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이사장
박근종 이사장

[중앙뉴스 칼럼=박근종 이사장]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유예’, ‘임대차 3법 폐지·축소 검토’ 등 주택시장에 커다란 폭발력으로 많은 영향을 줄 정책들을 추진할 뜻을 연이어 밝히고 있다.

당선자가 재건축·세제·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가뜩이나 주택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터에, 성급히 나오는 이러한 시그널(Signal) 들은 자칫 집값 불안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신중히 검토하되, 속도전으로 성급히 서두르다가 다시 집값 불안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인수위는 지난 3월 30일 부동산정책 방향과 관련해 수요에 부응하는 민간 주도의 충분한 공급과 시장 기능 회복을 통해 근본적인 시장 안정과 국민 주거 상향을 도모하면서, 시장 소외 계층·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촘촘한 주거 안전망을 구축해 나간다는 기조하에 “세제·대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시장 기능 회복에 방점을 두고 있다.”라고 밝힌 데 이어 다음날인 4월 1일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이르면 4월, 늦어도 새 정부 출범 시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종부세 납부에 과도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집을 팔도록 유도하려는 취지가 담겨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양도세 완화 의도는 이해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는지는 의문이 많다. 상식적으로 주택 매매는 최소 2~3개월의 시일이 소요되는 데다 6월 1일 전에 매물이 나와 잔금까지 치르기엔 시일이 너무나 촉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 당선자가 이미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등 보유세 완화 방침을 밝힌 터여서 오히려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개연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보유세 강화 기조를 분명히 해야만 그나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 역시 심상찮아 보인다. 윤 당선자는 현재 0 ~ 70% 차등 적용하는 엘티브이(LTV | 주택담보대출비율)을 70%로 단일화하고,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겐 80%까지 완화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여기에다 지난해 가계대출 폭증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긴급히 틀어막았던 신용대출까지 풀리고 있다. 신용대출은 ‘영끌’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돼왔던 터다. 새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 신호를 보내자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 영업에 나서는 양상은 이를 방증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임대차 3법은 당초 임차인 보호와 시장 안정을 목표로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에게 1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해 전세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2년+2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상승 폭을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 계약 시 집주인과 세입자가 30일 이내에 관청에 보증금 등 계약 정보를 신고토록 하여 임대료 안정 등을 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계약갱신을 둘러싼 임대차인 간 마찰이 속출했고, 갱신계약에 묶여 서울에선 전세매물이 16% 이상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으며, 전·월세상한제를 의식한 임대인들은 아예 임대료를 크게 올려‘전세대란’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 해소를 이유로 인수위가 임대차 3법을 개선하려는 것이겠지만 신중론도 결단코 적지 않다. 

우선, ‘계약갱신청구권제’는 경제적 약자의 주거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획기적 진전이라고 평가된다. 외국의 입법례를 봐도 상업용 건물 임대료와 기간에 대해선 사적 자치를 존중하면서도 주거용 건물에 대한 임차인의 주거권은 임대인의 재산권에 비해 더 강한 보호를 받도록 설계되고 있다.

‘전·월세상한제’는 갱신 시 기존 임대료의 5%를 초과해 증액할 수 없도록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 대도시에서도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임대료 상승은 계층 갈등을 부추겼다고 판단 임대료를 일정 비율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전·월세신고제’는 전·월세신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확정일자가 부여되기 때문에 차후에 생길 문제에 대해서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도입 초기 충격에서 벗어나 최근 전·월세 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오름세였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년 7개월 만인 지난 2월 하락으로 반전됐다.

더불어 오는 가을 계약갱신 물량이 나오는 시점의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172석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법 개정 등이 어렵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당선자가 부동산정책을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76.79㎡의 최근 호가는 27억7,000만 원으로 2억 원 정도나 더 뛴 것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 역대 최고가의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은 집값만 부추기는 경종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새 정부로서는 제도를 개선하되, 법 폐지 등 극단적 조치보다 부작용 해소에 초점을 두고 여야 협치를 도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이 차갑다고 밸브를 급격히 온수 방향으로 돌리면 뜨거운 물이 나와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고 반대로 물이 뜨겁다고 밸브를 급격히 냉수 방향으로 돌리면 차가운 물이 나와 자칫 찬물 세례를 받을 수 있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이런 얼빠진 행동을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라고 했다. 시장은 매우 민감함으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조심스럽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책은 타이밍이고 경제는 심리라 했다. 군중심리에 영향을 미쳐 갑작스러운 상승의 모멘텀(Momentum)이 되고, 버블(Bubble)을 일으키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에 매몰된 심리적 편향성이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대차 3법 개폐의 대안으로 제시한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은 비(非)아파트 시장도 꿈틀대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대출 규제, 그중에서도 디에스아르(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완화는 오히려 “큰코다치는” 악수가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하고 신중을 기울여야만 한다.

현 정부의 정책은 비정상이므로 모두 뒤집어 놓겠다거나 단기에 가시적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과욕은 금물이다. 더구나 임대인과 임차인들이 현행 제도에 차츰 적응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큰 틀의 제도 변경은 되레 시장 안정을 해칠 우려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은 공급·세제·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기대심리도 매우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에 투기 심리를 잡지 못하면 재임 기간 내내 집값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더 신중하고, 더 정교하게 정책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심도 있게 설계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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