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신현지 기자] 6.25 전쟁으로 헤어진 부부가 72년 만에 나란히 한 자리에 들었다.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6·25 전쟁에 참전 했다 이름 모를 야산에 무명인으로 묻혔던 호국 영웅 ‘박동지 이등상사’, 그 가 72년 만에 아내에게 돌아왔다.

29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6.25전쟁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이 거행됐다(사진=신현지 기자)
29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6.25전쟁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이 거행됐다(사진=신현지 기자)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6.25전쟁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이 거행됐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거행된 국립서울현충원 합동안장식에는 고 박동지 이등상사(현 계급 중사), 김일수·노재균·이우서·홍일섭 하사 (현 계급 상사), 안승원·김종술·김학수 일병 등 8위의 유해가 영원한 안식처를 찾았다.

장맛비가 내리는 속에서 거행된 6.25 전쟁 전사자 합동안장식에는 전사자 유가족, 국방부, 국가보훈처 관계자, 군 장병 등이 참석해 조국수호를 위해 장렬히 전사한 호국영웅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이날 영면에 들어간 호국영웅 가운데 고 박동지 이등상사는 1928년 전북 정읍 출신으로 국군 제1사단 제12연대 소속으로 복무 중 6·25에 참전했다가 '수원 북방 전투'1(950년 7월3~4일)에서 전사했다. 경기도 성남 동원동에서 발굴된 박 이등상사의 유해는 유전자 분석 신기술에 의해 181번째로 신원이 확인이 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장병들이 영현을 봉송하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장병들이 영현을 봉송하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

72년 만에 가족품으로 돌아온 고 박 이등상사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4남 4녀 중 장남으로 19세에 가톨릭 신자인 배우자를 만나 혼인했다. 그러나 가정을 이룬 기쁨도 잠시,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자로 가족에게 전해졌다. 후일 고인은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당시 고인의 아내는 남편의 전사 소식에도 혹여나 남편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벽에 남편의 사진을 걸어놓고 평생을 기도로 살았다. 그러다 2019년, 92세의 일기로 별세했으며 이때 고인의 남동생 박희만 님은 형수의 유골함에 고 박 이등상사의 사진을 넣어 함께 장례를 모셨다.

그리고 마침내 29일 거행된 6.25 전사자 합동안장식을 통해서 부부가 극적인 만남을 이루게 됐다. 한 많은 세월 끝에 비로소 마주한 부부의 사후 만남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한참이나 말을 잃었다. 

6.25전쟁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 모습 (사진=신현지 기자)

앞서 27일 천주교 공원묘지에서 미리 형님 곁으로 형수님을 모신 남동생 박희만 님은 “갓 결혼한 부부가 헤어져 72년 만에, 그것도 사후에 만났으니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라며" 그저 안타까워 가슴만 저릴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고인의 유족은 “돌아가신 형님(고인의 아내) 이 살아계실 때 남편을 만나면 가장 무슨 일을 하고 싶으시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때 형님은“하루만이라도 좋으니 그 사람이랑 종일 이야기를 하고 싶다” 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형님이 그만큼 남편을 그리워하셨고 또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는 뜻인데 아마 지금 형님은 왜 이제 왔냐고 타박부터 하실 것 같다. 너무 늦게 돌아오셨다" 라며 붉어진 눈시울로 애써웃었다.

한편, 수원 북방 전투는 당시 시흥지구전투사령부다. 시흥지구전투사령부는 수원 북방에서 적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하여 ‘축차방어진지’를 편성해 방어작전을 완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 했으나, 병력과  장비의 열세로 인해 결국, 7월 4일 하루간의 방어전투 끝에 수원이남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전투 중에 '박동지 이등상사'가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 영면에 든 안승원 일병도 박 이등상사와 같은 정읍 출생(1926년)으로 같은 부대 소속이다. 또 박 이등상사와 같은 수원 북방 전투에서 전사했다. 고인은 4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으며, 1949년 입대해 1950년 6월, 25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조사에서 “선배님들의 승리의 발자취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번영에 든든한 토대가 되었다”며, “육군은 이 땅 어디에선가 기다리고 계실 또 다른 호국영웅들을 끝까지 찾아서 단 한 분도 홀로 남겨두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모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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