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중앙뉴스= 전대열 대기자]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라의 체제를 변경시키거나 거대한 창조적 사건이 일어난 날이 있으면 국가의 행사로 기념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중에서도 새로이 국가를 건립한 날이나 정부를 수립한 날은 전체 국민이 단합하여 크게 기리게 된다. 또 나라를 위해서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전사자에 대해서는 현충일이나 메모리얼 데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국민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잊지 않는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만년 오랜 세월을 겪으며 온갖 부침(浮沈)을 해왔기 때문에 때로는 영광스럽게, 때로는 참담한 마음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영광스러운 날은 국경일로 제정하여 나라 전체가 하나같이 크게 기념하고 약간 격이 다른 날은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여 나름대로 망각하지 않는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많은 우여곡절이 있어왔지만 수천 년을 지나면서 왕조에 저항하고 독재에 항거하면서도 단 한 번도 썩어빠진 구체제를 뒤엎질 못했다.

그러다가 일제 강점에서 광복을 이룬 후 정부를 수립한 이승만정권이 12년 동안 부정과 부패 그리고 1인 독재를 자행하는 것을 보다 못한 국민이 들고 일어나 혁명을 완성한 것이 4.19혁명이다. 자유당정권은 경찰의 총탄으로 6천여 명이 다치고 186명이 목숨을 잃는 희생을 치르고서야 권좌에서 쫓겨났다.

4.19혁명의 단초(端初)는 대구 고교생들의 2.28의거에서 시작하여 3.8대전 고등학생 시위 그리고 3.15마산 학생데모에서 시작되었다. 대부분 고교생들이 주도했는데 이는 일제하 광주학생운동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3.17서울 성남고 시위가 있었지만 대학은 조용했다. 이는 당시 학기가 4월에 시작했기 때문에 중고교와 달리 대학은 긴 봄방학에 들어가 있었다.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기는 4.18고려대 데모를 대학최초의 궐기로 보고 있지만 사실은 4월4일 일어난 전북대 의거가 효시였다. 당시만 해도 지방대학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대학 숫자도 전국을 총망라하여 30개교도 못되었다.

전북대는 정치과 3학년들이 주동이 되어 4.4 개강일에 맞춰 민주선언문을 살포하고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연설을 마친 후 700여 명의 학생들이 교문을 뛰쳐나가려고 쇄도했으나 경찰기동대가 먼저 교문을 폐쇄하여 투석전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기차 통학생을 위한 전주역 방향 쪽문까지 막혀 더 이상 교외진출을 포기한 학생들은 스크람을 짜고 “부정선거 다시 하라” “기성세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두 시간이 넘는 교내데모로 대학생의 의지를 마음껏 표출했다. 

데모가 끝날 무렵 교내에 진입한 경찰대는 주동학생 30여 명을 전주경찰서로 연행하여 3일 동안 혹독한 조사를 진행한 후 고형곤총장의 보증으로 전원 석방되었다. 경찰의 학생감시는 24시간 밀착 시행되었으며 서울에서 4.19가 일어나자 전북대는 전주시내 각 고교생들과 연락하여 대규모 시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를 조명하는 전북지역 민주화운동 학술포럼이 우석대 주최로 6월9일 전북도의회 회의실에서 개최된 것은 매우 뜻 깊은 행사였다.

필자는 ‘대학생이 참여한 4.19혁명 첫 시위발생지 전북’의 제하에 4.4시위를 중심으로 한 4.19혁명을 조명하면서 4.4대학생데모의 효시를 국가기념일로 제정할 것을 강력히 주창했다. 4.4시위를 주도한 전북대 출신 10명은 이 공로로 국가로부터 건국포장을 수여받고 국가유공자가 되었다. 전북대에서는 4.4시위기념사업회(회장 전대열)에 동문대상을 수여한 바 있으며 해마다 기념강연회 등으로 크게 기리고 있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이광철, 송병주, 장태영, 이석환, 정호기, 박대길, 한명재, 한숙은 물론 기조발표를 한 장영달 명예총장, 서승 동아평화연구소장, 이병렬 명예교수등도 4.4국가기념일 제정을 촉구하는 필자의 주창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내줬다. 대구 대전 마산은 벌써부터 국가기념일이 되었으며 4.19혁명기념일은 머지않아 국경일로 승격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에만 4.19혁명 관련 국가기념일 없다는 것은 동학혁명의 본고장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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