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이사장
박근종 이사장

[중앙뉴스 칼럼= 박근종 이사장]지난해 상장기업 성별 임금 격차가 38.1%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9월 6일 발표한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른 ‘상장법인과 공공기관 노동자의 성별 임금 격차 조사’ 결과를 보면, 2021년 성별 임금 현황을 공시한 2,364개 상장법인에서 일하는 남성이 평균 9,413만 원을 벌 때 여성은 5,829만 원을 버는 것으로 드러나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3,584만 원(38.1%)으로 전년도 35.9%보다 2.2%포인트 더 벌어졌다.

이는 남성 임금이 100만 원일 때 여성은 61만9,000원 밖에 못 받는다는 의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임금 성별 격차 12.8%의 3배 수준이다. 성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과거보다 더 확산하고 있다지만, 실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최근 3년간 상장법인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19년 36.7%, 2020년 35.9%, 2021년 38.1%로 조사됐는데, 이렇게 임금 격차가 큰 것은 제조업, 금융 및 보험업, 정보통신업 등의 분야에서 남성 임금이 여성 임금보다도 격차가 더 많이 벌어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여성의 근속연수가 짧은 데 있다. 상장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12.0년인데 반해 여성은 무려 3.7년이나 짧은 8.3년에 불과해 격차는 31.2%로 조사됐다.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2019년 35.2%, 2020년 32.6%, 2021년 31.2%로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큰 격차다. 여성의 근속연수가 짧은 것은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과 직급별 ‘유리천장’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녀 간 차별은 비단 임금에만 그치지 않는다. 고용률이나 고용 형태에서도 여성은 불리하다.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51.2%로 남성 고용율 70.0%보다 무려 18.8%포인트 낮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9월 5일 공개한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보고서에도 여성 일자리의 양과 질이 남성에 비해 미흡하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3.3%로 남성 경제활동참가율 72.6%보다 무려 19.3%포인트나 낮고, 2021년 여성 고용률도 51.2%로 남성 고용률은 70%보다 무려 18.8%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도 거의 절반 수준인 47.4%로 남성 31.0%에 비해 무려 16.4%포인트나 높다. 저임금 노동자(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 비율도 22.1%로 남성 11.1%의 두 배나 되며, 시간당 임금도 남성 22,637원의 69.8% 수준인 15,804원에 그쳤다. 2021년 여성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55.4시간으로 남성 170.4시간보다 15시간이나 적었다. 그만큼 참여의 기회가 적었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대목은 상장기업의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줄었는데 ‘임금 격차’는 오히려 늘어 났다는 점이다. 성별 임금 격차는 근본적으로 여성 차별과 인권 문제로 귀착된다. 그러나 여성에만 국한된 문제는 결단코 아니다. 한국 사회의 미래와 복합적으로 연계된 중요한 사안이다. 돌봄노동 저평가, 성폭력 노출, 성별 임금 격차에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보상 등 구조적 성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여성 경력단절, 고용상 성차별, 남성의 돌봄 참여 부족 등은 심각한 구조적 성차별이므로 서둘러 해소해야 할 과제다. 임금이나 승진에서 차별과 손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어느 누가 출산과 육아를 선뜻 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 현장에서 여성 차별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악(惡)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여성가족부에서 공개한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을 보면 지난해 15∼54세 결혼한 여성 중 취업하지 않은 여성은 324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결혼, 임신·출산, 가족 돌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은 144만8,000명으로 전체 기혼 여성의 17.4%를 차지했고, 경력단절 사유는 육아(43.2%), 결혼(27.4%), 임신·출산(22.1%) 순으로 조사됐다. 의사결정 부문에서 여성의 대표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유리천장’은 여전히 공고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 총 300명 중 여성은 57명으로 19.0%에 불과했다. 이는 OECD 38개국 중 다섯 번째로 낮은 수치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18.8%), 터키(17.3%), 헝가리(12.6%), 일본(9.9%) 등 4개 국가뿐이다.

올해 중앙행정기관 장관 18명 중 여성은 16.7%인 3명이다. 이는 2020년 33.3%인 6명에 비해 16.6%포인트 하락했다. 게다가 여성 관리자 비율은 공공기관 20.7%, 지방공기업 7.4%, 500인 이상 규모 민간기업 23%였다. 또한 지난해 여성의 삶에 대한 주관적 만족감은 34.3%로 2020년 대비 7.5%P 하락했고, 가사 분담 인식에 대해선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 67.0%, 남성 57.9%로 남녀 모두 가장 높았지만, 실제 가사 분담 실태에 있어서는 ‘공평하게 분담한다.’라는 응답보다 ‘아내가 주로하고 남편도 분담한다.’라는 응답이 여성 20.2%, 남성 20.7%로 남녀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통계 전반에서 한국 사회 내 구조적 성차별은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매우 안타깝다.

「대한민국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어 남성과 여성 간 성차별은 인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취업하기 힘들고, 임금도 적게 받으며,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동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남녀 임금 격차의 주된 요인인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육아휴직의 실질적 보장을 비롯해 모성·부성 보호 제도를 확대·강화하는 등 정책적 노력이 긴요하다. 아울러 임금은 물론 직무, 승진, 고용 형태 등 ‘성별 격차’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는 ‘성평등 공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움을 더하는 대목은 여성의 노동권이 이렇게 열악한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에만 주력하고 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불평등한 여성에 대한 정책은 개선되어야 마땅하고 오히려 여성가족부가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경제활동을 촉진하며, 여성 관리자 비중을 대폭 늘려 기업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모성·부성 보호제도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일도 여성가족부가 해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따라서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재고하고 출산·육아 등에 따른 경력단절과 여전히 공고한 ‘유리천장’ 파괴를 위해 여성가족부의 역할을 제고시켜야만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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