 치료를 받으며 비대면 업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오미크론은 결국 당국의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놨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6인까지만 대면입장이 허락되었는데 이것이 무색하게 되었다. 식당 등의 영업시간도 9시까지였는데 11시로 늦춰졌다.

무조건 병원으로 이송되던 환자들이 수용할 병실이 부족하여 대부분 자택치료로 전환되었다. 문제는 노인계층의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유소년들까지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판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산불이 일어나 큰 고통을 준다.

경북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이 때마침 불어온 강풍에 힘입어 거침없이 산을 태우고 있다. 벌써 3일이 지났지만 그 기세는 더욱 사나워졌다. 강원도 삼척을 넘어서 동해시까지 날름거리고 있다. 울진에서는 한때 한울 원자력발전소가 화마의 위협을 받았다. 소방당국이 결사적으로 방어 작전을 펼쳐 다행히 물러갔는가 싶더니 바람의 방향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것이어서 아직도 안심을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산불이 울진 삼척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강원도 강릉에서, 경기도 수리산에서도 일어났다. 아직 겨울이 간 게 아니지만 한 겨울에도 눈이 많이 내리지 않은 통에 모든 산하가 메말라있어 불기가 붙어주기만 하면 차가운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대형 산불로 변하는 것이다. 강릉 산불은 60대의 노인네가 동네 사람들이 평소에 자기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동네방네를 돌아다니며 방화를 한 것으로 밝혀져 어이가 없다.

무슨 이유로 홀대를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화합하고 갈등이 없는 사회생활을 해야 된다는 진리를 실천하지 못한 점이 아쉽기만 하다. 대통령이 울진을 찾아 모든 재산이 잿더미로 변한 화재민을 위로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주 발 빠른 조치였다. 고속도로와 국도 그리고 기찻길까지 막힌 산불은 이번이 처음인가.

러시아의 침략으로 빚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을 뒤엎고 속전속결이 안 되고 있어 서방세계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푸틴은 원자력발전소 근처를 포격하며 위협을 가했다. 원전이 터지면 어떤 재앙이 닥칠지 가장 잘 아는 나라가 러시아다. 그들은 이미 체르노빌 원전폭발로 엄청난 피해를 체험한 바 있다.

해일에 의한 피해로 후쿠시마 원전폭발이 어떤 피해를 야기 시켰는지 목격한 바다. 비록 전쟁으로 죽고 죽이는 현장이라고 하지만 원전을 건들면 세계를 향하여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다. 군사시설이 아닌 원전에 대해서는 고의적인 폭격은 절대금물이다. 러시아의 군사력이 우크라이나보다 월등 강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쉽게 함락되지 않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지도자와 국민들의 애국심이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무너질 때 미국으로 내뺀 대통령과 몇 개월 전 아프가니스탄을 버리고 도망친 대통령을 우리는 기억한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스스로 도망칠 권리를 버렸다. 우리는 그를 적극 지원하고 격려해야만 한다.

이제 3일 후면 한국의 대통령선거일이다. 이틀 동안 사전투표를 했는데 역대 최다수의 유권자가 투표를 했다. 보수와 진보의 한 판 싸움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재명과 윤석열의 대결은 어떤 선거보다 흥미진진하다. 둘 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더구나 윤석열은 정치문외한이다.

그가 제일야당의 주자가 된 것은 순전히 현 정부와 여당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으로 조국의 비리를 눈 감을 수 없었기에 그에게 칼을 겨눈 것이 일파만파를 일으키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수사한다는 정의의 사도로 비쳤다. 게다가 문재인정부의 5년 치적이 내로남불 한 마디로 응축되며 정권교체의 기운이 넘쳐났다. 이는 이승만의 자유당 말기와 노무현정권 말기의 민심 흐름과 너무나 닮았다. 민심이 정부를 떠난 것이다.

이승만은 4.19혁명에 의해서 추방되었고 노무현은 후계자인 정동영이 5백만표의 큰 표차로 낙선하고 검찰수사를 받다가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 이번 선거 역시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이룩한 윤석열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누가 당선해도 정권을 쥔 사람은 국론을 하나 되게 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이념과 계층을 갈라서게 하는 대통령은 통섭과 화합을 모르는 사람으로 매도될 것이다.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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