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발언···사법리스크 정면돌파 승부수 던져

[중앙뉴스= 박광원 기자 ]정치적인 난제들이 놓여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예정에 없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으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 대표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여권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방탄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문제들을 결자해지하겠다는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에 맹폭을 가하는 동시에 '유능한 대안 야당' 면모를 부각하는 데도 주력했다.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을 포기한 '5포 정권', 압수수색·구속기소·정쟁에만 몰두하는 '압·구·정' 정권이라고 혹평하며 '정부 실정'(失政)을 전방위로 꼬집었다.

이 대표의 불체포권리 포기 선언은 연설 말미에 나왔다. 사전에 언론에 배포한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을 휘두르며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집권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며 "(추가)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두고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빼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 관계자는 "불체포 특권 폐지는 이 대표의 대선 당시 공약이기는 했지만 검찰발 사법 리스크 한가운데서 이렇게 던질 줄은 몰랐다"며 "어찌 됐든 당 안팎의 방탄 논란을 일소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형식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었지만 어찌 보면 당내 비이재명계를 향한 이 대표의 결단을 보여준 자리"라고 했다.

그는 국민이 각자도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은 한마디로 5포(抛) 정권, 국민포기 정권이라고 맹폭했다. 이 대표는 특히 민생·경제 위기와 관련, 다시금 35조원 규모의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 에너지 물가지원금(11조원), ▲ 주거안정 지원금(7조원), ▲ 사회간접자본 인프라 구축(4조4천억원) 등 추경 항목별 소요예산을 적시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추경 편성에 반대하고 있지만 여론 주목이 집중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재차 추경 필요성을 역설, 여론전에 불을 댕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 자체 해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일본 정부가 부담할) 비용이 문제라면 방류를 반대하는 국제사회와 함께 보관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부당하지만, 그것이 천문학적 방류 피해를 피하는 현실적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데도 적잖은 분량을 할애했다.특히 현 정부 들어 미국에 편향된 외교로 대중(對中) 관계가 악화, 국익과 실리를 놓치고 있다며 외교정책 전반의 수정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외교는 진영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이자 생존 문제"라며 "한미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의 조속한 안정과 회복을 위해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 체계를 꼼꼼하게 다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에도 함께할 일이 많다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전략적 자율외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외교에서는 야당도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공공외교가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잇따른 중국 방문 시기를 두고 불거진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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