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제한 확대·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도 고려해야”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 예상 시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특히 수산업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수산업 피해에 대비한 대책마련과 수산물 소비 침체에 대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오염수 관련한 기본적인 데이터도 갖고 있지 않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올 만큼 오염수 관련한 대책마련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日 후쿠시마 제1원전 보관탱크 (사진=유튜브)
日 후쿠시마 제1원전 보관탱크 (사진=유튜브)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저지대응단’ 간사 양이원영 의원은 한 언론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오염수 관련한 기본적인 데이터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며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막을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2011년 3월 12일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 폭발 원자로는 1·3·4호기 등 세 개다. 당시 원전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주입한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되어 현재도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도쿄전력 공개자료에 따르면 2023년 3월 9일 기준 세슘, 스트론튬, 코발트, 트리튬 등 인체에 치명적인 주요 핵종을 포함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원전 주변에 설치된 철제 저장탱크에 약 만 133㎥가 저장되어 있다. 이는 전체 저장용량의 약 96%에 달하는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정한 폐로 시점(2050년)에는, 최소 100만 톤 이상의 오염수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일본은 “저장탱크 용량이 곧 한계에 달할 것”이라며 한국, 중국, 대만 등 주변국의 반대에도 2023년부터 30년간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의 계획대로면 올해 4월부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다. 이는 지난 2021년 4월 13일 일본이 발표한 오염수 처분에 관한 기본방침에 따른 것으로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일본은 관계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다핵종제거시설 등 처리수의 처분에 관한 기본방침’을 의결·발표했고 지난해 5월과 7월에 각각 승인 및 정식으로 인가했다.

이 기본방침에는 국제 규제기준에 맞게 사고원전 오염수를 정화·재정화하여 방사성 물질을 최대한 제거하고 다핵종제거시설로도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H3)는 준치의 1/40 농도로 희석해 해양방류 결정 후 약 2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10~30년 동안 해양으로 방류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더불어 해양환경 영향을 정기적으로 평가·공표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되어 있다. 또한, 국제 방출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방사성 물질 제거 과정을 일부 공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까지 원전 오염수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염수 방류 전 독립적이고 검증 가능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주변국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국내의 수산업계는 수산물 소비 급감에 따른 피해 우려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원산지 둔갑 유통 우려, 국내산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심리적 영향 등으로 국내 수산물 소비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에 이들 업계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전 오염수 방류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되는 제주도 내 1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일본 정부를 향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YWCA연합회는 이달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전국 YWCA 긴급행동’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 PEACE)도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2015년 강종호 KMI 연구원이 발표한 ‘수산경영논집’의 ‘방사능 관련 안전정보의 수산물 소비 영향에 관한 연구’ 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였다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중은 81%에 달했다. 2021년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이후 수산물 안전 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1.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체 연구용역에서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제주수산물 소비지출은 연간 4,483억 원 감소, 제주관광 소비지출은 연평균 약 2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3년 9월 이후 현재까지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및 일본산 수산물 방사성 물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인근 해역의 방사능 모니터링12)과 국내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물질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공개하고 있다. 2022년 10월 해양수산부는 8일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원전 오염수 문제를 런던의정서 체계 내에서 논의할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정부는 오염수에 관한 과학적이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조차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대응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방출저지대응단과 해양수산특별위원회 의원은 이같이 지적하며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일본 후쿠시마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위성곤 정책위 부의장은 4일 정책조정회의와 입장문을 통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일본 내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현지 여론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슈와 논점-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수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분야 피해 대책 특별법’ 제정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시했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대책 종합계획 수립·시행, 수산물 소비 위축에 따른 수산업 등 관련 산업 피해보전, 수산물 정부 비축 및 수매, 판매촉진 및 홍보 등의 실시와 관련 지원 예산 확보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해수부는 오염수 대응을 위해 올해 369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수산물 비축, 민간 수매지원 소비 활성화 등에 2904억원, 나머지는 기존 방사능 모니터링과 원산지표시제 실시 등의 예산만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또 “수산물 비축 목표는 2022년 1만3000톤에서 2023년 3만2000톤으로 확대하는 데 그쳤다”며 “이미 오염수 방류가 2023년 예정됐고, 국내 전체 수산물 생산량 규모와 예상 피해 규모를 고려하면 정부 예산 규모는 실효성 확보 측면에서 미흡하고 아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농어업재해대책법’의 농어업재해에 방사능 오염 등 사회재난을 별도로 규정해 관련 법률에 따라 피해지원 및 대책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법에서 어업재해는 ‘이상조류, 적조현상, 해파리의 대량발생, 태풍, 해일, 이상수온 등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로 규정하고 있어 현행법 상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방사능 오염 피해는 어업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일본 정부에 방사능 오염수 방류 관련주요 조치와 관련하여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인접국인 우리 정부와 협의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필요한 경우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의 확대뿐만 아니라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일 마이니치신문, 됴쿄신문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지난달 28~31일 수중 로봇을 이용해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원자로 아래 5m 지점에 로봇을 투입해 촬영했다. 그 결과 녹아내린 핵연료 및 설비 잔해로 보이는 파편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파편의 높이는 40~50㎝로 추정됐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약 1m 높이의 퇴적물이 확인돼기도 했다.  이번 동영상 조사 결과에 현지 전문가들은 “(향후) 지진으로 원전이 무너져 방사성 물질이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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