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글로벌 물가상승에 대한 아세안 주요국의 대응과 시사점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정부가 오는 2026년 “세계 5대 수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라며 수출지원 전담 체계 구축에 나서는 가운데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로 아세안 주요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럽의 소비심리 위축, 중국의 봉쇄조치 지속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 아세안 주요국의 경기 회복세 지연으로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여기에 보고서는  아세안 현지 진출 한국기업은 환율 변동과 임금상승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경영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글로벌 물가상승에 대한 아세안 주요국의 대응과 시사점’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추세 속에 아세안 주요국은 교통 및 식음료 부문 등 물가상승 압력으로 국가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3~7.7%을 기록하며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세안 주요국의 물가 동향을 구체적으로 보면 인도네시아는 2022년 10월 기준 교통(16.0%), 식음료(6.8%) 부문이 전년동월대비 크게 오르며 물가상승률을 견인했으며, 특히 여객운송서비스 분야 물가상승률이 21.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말레이시아 역시 2022년 9월 기준 숙박 및 요식업(6.9%), 식음료(6.8%), 교통(5.3%) 등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식음료 부문 중에서는 우유·치즈·계란(8.8%), 쌀·빵·기타 곡류(6.8%)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았다.

특히 필리핀은 농산물 및 석유 수입국인 점과 페소화 약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악화되었으며, 교통(12.5%), 주류 및 담배(10.4%), 식음료(9.4%), 가스·수도·전기·연료 등 공과금(7.4%) 부문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높았다. 태국의 경우는 식음료(9.6%), 교통(4.8%)이 다른 부문에 비해 크게 올랐고 특히 육류(28.0%), 식용유지류(21.2%), 계란(20.4%) 부문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크게 상승했다.

싱가포르는 같은 기간 전년동월대비 전기(26.5%), 교통(19%), 육류(13.9%), 가스(11.1%) 부문의 물가상승이 두드러졌고 베트남은 9월 기준 교육 서비스(8.9%), 교통(6.7%), 외식(6.6%) 부문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이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물가동향에 아세안 주요국은 통화긴축, 보조금 지급, TF 구성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3.5%로 유지했다가 2022년 8월부터 4개월 연속 금리인상을 5.25%로 단행했다. 또 서민용 휘발유 및 디젤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폐지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2022년 중반부터 긴축적 통화정책과 함께 연료·식용유·전기 부문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조금은 2022년 세입의 25%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필리핀은 통화정책으로 2022년 5~11월에 여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5%로 300bp 인상했다. 또 농업 생산성 증대와 관세 인하 정책과 함께 취약계층에 대해 연료보조금과 현금 지원을 제공하는 등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도 2022년 하반기 물가상승이 심화되자 2022년 8월과 9월 각 25bp씩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또 급격한 물가상승에 따른 서민의 생계부담을 덜기 위해 보조금 지원조치를 연장하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목적에 2022년 9월 23일 기준금리를 100bp(1%p) 인상한 것에 이어 10월 25일 기준금리를 재차 인상했다. 유류에 부과되는 환경세 인하의 보조금 지급정책과  특별소비세 50%, 부가가치세 20%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는 아세안 주요국의 환율 변동은 물론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올해 10월 평균 달러당 루피아 환율은 1만 5,435루피아로 2022년 1월 평균 대비 7.6% 상승했으며 이에 따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월 최저임금은 2021년의 441.6만 루피아에서 2022sus 464.2만 루피아(약 40만 원)로 5.1% 올랐다.

말레이시아의 달러 대비 링깃 환율은 2022년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 경기악화 우려 등에 급등했으며 코로나19 이후 동결했던 월 최저임금을 2022년 5월 2년 3개월 만에 1,500링깃(약 324달러)으로 인상됐다. 필리핀은 올해 1~10월 달러 대비 페소 환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수도권을 포함한 14개 지역의 일일 최저임금도 인상됐다. 특히 경제활동이 집중된 수도권은 3년 반 만에 일일 최저임금이 33페소(0.58달러) 인상됐다.

베트남은 주변국에 비해 대달러 환율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2022년 9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로 수도 하노이시, 제2도시 호치민시 등이 포함된 1지역의 월 최저임금을 2022년 7월 468만 동(약 25만 원)으로 전년대비 5.88% 인상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는 아시아 주요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3개월간 수요 위축으로 중국, 한국, 대만 등의 PMI가 50 이하로 집계됐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10월 말 기준 제조업 PMI가 48.7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50 미만을 유지해 경기가 위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싱가포르 역시 PMI는 기준점보다 낮은 49.7을 기록했다.

참고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는 제조업체 구매담당자를 상대로 신규 주문·생산·출하·재고·고용 등 5개 분류지표를 설문 조사해 집계하는 것으로 50보다 밑에 있으면 경기 위축 국면에 있다고 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분석 결과 아세안 주요국의 통화 가치는 최근 하락하는 추세이며 환율이 급변할 경우 기업들은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운용에 애로사항을 겪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원은 “아세안 현지 진출기업의 환변동보험 가입 등을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아세안 주요국에서 물가상승에 따른 노동계의 임금인상 요구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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