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산문집 펴낸 권애숙 시인

장맛비와 무더위 속에 무기력해지기도 하며 꼬리의 끝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이 펜데믹의 끈적임이 답답하다면 특히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 한 권을 소개한다.

이미 중견을 넘어선 시인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해 놓은 저자(권애숙)의 필력은 따뜻하고 담담하면서도 단단하다. 그의 삶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들은 내 이야기, 내 마음인 듯 미소짓기도 하고 고개 끄덕이게도 하다가 때론 눈시울 적시기도 하며 책장을 넘길수록 묘하게 집중하게 하면서 적셔주는 청량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 그 자체에 대한 포근하고 깊은 저자의 눈빛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당신 또한 고마운 수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될 것이다. [최한나]

-------

고맙습니다 나의 수많은 당신/권애숙
고맙습니다 나의 수많은 당신/권애숙

커피와 가장 어울릴 산문집을 꼽으라면 이제 <고맙습니다 나의 수많은 당신>을 꼽겠습니다.^^

소박하지만 희망의 길을 내고 싶은 시인의 낮고 뜨거운 숨

권애숙 시인의 첫 산문집 고맙습니다 나의 수많은 당신

등단 후 지금까지 시집 5권과 동시집 1권을 펴내며 부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권애숙 시인이 첫 산문집 고맙습니다 나의 수많은 당신을 펴냈다.

이번 산문집은 권애숙 시인이 지난 이십여 년 동안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했던 산문들을 한 데 묶은 것인데, 전체를 5-<1. 지구별 어느 곳에선>, <2. 스며들기 좋은 방>, <3. 지혜로운 사람들>, <4. 무덤 곁에서 쓰는 편지>, <5. 어떤 먹물의 이름값>-로 나누어 총 77편의 글을 싣고 있다.

권애숙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책에 실린 산문들을 일러 삶과 시에 대해 소박하지만 희망 쪽으로 길을 내고 있는, 낮고 뜨거운 숨이라 생각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발간 소감을 적고 있다.

제비꽃에선 바닥과 창공의 냄새가 나서 좋습니다. 누가 보든 말든, 아는 척을 하든 말든, 잘난 척 하지 않고 고요하게 그러나 뜨겁게 바닥을 딛고 서서 자신의 전부를 펼칩니다. 작고 소박한 꽃잎들은 나를 닮았고 내 그리운 사람들을 닮았습니다. 꿈인 듯 희망인 듯 보는 이들의 걸음을 붙들고 설레게 합니다.

제비꽃의 꽃말은 겸손’ ‘순진무구한 사랑이라고 합니다. 낮고 구석진 곳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피어 누구에게라도 편안하게 다가가고, 누구라도 쉽게 다가올 수 있게 하는 겸손하고 순진한 사랑. 제 글이 제비꽃 같기를 바랍니다. 고요하게 사방으로 번져 춥고 아픈 이들의 허기를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길게는 이십수 년 전, 짧게는 최근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했던 것들입니다. 모아놓고 보니 삶과 시에 대해 소박하지만 희망 쪽으로 길을 내고 있는, 낮고 뜨거운 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산문은 시와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시가 낯선 나를 만나는 작업이었다면 산문은 잊고 있던 나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황정산 평론가는 권애숙 시집 당신 너머, 모르는 이름해설에서 권애숙 시인의 시들은 이런 욕망으로 하나 되는 시대에 한 개인이 또 다른 존재를 만나는 방식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그의 시들은 사이에 대한 성찰이라 할 수 있다라고 평한 바 있는데, 이번 산문집도 어쩌면 동일한 평이 가능하지 않을까.

인간(人間)’이라는 단어는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는 것”, ()와 당신()관계-지음혹은 관계-맺음으로 얽히고설켜 마침내 가 아닌 우리로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함의하고 있는데, 권애숙 시인의 이번 첫 산문집을 뭉뚱그려 말한다면 바로 그 인간(人間)’의 문제라 하겠다.

권애숙 시인은 푸른 지구별에서 나의 수많은 당신들이 어떻게 함께 더불어 숲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짧지만 단단한 문장에 담아내고 있는데, 그 울림이 적지 않다. 또한 77편의 글들 편편마다 마음에 새겨둘 만한 보석 같은 문장들을 숨겨두었는데, 이 문장들을 찾아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위로를 받고 싶을 때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커피 한 잔과 함께하면 좋을 산문집이다. 위로를 전해야 할 누군가 있다면 이 산문집을 선물하는 것도 좋겠다. [출판사 소개글]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