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신현지 기자] 팬데믹 이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이 지속되면서 봉급생활자의 현재 생활형편 인식 격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조세·준조세 등 비소비지출도 늘어 봉급생활자가 자영업자보다 느끼는 체감경기가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내 월급은 누가 가져갔을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2022년 하반기 이후 생활형편지수와 경기판단지수가 급락하며 기준(장기평균, 100)을 하회했다.

특히, 봉급생활자의 현재생활형편지수는 팬데믹 기간보다 더 하락한 가운데 현재 경기판단지수는 자영업자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이례적인 것으로 봉급생활자의 현재경기판단지수(11년~22년 평균 74)가 자영업자의 현재 경기판단지수(68)보다 높은 수준에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봉급자의 생활형편지수 악화의 주원인으로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및 환율의 물가 파급효과 방지를 위해 마련한 기준금리 인상을 지목했다. 물가상승률이 IMF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는데 이는 팬데믹 기간 운송·물류비용 증가 등 인플레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러·우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가격 급등이 물가상승률을 역대급으로 끌어올렸다는 것.

아울러 팬데믹 이후 경제활동 재개 과정에서 보복소비 확대로 인해 내수가 빠르게 회복된 점도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비용측 물가압력은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생산원가 상승을 유발했으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공공요금과 가공식품 가격 인상 등으로 파급되어 추가적인 물가 상방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물가 상승은 실질근로소득을 감소시키고 소비시장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체감경기를 악화시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명목임금(+4.3%)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더 크게 상승해 실질임금(-0.7%)은 감소했다. 실제로 같은 해 근로자 외 가구의 실질소비는 전년대비 3.1% 증가(명목소비 +8.3%)한 데 반해 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비 지출은 1.1%(명목소비 +4.0%) 줄었다. 특히, 필수소비재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물가는 지표 물가(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과 소득여건 악화로 파급되면서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봉급자의 생활형편지수를 악화시켰다. 특히 이자비용 확대는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자비용 전년대비 증가율을 보면 29세 이하 65.1%, 30대 14.0%, 40대 8.4%, 50대 9.1%로 조사됐다.

이는 생계비 대출 외에도 투자 및 주거지 마련 등을 위한 저연령층의 신용대출 증가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대출 의존도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서는 판단했다. 신용대출·금융부채의 경우 29세 이하 23%, 30대 18%, 40대 16%, 50대 14%로 나타났다.

또한 보고서는 가계의 부담을 증대시킨 요인으로 경상조세 지출 증가를 지목했다. 2022년 명목기준으로 전년비 9.6% 증가한 경상조세 지출(실질 4.3%)은 소득 증가율 4.2%를 상회하며 가계의 비소비지출(명목 6.1%)를 견인했다. 이는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10억 원 초과) 신설 및 최고세율 인상(42%→45%)에 의한 실효세율 상승 등에 기인한 것으로 21년 근로소득세 결정세액 증가율은 19%로 10년 연평균 증가율(11%) 대비 크게 상승했다.

사회보험료 및 연금 등의 지출 증가도 근로자 가구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보험료 지출은 지난해 기준 8.1% 증가했으며, 연금기여금 지출도 4.9% 늘었다. 23년 건강보험료율(7.09%)은 전년대비 0.1%p 인상돼 사상 처음 소득의 7%를 상회했다.

여기에 필수의료체계 강화,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등 복지수요의 증가 및 고령화·저출산에 의한 사회보험 적자보전금 급등으로 인해 준조세 부담은 확대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진옥희 하나금융연구원은 “부정적인 영향력 및 금리 상승 원인 등을 고려 시 주범은 물가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물가는 서비스가격의 하방 경직성 등으로 인해 완만하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나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높아진 체감물가가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방압력으로 작용해 다시 물가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또 “통화정책의 시차를 감안할 때 금리인상에 따른 파급효과가 점차 확대되면서 경기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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