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지정학적 리스크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원인”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배경에는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상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자체 발행한 런던 현지정보 3월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물가상승 우려에 따른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상 기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각됨에 따라 채권, 주식 등 금융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물가상승 우려에 따른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상 기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각됨에 따라 채권, 주식 등 금융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독일 및 영국 국채금리(10년물)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강화 등으로 3월초까지 30bp 이상 하락하였다가 최근에는 다시 러시아 침공 이전 수준까지 반등했다. 유럽(Stoxx50) 및 영국(FTSE100) 주가지수도 금년 고점 대비 각각 20.2%, 9.3% 하락하였다가 최근에 다소 회복하는 모습이다. 이는 유럽이 영국에 비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음에 따라 유럽 주가지수 하락폭이 영국보다 크게 나타난다.

변동성 확대 배경에는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이유이다.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3월 들어 크게 높아지면서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BEI(10년물)에 반영된 기대 인플레이션은 22.1월말 4.15%에서 3.2일 4.45% 까지 높아 졌으며 시장에 반영된 정책금리 전망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영란은행의 금년말 정책금리 예상치는 3.15일 기준 2.07%로 1월말(1.44%) 대비 63bp 상승하여 시장참가자들은 통화정책 긴축기조가 이전보다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CB의 금년말 정책금리 예상치도 –0.13%(3.15일)로 1월말(-0.32%) 대비 19bp 상승하여 금년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적 리스크로는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시장참가자들의 위험회피성향이 강화되어 왔으며, 침공(2.24일) 이후 3월초까지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동성 확대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서방국가들의 강력한 제재(SWIFT 배제,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 수입 중단 등) 등이 모두 현실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크게 자극했다.

그러나 지난주 중반 이후 전쟁이 소모전 양상으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위험회피성향이 일부 완화된 것으로 관측된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최근 하락 반전하였고, 신용 스프레드도 고점을 기록한 이후 완만하게 축소되는 모습이다. 이는 양측이 평화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추가적인 위험회피를 야기할 수 있는 극단적 시나리오(tail risk)가 시장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Jefferies, RBC)했다.

또한 금번 사태가 유럽 및 글로벌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고 각국의 재정확대 등을 통해 완화될 수 있다는 인식도 일부 작용(Mizuho, BoA)했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러시아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강등하였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 국채가격이 급락하고 CDS 스프레드는 급등했다. 금융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외화표시 러시아 회사채의 연쇄 부도가 발생하고 국제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Capital Economics)이 있다.

한편, 일부 투자은행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규모 및 구성을 고려할 때 대외채무 지급불능 리스크는 높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BNP Paribas)했다. 러시아는 6,300억달러(1월말 기준, 세계 4위)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외화자산 다변화를 통해 금, 중국 위안화 비중을 확대하여 서방의 제재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식적인 채무불이행까지의 유예기간(30일)이 있어 동 기간 중 협상 진전 등으로 제재가 완화된다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참가자들의 전망은 우선 ‘전쟁 전개양상과 관련 시장참가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특성상 예측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이 예상보다 빨리 타결되고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제재는 지속 또는 일부 완화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BoA).

금리와 관련, 주요 투자은행들은 전쟁 격화에 따른 하방리스크가 있으나 인플레이션 확대 우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대 등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확대와 성장 둔화라는 측면에서 금리에 상반된 영향을 미치겠으나 중장기적으로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정책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BoA).

주가와 관련, 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병목현상 장기화 등이 유로지역 기업 실적과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對러시아 익스포저가 높은 에너지 부문,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소비재 기업, 금융 제재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금융산업 등이 상대적으로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Credit Agricole)된다.

환율과 관련, 최근 ECB의 매파적인 정책 행보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과의 긴축 강도 차이, 전쟁 지속에 따른 유로지역 성장 둔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유로화는 당분간 미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BoA)된다. 파운드화의 경우 영란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기대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미달러화 및 유로화 대비 강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NatWest)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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