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수입특화 품목수 증가세…코로나19 기점으로 급증
10대 품목 중 강화된 품목 3개…7개는 경쟁력 약화
글로벌 수요 큰 첨단품목 수출특화 전환 위한 전략 필요

[중앙뉴스= 이광재 기자] 지난해 10월 이후 수출 역성장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시장에서 경쟁열위에 있는 교역 품목이 최근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최근 10년간(2013~2022년) 수출 품목의 무역특화지수(Trade Specialization Index, TSI : 특정 상품의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나타내는 지수)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이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활용해 우리나라 수출품목(HS코드)의 무역특화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수출에서 경쟁우위를 가진 수출특화 품목 수는 감소세인 반면 경쟁열위를 가진 수입특화 품목 수는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특화 품목수 추이(상) 및 수출특화 품목수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제공=전경련)
수입특화 품목수 추이(상) 및 수출특화 품목수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제공=전경련)

2013년 수입특화 품목은 전체 1216개교역품목 중 815개였으나 지난해에는 1221개 중 846개로 31개 늘어나면서 분석기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수출특화 품목은 동기간 401개에서 375개로 26개 감소했다.

전경련은 이러한 현상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을 기점으로 심화됐다며 2019년 대비 수입특화 품목이 19개 급증(+)하고 수출특화 품목은 18개 급감(-)했기 때문으로 그 결과 전체 교역품목 중 수입특화 품목의 비중은 2019년 67.7%에서 지난해 69.3%로 1.6%p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특정 품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한국 수출구조의 특성상 과거에는 수입특화 품목이 수출특화 상태에 있는 품목보다 많아도 수출실적이 양호할 수 있었지만 최근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가 심화된 것은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수출 상위 10대 품목을 대상으로 경쟁력 변화를 살펴보면 2013년에는 수입특화 품목이 석유 등 광물성연료(무역특화지수 △53.9) 1개뿐이었지만 광학‧정밀‧의료기기의 무역특화지수가 2021년부터 양수(+)에서 음수(-)로 전환되면서 수입특화 품목이 2개로 늘어났다.

나머지 8개 품목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중 절반이 넘는 5개 품목에서 무역특화지수가 감소하면서 비교우위의 정도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등 전기기기(2013년 30.4→2022년 23.0), 기계(11.1→3.3), 자동차(74.8→55.5), 선박(91.0→77.1), 유기화학품(26.7→21.1)의 5개 품목에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특화지수가 증가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된 품목은 플라스틱(49.2→49.7), 철강(4.5→19.5), 철강제품(13.5→23.7) 3개에 그쳤다.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는 특히 우리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중국을 중심으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역에서 무역특화지수가 음수(-)인 수입특화 품목은 2013년 전체 1168개 중 773개로 60%대(66.2%)였으나 지난해에는 1185개 중 918개로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대중 수출품목 10개 중 7개 이상(77.5%)에서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특화지수가 양수(+)인 수출특화 품목은 동기간 395개에서 267개로 감소(△128개)하면서 전체 교역품목 대비 비중도 33.8%에서 22.5%로 10.0%p 넘게 줄어들었다.

대중 수출 품목별 무역특화지수는 상위 10대 중 9개 품목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 등 전기기기(2013년 29.3→2022년 12.8)를 비롯해 광학‧정밀‧의료기기(71.9→31.7), 유기화학품(70.7→28.2)의 무역특화지수가 절반 미만으로 감소했고 플라스틱(70.8→43.0), 석유 등 광물성연료(73.8→64.7) 등 품목도 경쟁력이 약화됐다. 기계(20.2→△17.4) 및 자동차(63.3→△41.7)는 양수(+)였던 무역특화지수가 음수(-)로 반전되면서 수출특화에서 수입특화로 전환됐고 철강(△29.9→△30.5) 및 무기화학품(△38.2→△38.5)은 수입특화가 심화됐다. 무역특화지수가 증가하면서 비교우위가 강화된 품목은 정유‧화장품(69.1→91.8)이 유일했다.

전경련은 향후 수출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입 특화돼 있는 품목을 수출특화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 수입시장의 수요가 큰 첨단제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의약품(무역특화지수 △71.8), 항공기․우주선(△60.5), 터보제트(△54.9), 반도체 제조용 기기(△42.6) 등은 글로벌 100대 수입 수요품이면서 첨단기술이 필요한 품목이지만 한국은 이들 품목에 대해 무역특화지수가 마이너스(-)로 수입특화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세계시장과 중국을 대상으로 우리 수출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수출 한파가 더 거세질까 우려된다”면서 “한국 경제의 큰 축인 수출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첨단분야에 대한 한미, 한일간 협력 등을 활용해 글로벌 수요가 큰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주력 수출품목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반도체, 기계, 자동차 등 현재 주력품목에 대해서도 규제완화, R&D 지원 확대 등 초격차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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