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중앙뉴스 칼럼=박근종 이사장]부동산 시장에 울리는 경고음이 심상치 않게 들려온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0월 6일 발표한 ‘2022년 10월 1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의하면 이번 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0.20% 떨어져 9년 1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9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10월 8일 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의하면 지난달인 9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36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 2,691건의 겨우 7분의 1수준으로 극심한 거래 가뭄이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0월 7일 기준 올해 1월부터 월별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1월 1,092건 △2월 818건 △3월 1,428건 △4월 1,751건 △5월 1,743건 △6월 1,080건 △7월 643건 △8월 667건 △9월 367건 순이다. 올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소 거래량을 기록한 7월 643건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아 거래절벽 현상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급기야 경기도를 비롯해 대전, 대구, 부산 등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매각가)이 80% 밑으로 떨어졌고, 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이 80% 이상인 사업자 주택담보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회사 원금 손실도 현실화할 전망이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 PF) 대출이 부실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부실은 금융 시장의 뇌관이 아닐 수 없다. 주택담보대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2,566조4,000억 원으로 4년간 42.8%나 급증했다. 부동산금융자산의 부실은 은행권보다 비은행권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연쇄적으로 금융부문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피에프(PF) 대출이 급증했던 만큼 금융당국이 정확한 실태 파악과 함께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국내 총 민간신용은 3,339조3,000억 원 규모인데, 이 중 56.5%가 부동산시장과 관련 금융투자시장과 연관돼 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피에프(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 원이다. 2014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이 14.9%에 달한다. 은행권이 6조9,000억 원 증가에 그친 데 반해, 제2금융권은 70조1,000억 원 급증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개발사업을 기초자산으로 증권사가 발행한 유동화 증권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가 152조 원으로 증가하며, 한국은행 통계에 잡히지 않은 농협·수협, 새마을금고 등을 포함할 경우 총규모는 2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 피에프(PF)는 건설업체가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 개발사업을 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받는 대출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특정 사업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그 사업의 수익금으로 되돌려 받는 금융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하거나 지급보증이 있어야만 돈을 빌려주는 데 반해 피에프(PF)는 일체의 담보 없이 대규모 투자사업에서 예상 수익을 보고 무담보 신용으로 거액을 대출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사는 직접 대출 또는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수수료와 이자를 받는다. 그러나 미분양 등으로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금융사는 대출금을 떼일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최근 공격적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하락이 겹치면서 전국 주택 미분양은 지난해 12월 17,710가구에서 올해 7월 31,284가구로 76.74%인 13,574가구나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은 서울 전역이 하락세로 돌아설 만큼 급랭하고 있다. 집값보다 전셋값이 비싼 ‘깡통 주택’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트리거(Trigge │ 방아쇠)로 작용할 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경기 침체를 무릅쓰고라도 8%대 물가 상승세부터 꺾어야 한다고 판단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지난 9월 21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큰 폭으로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의 거인 스텝을 올해 들어서 세 번씩이나 걸음으로써 미국 기준금리를 3.00% ∼ 3.25%로 무려 14년 8개월 만의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미국의 고물가를 벗어나기 위한 당연한 조치로 이해는 되지만 현행 한국의 기준금리 2.50%보다 0.50% ∼ 0.75%포인트나 높아져 한·미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이어졌고, 고물가와 고환율 극복을 위한 잇따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대에서 굳어진 데 이어 연 8%대로 올라갈 것은 시간문제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무리하게 빚을 내 주택을 마련한 ‘빚투·영끌족’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폭증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집을 처분하기 시작한다면 부동산 하락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부동산 관련 부실대출 관리가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피에프(PF) 대출은 현재의 신용이나 담보보다는 프로젝트 자체의 미래 경제성을 근거로 대출해주기 때문에 사업 진척이 어려워지면 금융기관의 부실을 부를 위험성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부동산 활황기에 피에프(PF)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지만, 불황기가 되면 ‘부실의 뇌관’으로 돌변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저축은행들이 부실화해 예금자들이 큰 손실을 보고 2011년엔 7곳이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저축은행 사태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개발에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준 결과였다. 따라서 잠재적인 부실대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규제가 느슨하고 불투명한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의 특성상 위기 발생 때 불신이 팽배하면서 위기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는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물론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사 부실로 확산할 공산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따라서 부동산 피에프(PF) 부실이 금융권 전체의 충격으로 번지는 일만큼은 절대로 없어야만 한다.

관련 유동화 증권의 만기가 대부분 3개월 이하여서 채권시장이 경색되면 건설사·금융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농협 등 상호금융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데, 이들과 금융당국이 유기적으로 공조해 나가야만 하는 이유다. 빨간불이 켜진 ‘부동산 피에프(PF) 부실’, 터지기 전 연착륙 대책부터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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