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품목·국가 집중도 높아 대외 충격에 취약…수출 안정성 저해
R&D 등 혁신 지원 확대 통한 유망 품목 발굴‧수출시장 다변화 필요

[중앙뉴스= 이광재 기자]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을 타개하고 나아가 수출 활력과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출의 품목·국가 집중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세계 10대 수출국의 수출 집중도 비교 및 시사점’ 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세계 10대 수출국(지난해 수출액 順(WTO 기준, 미발표 국가 제외), 홍콩은 분석에서 제외)은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한국,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캐나다다.

한경연이 한국무역협회 통계와 UN의 국제무역 통계를 활용해 주요 국가들의 수출 품목 집중도(UN의 SITC(Standard International Trade Classification: 국제표준무역분류, 무역 통계의 국제 비교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UN에서 제정한 품목 분류로서 1단위(대분류)∼5단위(세세분류)로 구성. 본 연구에서는 2단위(중분류) 기준을 사용해 수출 품목 집중도 분석 2단위 분류 기준)를 계산한 결과 한국은 779.3p으로 세계 10대 수출국(평균 548.1p)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다음으로는 일본(753.0p), 중국(640.2p), 캐나다(621.5p), 벨기에(584.1p), 독일(529.7p) 순으로 수출의 품목 집중도가 높았으며 10대 수출국 중 품목 집중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네덜란드(372.1p)로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세계 10대 수출국의 수출 품목집중도(최근 3개년 평균) (자료= 무역협회(한국), UN Comtrade(해외) 통계를 활용해 한경연 계산)
세계 10대 수출국의 수출 품목집중도(최근 3개년 평균) (자료= 무역협회(한국), UN Comtrade(해외) 통계를 활용해 한경연 계산)

한경연은 전기장치·기기(수출 비중 20.2%, ’20~’22년 평균), 자동차(10.5%) 등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구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보았다. 실제로 상위 10대 수출 품목의 수출액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68.7%)이 세계 10대 수출국(평균 58.8%)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수출 대상 국가 집중도는 1019.0p로 세계 10대 수출국(평균 1214.7p) 중 캐나다(5734.4p)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다음으로는 일본(971.0p), 네덜란드(863.7p), 벨기에(779.0p), 미국(729.9p), 중국(562.5p) 순이었으며 10대 수출국 중 국가 집중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독일(434.8p)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40%가 중국(수출 비중 24.5%, ’20~’22년 평균)과 미국(15.2%)에 쏠려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의 전체 수출 대비 수출 상위 5개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58.6%로 캐나다(86.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경연은 한국처럼 특정 품목 및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수출 충격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팬데믹과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중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재편되고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새로운 먹거리가 다양하게 등장하는 등 최근의 국제통상 환경 변화 흐름은 특정 품목·국가 집중도가 높은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5년(’18~’22년)간 우리나라 수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3.6%로 세계 10대 수출국(6.1%)에 비해 크게 미흡했는데 이에 대해 한경연은 한국이 최근의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 확대로 인한 수출 타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것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수출이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특정 품목·국가에 편중된 수출구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적극적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과 함께 R&D 등 민간의 혁신 지원 확대를 통해 경쟁력 있는 품목을 다양하게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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