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청렴확산협의체’서 순기능ㆍ역기능 내부 토론
익명성 기반 공론화 활발 vs 마녀사냥 식 비방 우려도

[중앙뉴스= 김상미 기자 ] “블라인드는 익명성을 이유로 도덕적 책임감이 적어지기 때문에 수위 높은 욕설, 비방이 쉽게 일어나고 근거 없는 ‘카더라’가 사실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김혜주 LX울산지사 주임)

“수직적 직급, 세대간 벽이 팽배한 공사에서는 공개적으로 꺼내기 힘든 애로 사항을 공론화하여 실제로 해결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김창호 LX대전동부지사 주임)

LX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공사)가 구축ㆍ운영해오고 있는 ‘제5회 청렴확산협의체’의 비대면 회의에서 직장인 익명 커뮤티니 앱 블라인드에 대한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제공=LX한국국토정보공사)
(제공=LX한국국토정보공사)

회사 이메일 인증을 거쳐야만 사용이 가능한 블라인드는 2013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 지난해 3월 기준 가입자 수는 430만명에 이를 정도로 ‘국민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내부 고발의 창구라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익명 뒤에 과도한 험담ㆍ조롱ㆍ근거 없는 글에 대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는 반론이 팽팽했다.

신선미 LX강원지역본부 지적사업처 팀장은 “공사에 80년 이후 출생자가 47%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불평ㆍ불만을 해소하는 창구가 필요하다”면서 “직원들의 작은 이야기도 잘 귀담아 듣고 개선하려는 관리자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견병식 LX경기북부지역본부 고양지사장은 “선배보다 후배들이 더 무섭다”면서 “블라인드 이야기가 혹시 나에 대한 뒷담화 일까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또 소수의견이 회사 전체의 의견이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처럼 잘못 비칠 공산이 크고 기밀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배상근 LX공간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극소수 직원이 제기한 문제가 전체 의견인양 과장되는 점이 큰 문제”라면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폭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사내 익명게시판으로 개설해서 익명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측면으로 활용하자는 주장과 함께 소통방식을 바꾸는 프로그램 마련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서 LX대구경북지역본부 지적사업처 대리는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높은 조직문화일수록 익명이 자리한 공간이 적다”면서 “사내 익명게시판을 만들어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면서 관리자와 직원간의 일대일 면담시간을 별도로 만들어 소통 방식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최정규 LX완주지사 팀장도 “블라인드의 핵심은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말하고 기업이 이를 잘 듣게 하는 데 있었다”면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다양한 세대와 소통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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