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공공의료·지적재산권…한·미 FTA 3대 쟁점 정리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투자 유치국의 조치가 협정상 의무에 어긋나 투자자에게 부당하게 손해가 발생하면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배상을 요구할 수 잇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를 대표적인 한·미 FTA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이 제도를 문제 삼는 근거는 공공 정책 침해, 분쟁 해결 절차의 편파 판정, 사법주권 훼손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주장의 근거로 몇몇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상세히 들여다보면 한·미 FTA의 실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영리병원 기업인 센추리온의 캐나다 정부 제소, 멕시코 메탈클래드 사건 등이 ISD에 의한 국가 공공 정책 침해 사례로 거론된다.

그동안 발생한 ISD 390건은 대부분 투자유치국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조치에 기인했다. 메탈클래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멕시코 정부가 미국 투자자에게 쓰레기 매립장 영업을 보장해 놓고 나중에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투자 가치를 박탈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사례를 제시하는 측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한·미 FTA 협정문상 엄격하게 제한돼 있는 ISD 제기 요건이다. 즉 정부 행위의 경제적 영향, 합리적 기대 이익 침해 여부, 정부 행위의 성격이라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으면 ISD 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공공정책은 협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거나 예외로 설정돼 있고, 현재·미래 유보 대상에 포함돼 터무니없이 비상식적인 정책이 아닌 한 안전하다.

또 분쟁 해결 절차 문제는 ISD의 주요 중재가 미국의 입김이 센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이뤄져 공정한 중재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ICSID에서 중재 재판부 구성은 분쟁 당사자가 한 명씩, 양측 합의로 나머지 1명을 지명한다. 합의가 안 되면 사무총장에게 임명권을 주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이 개입할 소지가 있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우려다.

그러나 ICSID 중재인에 임명된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는 “당사국이 중재인에 대한 기피, 제척이 가능하고  중재 심리와 판정이 공개돼 법관의 양심을 어겨가며 특정국가의 편을 들어준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제기된 ISD 사례 13건 가운데 중재인이 임명된 4건에서 미국이 2건 승소, 2건 패소한 결과도 공정성 시비가 적절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료서비스
공공 의료 제도는 한·미 FTA와 무관

한·미 FTA를 계기로 의료서비스가 붕괴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병원 민영화, 건강보험료·의료비 상승, 의약품 시판 허가·특허 연계 제도 도입에 따른 약값 상승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같은 결과로 국가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고 저소득층이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제도가 한·미 FTA 협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데도 한·미 FTA 반대 여론을 결집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장된 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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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후에도 복제약을 생산·판매하는 데엔 큰 차질이 없다. 특허 존속 기간 중에도 복제약 시판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며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한 판매에도 제한은 없다.(사진=위클리공감)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허용될 영리병원 제도에 관해서도 사실과 다른 소문들이 유포되고 있다. 한·미 FTA로 인해 영리병원 설립 후 부작용이 나타나도 폐지할 수 없는 등 정부의 의료 정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 영리 병원 확산으로 전 국민을 대상을 한 현행 건강보험이 위기에 처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의료비가 올라 맹장수술비가 미국처럼 90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괴소문도 있다.

그러나 영리 병원은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로 한정됐고 해당 병원은 의료법, 약사법 등 국내법을 어기면 허가 취소나 폐쇄 조치가 가능하다. 맹장 수술비를 900만원이나 받는 영리 병원이 과연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상식을 간과하고 있는 오해다.

의약품 시판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국내 제약사가 복제약을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시판 승인을 요청할 때 특허권자에게 통보하는 제도다. FTA 반대론자들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값싼 복제약 생산이 어려워지고 약값이 오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특허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려는 것일 뿐, 현행 약값 결정 제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이 제도는 국내 복제약 제조업체들이 사후 특허 소송에 휘말릴 위험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허 신약 갸발 회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이 기간에 시판 허가를 할 수 없지만, 소송이 없으면 시판 허가가 가능한 지금의 체제와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최근 개정된 약가 산정 방식을 유지해 국민의 약값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우리의 콘텐츠 산업도 보호한다

한·미 FTA 지적재산권과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시적 저장’을 복제로 인정한다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국가별로 일시적 저장을 인정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으나, 이미 86개국(2004년 기준)에서 일시적 저장을 복제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는 일시적 저장을 복제로 인정하면서도, 통상적인 이용과 관련해서는 예외를 설정했다. 인터넷 검색이나 일반적인 정보 처리는 종전과 동일하게 가능하다.

한·미 FTA로 인해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이트만이 아니라 저작물의 무단 복제나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폐쇄하게 된다는 오해도 있다. ‘일정한 경우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목적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2007년 6월30일 한·미 양국 간 부속서한은 양국이 합의한 정책 목적일 뿐 법적 의무가 아니다. 따라서 한·미 FTA를 이행하기 위한 우리 저작권법에도 이 같은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는 사이트의 해당기능(웹사이트 링크, 게시판 등)에 따라 정해지는 관리 의무를 다하면 되며, 의도적으로 불법 치매물의 유통을 방조하지 않은 한 사이트 폐쇄 조치를 당하지 않는다. 또한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는 사이트를 통한 무단 복제나 전송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영화 도촬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우리 측 피해를 과장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작비용이 막대한 영상 저작물의 상영 중 장면을 몰래 촬영해 배포·전송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와 영화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우리의 영화 산업 발전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서도 도촬 금지는 반드시 필요한 규정이다.

한·미 FTA가 저작권 침해 혐의자의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획득할 수 있는 행정·사법 절차를 수립하도록 하고 있어 개인 정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오해도 있다. 그러나 한·미 FTA에 따라 시행되는 개정 저작권법(제103조의 3)은 저작권자의 정보 요청시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 필요성과 침해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했다.

미국 측 저작권자의 정보 제공 요청도 엄격하게 요건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 측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가 이를 거절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요청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저작권자는 이 같은 정보를 청구 목적 이외의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위반 시 형사 처벌을 받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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