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가 지난 8일 오전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총격을 받아 치료중 사망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우경화를 주도해온 아베의 부재는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가 지난 8일 오전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총격을 받아 치료중 사망했다. (사진=TV방송캡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가 지난 8일 오전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총격을 받아 치료중 사망했다. (사진=TV방송캡처)

2차 아베 정권(2012.12~2020.9) 기간 한일관계는 악화 일로였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성격인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크게 훼손됐다.

아베 전 총리는 퇴임 후에도 막후에서 한일 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기시다 총리가 올해 1월 한국이 강하게 반대했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보류하려고 하다가 아베 전 총리가 “(한국이) 역사전(戰)을 걸어 온 이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압박하자 추천 쪽으로 선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본통에 따르면, 참의원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압승을 거두면서 “기시다의 정치색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시다는 아베와 달리 온건파, 비둘기파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한국의 정권도 바뀌고 했으니 냉각된 한일관계를 돌리기에는 좋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전 총리의 힘이 강해 현직 총리도 아베 전 총리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아베라는 큰 압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정치색을 내는데 플러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특히 한일관계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가 강경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한일 관계에서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 등 한일 대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제 강제 동원 노동자와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가 기존의 태도를 바꿀지에도 관심이다.

일본 정부는 역사 갈등 현안에서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분위기는 양국에서 정치적 민감성이 큰 역사 현안은 조급하게 해결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충분히 시간을 갖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편, 경제단체들도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선거 지원유세 중 피격 사망과 관련해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비극적 사건으로 사망한 아베 전 일본 총리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른 시일 내에 이번 사건이 해결돼 일본 국민과 경제계가 충격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며 “한일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한국 경제계를 대표해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았을 유가족과 일본 국민들께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우방”이라며 “이웃 나라 전직 지도자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양국 간 정치·외교 관계를 떠나 가까운 이웃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위로했다.

전경련은 아울러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經團連) 등 일본 재계와의 소통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 및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일본 역사상 최연소·장수 총리로 일본 국민들에게 존경받았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일본 국민들과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이라며 “이번 사태가 조속히 수습돼 한일관계 개선 및 원활한 경제협력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무협)도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에 큰 기대가 움트던 시점에 발생한 이번 사태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비탄과 실의에 빠진 유가족과 일본 국민, 재계에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사회가 하루 속히 슬픔을 극복해 평온한 일상을 회복하길 바란다”며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할 양국의 교류 또한 하루빨리 활발해지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우경화로 치닫던 아베 일본 전 총리의 사망이 한일관계의 변화를 어떻게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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